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초조해진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니까 더 미칠 지경이다. 괜시리 눈이 충혈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물이 흐르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흐르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나의 생각일 뿐일까. 아니면 사실인가.
레아는 마차에 있다. 짐을 옮기느랴고 바빠서, 레아는 결국 뒷전이 되었다. 새벽에 운동이 조금 과했지만, 그래서 지금 이렇게 2층에서 1층 로비로, 그리고 마차로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필요없었다. 지금은 레아가 일어났다는 그 사실이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별이 총총히 하늘에 박혀있는 정도가 아니라 겯듯한 정도의 숫자였다. 은하수가 저 멀리서 반짝인다. 그 별 겯듯한 하늘이 너무 눈부셔서 결국은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주저거릴 시간도 없었다. 근데 자꾸만 발걸음이 멈칫멈칫거린다.
까짓거 몸이 바라는대로 1층 로비를 채 나가기도 전에 멈추었다. 내가 뭣때문에 멈춰야만 했는지도 모른 채로 나는 나를 자꾸만 붙잡고 있었다.
레아의 '무언가'가 변한 것을 나도 느꼈다. 5월에, 베르베린의 생일임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지나갔던 그 날, 레아에게 무언가가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바뀐 것을 나도 실감했다. 태고적부터 알고 있다는 거부감. 레아에게서 너무나 당연하듯이 느껴졌던 그 거부감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잊을 수가 없는 그 기억은 여전히 내 머리 언저리에서 여전히 레아에게로 가는 것을 붙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뭘 어쨌다는 거지? 나는 내 자신에게 의문을 던져본다. 무엇이 바뀌었든 레아는 레아다. 그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지 잘 모르겠지만─두 말 할 것도 없이 그녀에게 있어 최우선은 조디악 악세서리를 모은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건 그녀의 일이고 이건 나의 일이다.
어둠 속으로 발을 한 걸음 떼기는 힘들다. 하지만 곧 익숙해지면 걷다가 경보도 할 수 있고, 그러다가 천천히 뛸 수도 있고, 결국에는 전력질주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이 미처 다 들기도 전에 나는 다시 뛰고 있다.
오직 단 한 사람을 위해.
이 별 겯듯한 하늘을 담아서.
[SONATINA XVII. 별 겯듯한 하늘 - (1) 중에서(문피아 미연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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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겯듯 하다 ; 별이 총총 박히듯 하다.
연재량 87편, 평균자수는 3천 3백자쯤 되는
은근히 기나긴 길을 걸어온 묻혀있는 소설 A.R입니다.
이제 반 정도 왔고, 잔혹한 '커플염장'파트가 시작되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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