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언어학을 맛만 본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좀 웃긴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금강님의 글을 읽고 그글을 조금이라도 지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남깁니다.
말은 가려서 해야합니다. 인터넷 시대, 서로의 아이덴티티가 가려져 있는 시대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곳 문피아에서 맺어지는 인연은 모두 얼굴과 얼굴, 살과 살을 맞대며 직접 연계되기보다는 글과 글을 통한 이어짐이 주를 이루지요. 그렇기에 이해합니다.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 그만큼 본인이 어떤 말을 했을 때 따라오는 리스크는 적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분들이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있어 거리김이 없어지는 것이겠지요.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말은 가려서 해야합니다. 언어는 사고를 규정짓고 사고를 흔드는 기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생각합니다. 사람이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하면 이처럼 발달된 세계를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언어는 사람의 사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응? 이해하기 어려우시다고요? 그럼 예를 몇가지 들겠습니다. 저는 특수교육을 공부했습니다. 장애아동들의 세계에 대해 다른 분들보다는 조금 더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 중에서 언어 발달 기저에 문제를 보이는 자폐아동들에 대해 이야기 해 드리지요. 많은 자폐아동들은 언어발달에 문제를 가집니다. 그런데 그리 언어발달이 잘 안된 아동들을 살펴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다. 뭐냐구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아동들에게 감정표현의 분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프다, 기쁘다, 슬프다 등등.. 어떤 의미에서 기본적이고 간단한 감정은 그 아동들이 쉽게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금 어려운 표현들.. 예를 들어 섭섭하다와 같은 표현들은 그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한답니다. 왜일까요? 섭섭하다와 같이 복잡한 표현은 언어의 도움이 있을 때, 비로소 발현되고 이해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즉... 언어는 우리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예요? 쉽지요. 북한을 보십시오. 그들은 언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표현에서 한자어나 외국어를 배제하려 애씁니다. 그들의 수령에게는 장군님이나 수령님과 같은 존칭을 꼭 사용하려 애씁니다. 표현에 계급화를 추구합니다. 언어는 살아있는 것. 그냥 놔둬도 되는 것을 그리 정책적으로 바꾸고 보급하려 노력합니다. 그들은 언어가 사람의 사고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다른.. 그리고 조금은 학문적인 예를 들겠습니다. 언어는 만능이 아니지요. 체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체계적 특질 중 하나는 분리! 입니다. 여러분이 산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디서부터가 산의 경계인지 아실 수 있으십니까? 이처럼 세계는 분리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언어는 어떤 사물이나 환경의 큰 특질을 잡아 분리시키죠. 땅이 융기하여 비죽이 솟아난 것을 산이라 부릅니다. 조금 낮게 솟아난 것을 구릉이라 부르지요. 산과 구릉 무엇부터 산이고 무엇부타가 구릉인지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아니요. 아예 없다고 봐도 됩니다. 이처럼 언어는 어떤 특징을 잡아서 그것에 명칭을 붙이고, 다른 것과 분리시켜 생각하게 합니다. 나무를 예로 들까요? 나무의 몸통과 가지는 어느 정도 분리해서 생각하기 쉽지요. 그런데.. 몸통과 가지가 따로 떨어진 다른 것인가요? 아닙니다. 몸통에 가지가 달려있지요. 그저 갈색을 띠는 하나의 개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무를 몸통과 가지, 잎으로 구분합니다. 즉, 언어로인해 우리들은 세계를 구분해서 생각하고 보게 됩니다. 명백하게 언어가 사고를 규정짓는다는 증거입니다.
이처럼 언어는 세계를 우리들이 세상을 분리해서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지배합니다. 어떤 학자 분들은 사람이 흑백논리를 가지는 이유에 대해 이런 언어적 특질에 그 근거를 찾기도 합니다. 언어가 세계를 분리하는 특질을 가지고.. 그 특질이 사고에 영향을 미쳐, 사람들이 모든 것을 흑과 백을 나누듯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흑백논리는 인지심리학자들에게는 인지적 오류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람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사고는 영향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좋은 영향을, 비속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을.....
여러분. 남을 위해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스스로를 위해 좋은 말을 많이 썼으면 합니다. 좀 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을 쓰셨으면 합니다. 배려하는 말을 많이 쓸 때, 여러분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고를 더 많이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에게 모난 말을 많이 쓸 때, 여러분은 모난 사람의 사고를 가지기 쉽습니다.
즐겁기에 웃는 삶, 웃으니까 즐거운 삶. 어느 쪽 삶이 더 즐거움이 넘칠까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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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나서, 잠시 정담을 살피다가 근래 문피아에서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제가 아주 아주 좋아하시던 분과 관계된 사건이더군요. 거기다.. 그분께서 쪽지로 제게 말씀하시길 앞으로 문피아에는 별로 로그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이 글을 쓰시는 분이시고, 요즘 꽤나 슬럼프에 빠져 계셨던지라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그리 떠나기를 작정하셨다고 느꼈었는데..... 방금 보니 아니더군요. 사람들의 날카로운 표현이... 뛰어나신 작가분 한 분을 문피아에서 떠나게 만든 것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글을 응원해 주시던 열렬한 독자분 이셨으며, 제가 아주 재미있게 읽던 소설의 작가이시며, 함께 응원하고 즐거움을 찾던 동료이자 선배님이 말같지 않은 헤프닝으로 글을 모두 지우시고 떠나게 되신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말 가려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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