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가씨에게 작업들어갈 당시에 들은 이야기이다.
아래는 그녀와의 대화장면을 단편의 한 부분으로 재구성 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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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실연의 아픔을 딛고 올해에는 정말 진정한 여자를 만나보리라 다짐한 나는 일단 춤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짧은 페이지로는 다 할 수 없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 후에 드디어 한 아가씨와 단둘이 데이트를 가질 수 있었다.
자고로 자동차 최고의 튜닝은 조수석에 미녀를 태우는 것이라 했던가? 중고로 팔아도 500만원도 안될 테지만 1년 유지비가 500만원이 넘는 아이러니의 옵티마를 끌고 조수석의 이쁜 그녀와 함께 밤 무드좋기로 소문난 팔당의 봉쥬르를 찾아갔다.
그러나 문제는 데이트 라고 해서 다 같은 데이트라고 착각 했다간 큰일난다는 거다. 데이트를 허락한 그녀는 말 그대로 데이트만 허락한거지 애인을 허(許) 한것은 절대로 아니다.
남자들이 착각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그녀의 말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한다는 것,
그녀가 '싫어'라고 말해도 '좋아' 라고 받아들이고 무시하는 것이 남자들의 대부분의 실수다. '나는 매력이 있으니까 이건 앙탈일꺼야' 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밀어붙이다가 점수를 잃는 것이 바로 남자다.
그녀가 싫다는 것은 정말 싫은거다. 남자들은 이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싫다'는 말에 그대로 고개 수그리고 돌아서는 것 또한 남자가 아니며 매운 그것을 떼어버려야 만 하는 형편없는 남자임에 틀림이 없다. 여자가 싫다는 것은 그렇게 찐따처럼 돌아서란 말 또한 아니다.
싫은여자가 도데체 시간 아깝게 내 옆에 왜 있는가? 이것에 대하여 심히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자상하고 세심하고 배려있는 남자들이 여자들을 쉽게 차지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관찰력이다. 여자는 이유를 설명하길 좋아하질 않는다. 그녀는 그냥 '싫다'. 심지어는 본인조차 그 싫은 이유를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경우조차 있다.
남자는 싫은 이유가 먼저이지만 여자는 싫은 감정이 먼저다. 단지 아직은 그냥' 싫다'인 것 뿐이다.
그러므로 그 싫은 것을 이제는 '좋다'로 바꾸어주기 위해 무엇이 싫은건지 인정시켜줄 필요가 있다.
- 이런 데선 '싫어', 보는 사람이 많잖아.
- 아직은 '싫어' 너무 무드가 없잖아. 여기서 대뜸 좋다고 하면 너무 싼 여자로 보이잖아.
- 오늘은 '싫어', 그날이라서 진도가 더 나가는건 감당 못해.
- 여긴 '싫어' 영화 끝나면 집에가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혼나.
그녀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없애줘라, 없앨 수 없으면 쿨하게 대해주고 다음을 기약해라.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는 당신을 자신과 꼭 맞는 남자로 착각하고 운명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게 여자다.
그런 여자에겐 얼굴 생김새 따위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남자는 눈치밥을 먹지 않고 자신밖에 몰라선 여자가 생길 수 없다. 그 정도가 애인을 만들려면 마린보이 박태환처럼 누가봐도 멋진 자기길을 가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야기가 너무 샜지만 어쨌든 그녀와의 데이트를 애인과의 데이트로 바꾸기 위한 분위기 전환으로 관련 대화를 실시했다.
"우리 앙뜨와, 이상형이 어떤남자야?"
"이승기!"
"..."
나를 가지고 노는 그녀는 아직 마음의 여유가 있나보다. 이런 심야에 남자의 차를 홀로 탄 주제에 말이지. 이정도면 절반 정도는 나랑 무슨일이 생겨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것은 내가 어떤 분위기를 잡아주냐에 달렸다.
그녀가 나를 호감있게 바라본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면서도, 부끄럽게 놀려대지는 않고. 그녀의 수락이 그녀를 부끄럽거나 가벼운 여자로 만들지 않는 무드를 만들어주어야 그녀의 대답을 쉽게 얻어낼 수 있다.
최소한 여자가 마음을 드러내기에 쪽팔리지는 않는 분위기는 되어야, 이정도면 내가 마음을 보여줘도 챙피하지는 않겠구나 라고 여긴다. 그것이 여자에게 이벤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기, 그럼 이상형 말고 남자 최소조건,.. 그런건 없어?"
가벼운 웃음을 거둔 그녀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돌아본다.
"최소조건이라니?"
"아니 왜, 있잖아... 이정도만 되면 나머지는 만나면서 보겠다는 최소한의 외부조건 말이지..."
