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신이 있다면,
그는 최고의 고문기술자일지도 모른다.
그가 짜놓은 형틀에서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른다.
가난·질병·살인·천재지변은 없는 자들을 위한 고문은 말할 것도 없이 재산·명예·애정·건강은 있는 자들을 위한 고문일 것이다.
어디까지가 고문이고, 어디까지가 형벌일까?
기준은 없다.
고문을 받는 자와 받지 않는 자의 선택에 따라 답을 내린다면,
이율배반적이다.
세상에 그 목적이 없는 것이 무엇일까, 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 고문을 하는가.
신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은 고문기술자가 아닐까.
무엇을 알아내고 싶은 걸까.
비명소리에 흥분을 하는 걸까.
괘씸해서 복수를 하는 걸까.
그냥 고통의 맛을 보이는 걸까.
여기 이유를 알 수 없는 한 명의 고문기술자가 서있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유약하던 그의 몸은 우월해졌다. 마치 신이 된 것처럼.
그는 생각한다.
“신은 없다. 단, 신이 되려는 자는 있다.”
한 고문기술자는 찾으려고 한다.
존재치 않은 신이라는 의미를,
한 고문기술자는 막으려고 한다.
존재치 않은 신이 되려는 자를.
한 고문기술자는 믿으려고 한다.
세상에는 진정한 신이 있다고.
그의 행보에 강호의 동도들은 그를 일컬어 비천제(秘天帝)라고 불렀다.
“내 앞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다. 큰 소리로 비명을 내지르는 것과 네가 알고 있는 진실을 거짓 없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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