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구름 사이로, 그림자가 걸어나온다. 뚜벅, 뚜벅. 먼지 사이로 점차 선명해지는 그림자의 모습은 사람이고, 소녀였으며, 머리가 길었다. 질량을 가진 거대한 물체가 구름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먼지를 뚫으며 그 그림자의 모습이 큰 걸음과 함께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아름다운 소녀였다.
거대한 팔이었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은 팔이었다. 강철과 같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팔이었다. 그 크기는 시선의 저편으로 펼쳐진 넓은 풍광 가운데 드러난 무수한 사물들과 대비되어 웅대함을 드러냈다. 강철의 갑주에 휘감긴, 강철의 팔. 그 팔의 끝에는 사람의 손과 같은 형상을 한 거대한 손이, 거대하고 굴강한 검을 쥐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가 본 것은 정적에 휘감긴 공간이었다. 주변은 책으로 가득헀고, 은색의 철장에 자신은 갇혀 있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사지를 움직여 그는 주변을 살폈다. 자신은 나신이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낮선 공간이었다. 알 수 없는 기기들이 알 수 없는 구조로 배열되어 있었다.
기억을 잃은 소년이 소녀와 함께 떠나는 여행...
여러분도 떠나시지 않겠습니까?
카이첼님의 잃어버린 이름
덧. 한담란에 글을 올리면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의 원인은 누구인 걸까요..정말 궁금하네요.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