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면을 썼더니 자기 안에 숨어있던 내면이 튀어나와 고뇌하는 청년.
실험으로 만들어졌지만 연구소를 탈출해 쫓기고 있는 기계인간.
죽은 사제의 복수를 하기 위해 적을 쫓고 있는 소녀.
이렇게 소재만 늘어 놓으면 무척 어두침침하고 꾸물꾸물한 분위기의 글이 연상됩니다. 소재가 저러면 글의 분위기는 거의 십중팔구 어둡기 마련이죠.
하지만 쾌걸은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가볍게 풀어갑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선 이런 분위기의 글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작가 분이 밸런스를 잘 잡아서 가벼운 가운데도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어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밌어요. 진지한 상황에서도 여유와 장미(!)를 뿌리고 다니는 변태ㅡ주인공ㅡ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좀 비슷한 분위기의 글을 들자면 더 로그가 있겠군요. 카이레스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도 흔들리지 않고 유쾌한 모험을 합니다. 글이 전반적으로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죠. 아, 물론 후반은 아닙니만.(...)
그리고 이 글의 매력 중에 하나로 세계관이 있습니다. 7개의 차크라를 기반으로 한 7계통의 초등력자들이 활약하는 세계입니다. 마법과 초능력 덕인지 배경은 현대보다 좀 더 과학ㅡ마학?ㅡ이 발달한 세계입니다. 아, 마법은 뒷세계에서 주로 쓰이고 표면에선 초능력이 주로 쓰이지만요. 어쨌거나 질리도록 봐서 익숙한 드워프, 엘프 세계관이 아니라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분들은 더욱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전작(스트래글러, IF)을 보면 판타즘 님이 설정덕후라는 사실은 확실하고, 이번 세계도 꼼꼼하게 짜여졌을 게 분명합니다.
가면을 쓰면 새로운 자신이 눈을 뜨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어떻게 될까요. 변태를 자기 안에서 몰아내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변태에 감화되어 초변태로 승화될 것인가?
기존 판타지가 좀 질리신 분이나 가면 변태의 이이갸가 궁금하신 분들, 쾌걸의 플라맹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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