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있다.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
-김애란 님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 중 '칼부림'에서 일부 발췌
「왕은 새벽에 죽었다. 아라가 달아나던 밤이었다. 왕의 죽음은 고요해서 기척이 없었다. 마지막 숨을 바람에 포개듯이 왕은 죽었다. 삶과 죽음 사이에 문지방이 없었다...」
-김훈 님의 소설집 '현의 노래'중 일부 발췌
「아마도 나는 먼지가 될 것이다. 칼을 휘두르며 피를 찾아 걷고 또 걷는 사이 깨지고 부서진 넋, 바람에 맏긴다. 쓰러져 죽는 대신, 걸으며 먼지가 될것이다.」
-이영도 님의 소설집 '눈물을 마시는새'중 일부 발췌
이상 세편의 예문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일단 예문 "A"로 놓겠습니다.
「부주의 하게 <거절 편지>더미를 무너뜨린 이브가 편지를 하나씩 다시 줍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자동 응답기가 돌아가기 전에 수화기를 들려고 하다가 막 분류를 시작할 참이던 다른 서류 더미 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님의 소설집 '파피용' 중 일부 발췌
「사람죽이기를 파리죽이는 것보다 쉽게 여기고 자기 외의 인간들에게는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걸 명령하기도 거리낌 없어하는 살육의 공주 펠리시아도 포기할 정도의 무게였다. 그순간 디모나나 펠리시아나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새삼스럽게 바뀌었다...」
-휘긴님의 소설집 '더 로그' 중 일부 발췌
이상 두편의 예문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일단 예문 "B"로 놓겠습니다.
먼저 제 멋대로 작품의 일부를 끌어다 도용한 점, 수많은 작가 분들에게 사과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ㅜㅜ;; 제가 감히 감당할수가 없는 분들;;)
대체 얼마나 거창할 질문을 할 생각이길래 저런 대단하신 작가분들의 글들을 예문으로 사용하느냐?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염치 불구하고 지금 그 질문을 한번 드려 볼까 합니다. (켈룩)
사실...저는 A의 글들을 읽으며 언뜻 글의 내용이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맞는 비유인가;)두번 세번 읽어 보아야 하고, 세번 네번 생각해 보아야...각각의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제서야 제 안에서 하나의 완전한 문장이 되더군요. 물론 그게 작가가 의도한 내용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볼 길이 없습니다만...
그러나...저는 B의 글들을 읽으며 언뜻 글의 내용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일들은 드물더군요. 한번 읽고 그대로 문장의 내용을 받아들이면 되었습니다. 시원하지요^^ 이런경우는. 호쾌하게 글을 읽어 나갈수 있으니...
하지만 읽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건 A의 예문들의 문장 이었습니다. B의 예문들은 읽는 동안은 즐겁지만 그다지 여운 같은것이 남는것이 없더군요. A의 문장은 읽고나서도 몇날, 혹은 몇달, 몇년씩 제 기억속에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대체 필력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A의 예문들처럼 두세번씩 읽어보아 언제까지나 독자들에게 회고되게 하게끔 만드는 문장을 쓰는 일을 필력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B의 예문들처럼 남는것은 없더라도 읽는 순간만큼은 체중없이 독자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내용의 문장을 쓰는 일을 필력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그 어떠한 다른 무엇입니까?
국어사전에 필력이란 '글씨의 획에서 들어난 힘이난 기운, 글을 쓰는 능력' 이라고 하던데...역시 그럴싸 하지만(?) 막상 뭔뜻인지 잘 모르겠군요. 글을 쓰는 능력이라 하면 '닥치고 재밌으면 그만' 식으로 소설을 쓰면 필력이 좋다는 건지...
세간에서 '누가 누가 필력이 있네 없네' 하는 말들을 하는데, 듣기에는 그럴싸 하고 이해할 듯 싶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대체 필력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수없어 이렇게 질문의 글을 올립니다.
A예문의 작가님들이나 B의 예문의 작가님들 모두 제가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누굴 비꼬고 조롱하기 위해 올린 글이 아니고, 순수히 '필력'이란 단어의 뜻을 알기위해 질문을 올립니다.
내공 냠냠 같은거 신고 들어갑니다.(음?)
아! 또 한가지...
지금 환상 문학을 즐기시는 분들의 나이가 대충 어떻게 되시는지?...
Comment '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