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한님의 애기별꽃 서문입니다.
한번 보시옵고, 이 멋진 글과 함께 호흡을 맞추실지
아닐지는 독자분들께 맡기겠습니다.
정말이지... 온몸의 소름이 쫙 타고 올라와 머리끝에서
충돌하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습니다!
(추천 용으로 서문을 옮겨왔습니다. 류재한님께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허락을 구합니다.)
미안하다.
피를 뿌리면 그것이 꽃이 되어 피어날 줄 내 알았다.
보듬어 주지 못했던 과거.
그렇게 두 팔로 안아 줄 수 없었던 세월 앞에 미안하다.
모르고 살았다.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내 살았다.
늦어버렸다.
내미는 손끝 너머에 소담한 사랑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떠나버린 인연 앞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해줄 수 없어 내 미쳐버렸다. 피 묻어 떨리는 손으로 하얀 그리움 한 송이 꺾고 이제야 내 운다.
눈물도 흘릴 수 없다.
나의 몸에 흐르는 눈물은 붉고 비릿하다.
그런 회한을 내 보일 수도 없어 내 이렇게 어금니를 물었다.
울음
그것은 참겠다.
구토하는 비명은 참아 내겠다. 터져버릴 것만 같은 비명이 노래가 되어 너를 구할 때까지 ... 참겠다.
사소한 나날.
그 속에 잊고 살았던 너와의 추억들.
몇날이나 내가 너를 품었던가?
그래, 내 미안하다.
오욕의 칼을 들고 너를 찾아다닌 세월. 미안하다.
애기별꽃.
아무도 돌보지 않는 너의 이름 앞에 내 다시 선다.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영혼.
살아있어 부끄러운 사람이 되어 너의 앞에 내 선다.
돌아와 서면, 기억 너머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줄 내 알았다. 하지만, 잊히지 않고 서 있는 것은 난폭해진 가슴이 저만큼 녹아내린 고통뿐이다.
결코 버릴 수 없는 인연, 그래서는 안 될 사람.
너의 이름이 그림자가 되어버린 지가 오래다.
세월은 하얀 손을 흔들며 떠나버렸고, 너의 앞에 남아있는 흔적은 생채기 진 나날뿐.
그렇게,
그 동안 너는, 수 없이 피었다가 다시 져버렸다.
낯선 얼굴로 지나가는 세월 앞에 부질없는 나를 찾았겠구나.
외롭게 불렀겠구나.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내 알면서도 끝끝내 미안하다.
사랑아.
내 있음에도 너는 외로웠구나.
진즉에 사랑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여, 내 고백하지 못한 나날이 사무치게 미안하다. 오열하며 미안해하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낯짝이 부끄러워 하늘을 본다.
미워라.
하늘이 미워라.
수 많은 나날 앞에 또 내가 그 자리에 서 있지 못했다.
하늘이 미워 고개를 숙이면 내 앞에, 넌 하얀 꽃이 되어 떨어진다. 또 그렇게 꽃잎 져버린다.
소중했던 사람아.
너의 사소한 나날을 지켜주지 못해서 내 미안하다.
몸이 저리는 봄볕에, 여름날 빗줄기의 노래와 춤추는 가을바람 앞에, 눈송이 되어 사라지는 끝자락에서도 너의 작은 나날을 지켜봐 주지 못해 내 미안하다. 갈 곳이 없어 다시 돌아와 서 있는 내 얼굴 앞에 넌, 그자리 그대로이다.
고맙다.
세월은 저만치가도 기억은 너의 머리에 꽃처럼 꽂히었다.
내 사람아.
칼 끝에 아름다이 꽃을 피우면 용서 받을 줄 알았다.
몸부림 끝에는 너의 목소리가 들릴 줄 내 알았다.
하지만 나의 꿈은 세월의 뒤편에 묻혔다.
그러니 딱 한번만,
딱 한번만 기회를 다오.
너의 사소한 의미들을 껴안고 다신 놓지 않으리라.
웃으마.
입술을 벌벌 떨며 내 웃으마.
그 웃음 앞에 용서는 바라지 않는다.
더 이상 멀어지지만 말아다오.
사소한 내 인연아.
내 피는 검붉고 기억은 하얗구나.
하얀 애기별꽃, 내 사람아.
돌아갈 수 없고, 돌아오지 않는 세월이라 내 미안하다.
이젠, 뒤돌아서지 않으리라.
미안해할 사람을 기억하지 않으리라.
꿈을 묻는 곳이 어딘지 내 이미 알고 있다.
그곳으로 이제 내 가마.
기다리지 마라.
기다리는 세월만큼 너 외로울 테니, 나를 기다리지 마라. 기다리지 않아도 너의 곁에 내 벌써 가 있으마.
애기별꽃.
내 사소한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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