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연재하다보면 자연히 눈에 익는 분들이 있습니다.
새 연재분을 던져두고 나면 그 분들의 댓글이 가장 먼저 기다려집니다.
그 분들의 칭찬에는 세 배쯤 고무되고
그 분들이 시큰둥하게 반응하시면 세 배쯤 의기소침해집니다.
그 분들의 댓글이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걱정스럽고
그 분들의 댓글이 슬그머니 사라져 달리지 않게 되면
오랜 친구라도 떨어진 듯 마음이 아픕니다.
편마다 같은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부분 건필 아니면 잘 읽었습니다 정도의 짤막한 댓글입니다.
가끔은 의기소침해 지기도 합니다.
내 글은, 저 말 이상의 댓글을 끌어내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
하지만 저 또한 다른 글의 독자로써, 알고 있습니다.
그 짤막한 댓글 한 줄을 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고와 결심이 필요한지를.
그 과정 끝에, 두 번 세 번 썼던 댓글을 지우고
건필 혹은 잘 읽었습니다 로 그치는 댓글을 한 번이라도 써본 이라면
그 댓글의 무게를 가볍다고는 못할 터이지요.
메모를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메모의 내용은 다양합니다.
남들 보는 데서 오타 지적하면 작가님 기분상하실까봐...하는 다정한 이유를 대시는 분도 계시고
그냥 글 잘 읽고 있어요 한번도 댓글을 못 달아 드려서 몰아서 보냅니다 하는 흐뭇한 말씀도 있습니다.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메모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거야 맑은 날 있으면 비오는 날도 있게 마련인 거죠.
로그인을 했을 때, 반짝거리는 아이콘이 보일 때.
그리고 들어가본 메모함에 박혀 있는 것이 독자의 메모일 때의 설레임은
아마 작가가 아닌 분은 잘 모르실 겁니다.
미흡하고 못난 글을 추천까지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무 작가의 아무 글, 정말 재밌습니다 하는 짧은 글이든
나름의 체계와 어조를 갖추고, 정말 이렇게 훌륭한 게 정말 내 글인가 싶을 만큼 과분한 글이든
연재한담란에 뜨는 추천글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지간한 스트레스를 무효화 시키는 일종의 마력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적지 않은 수의 작가님들이
추천글을 모아다가 공지에 올려놓기까지 하실까요.
별 것 없습니다.
작가에게 추천글이란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와 관물대에서 몰래 꺼내 보는 여자친구의 사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새벽
지나간 연재글들에 붙은 댓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며 미소짓다가
제가 문득, 참 복받은 글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글의 독자님들, 그리고 그 누군가의 독자이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냥, 그 말을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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