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컴퓨터가 벼락을 맞더니, 그보다 더 어렵다는 후원금을 받게 되는군요.
로또 당첨되는 게 벼락 두 번 맞을 확률이라는데, 참 다이나믹한 나날입니다.
후원금 공지가 처음 떴을 때 클릭해봤는데, 거기 제 이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대중성이라고는 없는 제 글을 읽고 후원금까지 보내주실 생각을 하실 분이 계시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공지에 꼬리까지 달려 있길래, 누가 이렇게 빨리 안 찾아가고 염장을 지르나 싶어 다시 봤더니 범인이 저였군요.
마음속으로라도 함부로 다른 사람 욕하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문피아에서 가장 기분좋은 일은 추천인 줄 알았는데, 이건 차원이 다르군요.
적은 금액도 아니지만, 돈 때문만도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더 인기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는데, 이제 슬슬 지쳐가고 있었거든요.
나름대로 상당히 타협했던 엔트로피까지 망해버렸으니, 미리 써두었던 차원비행만 마저 올리고 장르문학에서 뭔가 이루어 보려던 꿈을 그만 접어야 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큰 호의를 베풀어주신 익명의 후원자님 덕분에 다시 용기를 얻었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공허한 소음으로 흩어지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용기는, 제게 로또 당첨 금액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것이었습니다.
후원금은 컴퓨터를 새로 장만하는데 보태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하드를 복원해서 차원비행도 마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요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자제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순전히 제가 즐기며 스트레스 푸는 것을 목적으로) 써보고 싶은 마음이 큰데, 신화창조 공모에 응해보려고 작업 중인데다가 번역일도 자꾸 생기고 해서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번엔 좀) 재미있는 글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받은 것이 너무나 크기에 이렇게 한담을 통해서나마 익명의 후원자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사실 제 글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몇 분 안 되기 때문에 수사망을 좁힐 수도 있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모두 같은 마음으로 감사하며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하시기에 이름을 숨기셨다 믿고 기대에 보답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마 기대하셨던 것보다 더 큰 힘이 되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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