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선은 일종의 요리 재료와도 같습니다.
계란 후라이를 만드려면, 계란이 있고 후라이팬이 있고 소금이 있고 불이있어야 하지요. 기름도 있으면 좋고 말이지요.
계란과 후라이팬, 소금, 불 이런 것들이 미리 등장하는 것이 바로
'복선'입니다.
복선이 없으면, 데우스 마키나..라는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예상을 넘는 것도 좋지만, 아예 독자가 예상조차 못한 짓을 벌이는 것은
잘못이지요.
현대물인데 갑자기 고대 신이 등장해서 적들을 몰살시키는 내용이 나온다면..
말이 안되겠지요. 하지만...
고대 신전이 발견되고, 갖가지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고대에 신이 등장해서 벌을 내렸다는 문헌이 발견되었다. 등등의 복선이 깔린 다음에는 신이 등장해서 벌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집니다.
그런 것이 충실치 못하면, 들을 소리는 '데우스 마키나' 밖에는 없겠지요.복선은 중요합니다. 정말 독자 뒤통수를 치고 싶다면, 복선을 등장시키되, 복선이 등장하는 이유를 다른 적당한 이유로 합리화 시켜야 합니다.
복선없이는 반전없다라고 할까요.
복선없는 반전을 보통 뜬금없다..라고 하지요.
설정 역시 복선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정 자체가 상황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얼마나 설정을 잘 녹여 내보내는가가 필력이라는 것이 되겠지요.
잘 꾸며진 세계 속에서 벌어진 사건들로 인해 인과관계가 만들어 집니다. 인과관계가 잘 만들어질 때, 개연성이라는 것도 생기고 반전을 즐길 수 있게 되겠지요.
디워의 비판 가운데 하나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바로 그때문에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착한 이무기가 등장하리라고 예상하기엔 너무 등장한 재료가 빈약했던 겁니다.
나타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 줘야 했는데, 뜬금없이 나타난다는 인상을 줘 버린 것이지요.
닥터 하우스가 열심히 병을 고치겠다고 진료하는데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서 '케알'이라던가 '힐'이라고 외치고는 병을 낫게해서 환자가 벌떡 일어 병원 밖으로 나가면...이건 이미 픽션의 영역을 떠나 버리지요.
드래곤 볼의 무한 부활 연쇄도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드래곤 볼'이라는 설정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받아들여 진 것처럼...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반전의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건 후에 들어가는 복선이 들어가도 필력에 따라서는 어떻게 넘어갈수 있지만, 완성도는 떨어지지요.
멋진 반전은 매력적이지만, 잘못하면 독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댓글 시스템에서, 독자들의 허를 완벽히 찌른다는 것은 기대하지 마세요. 완벽하게 찔렀다면, 그게 도리어 삽질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독자들의 내공은 무서우니까요.
댓글에서 정확한 예측이 나왔더라도, 무시하고 전개하는게 중요합니다.
(귀가 얇은 제가 할 소리는 아닌 듯도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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