“내 이름은 진선빈이야. 아까 봤지?”
분홍 명찰이 말했다.
“박세휴다.”
또다른 분홍 명찰이 말했다. 그런데 조금은 무뚝뚝한 것 같다.
“난 진유빈이야. 반가워.”
선빈이라는 분홍 명찰 옆에 딱 붙어 있던 단발머리 분홍 명찰이 말했다. 그리고.
“나는 김다윤.”
긴 생머리 분홍 명찰이 말했다.
“난 권류아라고 해.”
간단한 통성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섰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짝꿍은 말을 안 했다.
“아는 거 뭐하러 묻냐.”
“물어본 적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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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도대체 뭐냐.”
“응?”
“너 도대체 뭐냐고.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드냐고.”
“그러니까.”
“니가 뭔데 자꾸 날 혼란스럽게 만들어. 짜증나. 니가 뭔데.”
“...”
“재수없어. 이건 안되는 거라고.”
“아니 그러니까...”
어떤 반박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짝꿍은 듣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았다. 그냥 내뱉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마음속의 말을 나한테 하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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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한테는 말을 안 하는데. 아니 나한테라도 말해야 할 것 아니야.”
“그게.”
“너랑 나 그거밖에 안 됐었냐? 응? 그거밖에 안 됐냐고. 이런거 하나 말못할 사이였어? 적어도 나한테는 말해야 할 것 아니야.”
“...”
“왜 이딴 걸 딴사람을 통해 들어야 하냐고.”
짝꿍이 선빈이한테 던진 건 구겨진 메모지였다. 그렇다면 저건 아까 내가 준 메모지? 그런데 왜 그걸 보고 열이 받은 거지?
“권류아 또 사고쳤지?”
내 옆에서 가만히 속삭이는 세휴. 진짜로 내가 또 사고친 걸까? 내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짝꿍은 씩씩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비밀이 있길래.
“훌쩍!”
유빈이가 울기 시작했다. 왜지? 선빈이가 맞았다고 울 애는 아닌데.
“니들한테 난 뭔데. 난 친구도 아니야? 왜 내가 이딴 말을 다른 사람한테서 들어야 하냐고. 대답해 봐 진선빈. 대답해 보라고.”
“...”
“난 친구도 아니야? 그래서 말할 가치가 없어?”
“말하지 말자고 한 건 나야.”
가만히 울기만 하던 유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짝꿍은 좀 놀란듯 하다가 유빈이를 바라봤다. 유빈이는 눈에 눈물을 담은 채 선빈이 앞을 막아섰다. 할 수 없이 우리도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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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비밀을 가슴에 간직한 류은과 류아.
학교를 위해, 친구들을 위해 알바를 해야만 하는 선빈과 유빈.
네 사람을 지켜주는 세휴와 다윤.
세상의 어려움을, 친구와의 우정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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