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글.
아직까진 성실 일일연재.
글쓴이 : 한 성수.
다른정보가 필요하십니까?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그날 나는 죽었다.
내 검날이 그 자의 목젖을 찌른 순간, 시퍼렇고 붉은 불덩이가 가슴을 꿰뚫었다.
틀어와 박혔다.
가슴살이 움푹 패어 들어가고, 갈비뼈와 갈비뼈를 잇는 근육이 단숨에 찢겼다. 박살나 버렸다.
아프다!
내가 느낀 첫 번째 생각이었다.
정말로 난 아팠다.
아파서 죽을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떠들곤했던 주마등인가?
문득 처음으로 아비에게 팔려서 화산에 입문하던 망할 기억이 떠오른다.
무겁고 차갑던 검의 감촉.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무게라던 사부의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지겹도록 힘들던 수련의 나날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이런 짜증나는 기억따윈 아예 떠오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을.
그때 살점이 끊기는 아픔을 수백배 능가할 정도인, 심장이 터져나가는 고통이 밀려들었다. 빠르게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려나.
문득 내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분명히 화산의 전설인 자하구벽검(紫霞九擘劍)을 완벽하게 펼쳤다. 상대의 열 여덟겹이나 되는 강기를 꿰뚫고 목젖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런데 어째서?
왜 이렇게 죽어야하나. 죽어야할 자는 내가 아니라 자하구벽검에 목젖이 꿰뚫린 상대여야만하지 않은가!
나는 악이라고 쓰고 싶었다.
그랬다.
그때 필시 심장부위로 파고든게 분명한 시퍼렇고 붉은 불덩이에서 뿜어져나온 열기가 단전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방을 무너뜨리는 홍수처럼 거칠게 밀려들어갔다.
순식간에 텅비어 버린 머릿속.
일그러진 얼굴. 햐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자가 나직이 속삭였다.
- 애송이! 너는 아직 세상을 모른다! 이제부터 네 속으로 들어간 나의 분신과 함께 숨쉬고 다시 세상을 보거라! 그리고… 그리고…….
뒷말따윈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의 아픔과 단전이 산산조각나는 고통에 눈을 부릅떴다.
자하구벽검!
내 인생, 그 자체나 다름없던 친구를 잃어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날 둘러싼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주 빠르게.
제가 대신 서장을 올려봅니다. 어렵사리 추천하셨는데 타박하지 말아주시길...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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