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겠다는 희망의 숨결마저 얼어붙어버린 파름산맥.
시린 눈 쌓인 그 거친 골짜기에 여섯 이방인의 발자국이 어둠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살을 에는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멈춰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비콘!
이 산을 지배하는 망령들!
인간의 고기를 탐식하는 식인귀들!
이방인들은 비콘떼에게 쫓겨 지쳐가고 있었다. 이야기는 지친 한 소녀가 쓰러지며 시작된다. 마치 도미노라도 되듯 그 소녀가 쓰러지자 이방인들은 죽음이 도사리는 대지에 겁 없이 주저앉아버렸다. 더 이상은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을 지경에 처해버린 것이다.
늙은 셰르파(등반안내자)는 그들을 재촉한다.
이대로 앉아있다가는 언제 비콘떼에게 잡혀 살점이 뜯겨나가고, 윤간을 당할지 모른다고 한시바삐 일어나기를 종용한다.
허나 마치 불난 집에 온몸에 기름을 끼얹고 달려드는 것처럼 위험했던 여정은 결국 내분이란 이름으로 절망을 노래하기 시작한다. 진정 신은 그들을 등져버린 것일까? 그들의 곁을 도사리고 있던 어둠마저 덮쳐오고야 말았다.
비콘!
핏덩이가 끼어있는 흉측스런 이빨을 드러내며 덮쳐오는 무리들!
그들의 손에는 이방인들의 살을 찢어 발기고, 다리를 벌려 강간할 날카로운 무기가 들려있었다!
이방인들은 보았다.
새하얀 눈꽃송이 대신 늙은 셰르파의 살점이 뜯겨나가고, 순결했던 대지가 한낱 탐욕에 젖은 핏방울로 물들어가는 장면을! 절망이란 어둠을! 그렇게 한 줄기의 희망도 없이 모두가 절망의 나락에서 아우성칠 때!
누가 쏜 건지도 모른다.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뺨을 스치고 비콘의 심장에 박혀버린 화살만이 보였다.
고명씨의 [바람의인도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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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을 덧붙이자면, 고명씨는 저의 유일한 필우입니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쓰는 추천글이 필우의 글이라면 너무 속이 보이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정말 좋은 글인데 단순히 친분때문에 하는 추천으로 비취질까봐서요.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필우이기 때문에 추천을 한 게 아닙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제가 고개 숙일 만큼 추천해도 아깝지 않은 글을 쓰기에 그를 필우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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