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되어버린 남자.
(판타지가 아닌 로맨스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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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서 다가왔고
여자는 모든 것을 잃은상태로 그를 만났습니다.
지우는 어쩌다 시선에 닿은 창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분!”
잔뜩 물먹고 흐물흐물 거리는 난초가 보였다. 풀이 푹 죽은 풀(?)을 보면서 헐레벌떡 창가로 가서는 창문을 연 지우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흙이 다 파였잖아….”
얼마나 물을 먹었는지 흙이 반쯤은 사라졌고 뿌리가 벌판처럼 나와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게 무척이나 불쌍해보였는지 지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반성이 가득한 그 표정에 난초도 자신을 용서해주길 바라면서. 화분을 들고 있던 지우는 물이 고인 오피스텔 옆길을 보곤 환하게 웃었다. 오염된 도시에서도 뒤에는 산을 가지고 앞으론 작은 웅덩이를 보며 누가 웃지 않을 수 있을까. 행복하기 그지없는 지금 이 순간을.
“너무 좋다.”
혼자라는 기분도 느낄 수 없을 만큼 하루하루가 즐겁다.
일단은 화분을 창가에 두고 밥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한 지우는 때마침 느껴지는 질척함에 눈살을 조금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흙이 다 묻었어.”
비에 넘친 흙이 화분을 놓는 간이 난간에 온통 범벅이다. 그러고 보니 화분을 잡은 두 손도 흙에 가득해 있었고 축축해서 기분 나쁜 감촉까지 주고 있었다. 지우가 혀를 빼물고 눈을 찡그리고는 한숨 섞인 한탄과 함께 화분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화분을 내려놓을 때 내리깐 눈은 자연스럽게 오피스텔 밑으로 향해서는 곧 아주 묘한 것에 닿아버렸다.
“어?”
길고, 넓은.
마치 사람처럼 생긴… 아주, 아주 불쾌하고 더러운 것이 마침내, 지우의 시선에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왜…왜 이러세요….”
싱싱한(?) 여자의 장기가 탐이 났나? 진심으로 지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왼손으로 몸을 가렸다. 일단 가장 중요한 뇌와 심장은 절대 안 되고 콩팥이랑 맹장도 안 된다. 그렇다고 간이랑 위가 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모두 다 못준다는 엄청난 기운을 뿜어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추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는지 경계심과 겁이 가득한 눈으로 지우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 아무런 행동 없이 지우만을 바라보던 남자는 겁먹은 그녀를 향해 환하게, 불 켜진 병실이 더욱더 환해지듯 화사하고 순수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힘을 풀어 지우를 안았다… 아니, 지우의 품에 안. 겼. 다.
“…….”
그 웃음에 홀딱 넘어간 간호사가 어머머를 연신 외치는 가운데 정면으로 그 미소를 맞이한 지우는 정신적 충격과 장기들에 대한 걱정을 하다가 작게, 그러나 선명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몸을 굳혔다.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고 낮은 보이스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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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기억상실증의 남자와
어리버리한 한 여자의 기가막힌 동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정연 - 디딤돌n이 씁니다,
[아이가 되어버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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