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조기종결, 지겹지 않습니까.

작성자
Lv.34 카이첼
작성
09.12.31 18:15
조회
1,097

독자이자 창작자라는 입장으로 장르판이 막장이라고 자주 느끼게 되는 지점은 그럴듯하게 완결되는 글이 매우 드물다는 것을 느낄 때입니다.

사실 글을 비롯해서 무엇이든 기승전결의 서사적 구조를 가진 창작을 한다는 것은 시작하는 것 보다 제대로 끝을 내는 것이 어려운 법입니다. 그럴듯한 시작은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경험없는 의욕만으로도 괜찮게 해내는 경우가 많지만 괜찮게 끝을 낸다는 것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기 때문이죠. 좋은 완결이란 이제까지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햇던 소재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잘 사용해서, 낭비없이 정리해내었을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장르바닥에서 나오는 작품들의 평균적인 완결에 대한 신뢰는 그 장르바닥 자체에 대한 신뢰도의 바로미터라 거칠게 주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무협이나 판타지는 상황이 매우 열악합니다. 이것은 완결이 시작하기보다 훨씬 어렵다고 하는 점에도 얼마간의 책임이 있습니다만, 그런 일을 해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고 여겨지는 작가들도 같은 꼴을 보이는 경우가 정말 드물지 않습니다. 아니, 매우 흔합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조기종결 때문이죠.

어떤 글이든 작가가 그 글을 쓸 때는 의식적이든 아니든 그 글 고유의 리듬을 가지게 됩니다. 조기 종결은 그 리듬은 돌이킬 수 없도록 파괴합니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요. 7권으로 끝내야 될 글이 5권이나 4권이 된다면 그로 인해 생략당하게 될 세부는 글의 완성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대게 창작자의 실력이니 필력이란 것들로도 커버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면에서 1세대 공장 무협이라 폄하당하곤 하는 당시의 무협들도 지금의 무협이나 판타지 장르 소설보다 뛰어난 점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그들 글이 3권내지 5권이라는 한정된 권수에 이미 맞춰서 글이 제작되었기 때문에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의 흐름을 작가가 이미 맞춰서 적을 수 있었고, 그 리듬의 안정성 위에서 최소한의 완성도가 보장되었던 덕분입니다.

현재 장르시장의 글들이 제대로 완결을 보여줄지조차 의심스러운 글들이 대다수이게 된 사정...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미 이야기가 많이 된 부분이기도 하고. 다만 대다수의 독자들(아마 창작자도 포함합니다.)은 이 문제를 이미 깊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

이 문제에 대한 광의적인 토론과 해결책의 제시 같은 것들은 제가 이러쿵저러쿵 거리기엔 너무 크고 현실감이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다만 독자이자 창작자로서, 즉 개인적인 차원에서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일반적인 출판을 포기하고 시작부터 완결까지 모든 기획을 완료하고 그 기획에 맞춰서만 글을 쓴다는 방식을 통해 해결해 오고 있습니다.

특별히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클라우스 학원과 희망을 위한 찬가를 그런 방식으로 출판했고, 이제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기획하고 그 기획에 따라 완결해 출판한다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이름'의 완결을 머지 않게 두고 있습니다. '기승전결'이라고 하는 기초의 미덕에 갈급하신 분들이라면 제 기획에 관심을 가져 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여깁니다. 그리고 그 관심의 어느 언저리즈음에서 이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독자의 한 분으로 개인지를 구매하시게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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