아.. 알겠다는 듯이 표정을 짓고 잠깐 생각을 해보던 그녀가 대답했다.
"일단 키는 최소 175가 되야 겠고.."
그래.. 그것이 대부분의 남자들이 애인이 없는 첫번째 이유지..
다행히 나는 175는 넘는다.
"월급을 300은 벌어야 겠지?"
휘청!! 왜.. 왜 나를 돌아보는 거냐? 도데체 300 이상 버는 남자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야밤에 운전하다가 사고날뻔 했다.
나를 향해 배시시 웃던 그녀가 말을 계속 이었다.
"그리고 자상하고 나랑 많이 놀아주고, 오빠처럼 이렇게 선물도 자주 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 비싼건 아니더라도 말이지..."
네 이놈, 여지껏 선물한 나이키 퓨마에, SJSJ, DJNY 같은게 안비싼 거라고? 인제 더 올라갈 곳이라곤 프라다에 샤넬, 에르메스 뿐이란 말이다.
"그리고 월급 절반은 저축을 하는 남자여야 하고, 오늘처럼 교외 같은데 자주 나가서 밥먹고 차 마시러 가줄 수 있는남자... 아. 남자가 집정도는 해올 수 있어야 겠지?"
"게다가 서울 안이어야 할테고?"
나의 빈정대듯 던진 대꾸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웅!"
나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차를 봉쥬르 입구에 세우고는 -이 근처국도는 야밤에는 풀숲이 우거진 그늘이 많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일단 한숨부터 쉬었다.
"휴~, 우리 앙뜨와, 오빠가 이상형 말해보라고 한게 아니잖아!"
"이상형은 이승기라니깐!"
눈을 반짝이며 살짝 소리높히는 그녀를 보니 아까 이야기가 영 농담은 아니었나보다. 하긴, 이상형은 못올라갈 나무니까 이상형이라 하는거지...
"앙뜨와 잘 들어봐..."
일부러 호흡을 잠시 끊은 나는 그녀가 최대한 수긍해주길 바라며 입을 열었다.
"도데체 너는 우리 춤 동호회 남자 100명(전원이다)중 월 300버는 남자가 몇이나 될꺼라 생각하는 거야?"
별 고민없이 그녀가 이야기 했다.
"한 50명?"
뎅~~~, 아니 이아가씨가., 평균연력 28세인 우리 클럽에서 절반이나 300을 벌고 있을거라 생각한단말야?
윽, 머리를 집는 시늉에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또박또박한 어조로 확실하게 이야기 해줬다.
"이봐요 철없는 애기씨, 남자가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하면 대부분 27세 정도 되는데, 2~3년 사이에 월급 300이 넘는다면 그건 삼성전자 대리쯤 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대한민국 1%가 그렇게 많은줄 알아?"
"웅~ 그런가? .. 그럼 세금같은거 안떼고 삼백!"
아이구 두야, 지금 장난 치자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다행이 커트라인엔 들어가는군 히히... 라고 할때가 아니라...
"떽! 어른을 놀리면 못써, 너랑 나랑 일곱살이나 차이나는데,"
"그 어린애를 야밤에 어디 데려가는건데?"
"..."
아이구, 뉘집 딸네미가 이렇게 똑똑하신지.. 그래서 그렇게 눈이 높으신 거구만, 이럴땐 은근슬쩍 내가 그 기본은 되니까 좀더 만나달라고 떡밥을 뿌릴 필요가 있겠다.
"근데 방금 최소조건들, 오빠를 딱 지목한것 같네? 히히"
살짝 얼굴이 발그레지는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야, 300 벌어서 세금 내고, 절반 저축하고 나면 120정도 밖에 안남는데, 그걸로 핸드폰, 점심값, 차유지비, 보험등 내고 나면 너랑 이렇게 놀아주고 선물사주고 밥사주는거 할 수가 없는데? 대충 400은 벌어야 겠다. 안 그래?"
게다가 그렇게 해도 전세집 서울에서 마련하기는 요원하지 끌끌.
잠깐 무안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가볍게 내 어깨를 두들기며 입술을 삐죽인다.
"객쩍은 소리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자, 저기 불빛이 너무 이뻐서 마치 외국 리조트에 온거 같아.. 빨리 가볼래!"
* * *
그날 새벽 칵테일에 취한 그녀가 돌아가는 길 안전벨트를 매주는 나의 볼에 가볍게 키스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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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당신들이 애인이 없는 이유를 아시겠죠?
혹시라도 위의 조건이 모두 갖추어 졌는데도 애인이 없는 당신은
처음말대로 관찰력과 세심함이 부족한 것이니
서인하님의 '남자이야기'를 읽으러 가보셔야 겠습니다.
그리고 본문을 읽고 연애의 갈증을 느끼신 분들도 같이 가셔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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