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4 골라먹자
작성
06.11.04 23:16
조회
1,454

전에 정규연재란에 연재할 때는 선작수 70까지도 꽤 오래 걸렸는데, 벌써 150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ㅠㅠㅠ

개념 미탑재에, 개연성 제로, 과학적·역사적 고증 따위 쥐뿔도 없음!

무개념하렘먼치킨고어무협소설

사바세계 - 작가연재란

몇몇 분들께서 사바세계를 '개념조사관'이나 '니가신해라'처럼 양판소를 비꼬는 풍자소설 정도로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비꼬는 소설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개념 먼치킨입니다 ㅠ 오히려 비꼬아질 만한 깽판소설!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후다닥)

***

불쾌한 이미지가 끓어오른다.

핏물을 머금은 흙이 새카맣게 썩어간다.

삐뚤어진 인과의 톱니가 뇌의 살점을 긁어낸다.

─ 이 세상은 미쳐 있다.

거리에 밴 피냄새.

쇠붙이에 들러붙는 노란 지방질.

바닥에 아무렇게나 처발라진 인간의 살점.

오가는 사람들의 무심한 시선.

─ 어째서 다들 가만히 있지?

딱딱하게 굳어버린 피 웅덩이에 발을 담근다.

무언가가 빠지직 소리를 내며 얇게 부서진다.

그 한가운데 나동그라져 있는, 한때 인간이었던 단백질 덩어리가, 무기질적인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이것 봐. 뭐라고 말 좀 해봐라. 구경이라도 해봐.

죽었다. 죽였어. 사람이 죽었어. 내가 죽였다.

너희는 관심이 없나? 나를 봐. 여기를 봐. 주목해라.

몇 번이고 울부짖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액체 상태의 납덩어리가 목구멍을 꽉 틀어막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성큼, 다가간다.

단백질 덩어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처참할 정도로 갈아 으깨어진 살덩이를 손에 한 줌 쥐어본다. 입가에 가져가자, 구역질이 치밀 정도로 매캐한 쇠 비린내가 코끝에 확 퍼졌다.

─ 심장이 움찔 경련한다.

우선 제단사가 천을 자르듯이 부드럽게 머리가죽을 갈랐다. 그런 다음 정성스럽게 피를 닦아내 새하얀 해골이 드러나게 했다. 조금 힘을 주었을 뿐인데도, 흠집이 나 있던 두개골은 세로로 곱게 쪼개졌다. 구불구불한 뇌 속을 헤집자, 뇌수인지 뭔지 모를 액체가 손가락을 더럽혔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에 개의치 않고, 한동안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시체를 열심히 헤집은 끝에 생각했다.

─ 아아, 역시 사람이잖아.

이건 사람이다. 사람이야. 나와 같은 사람. 역시 인형 따위가 아냐.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죽은 거다.

그런데 왜지? 어째서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저들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 건가?

─ 아니,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아니다.

길 한복판에서 시체를 헤집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단지 피 웅덩이에서 진동하는 비린내를 피해 멀찌감치 돌아서 갈 뿐이다. 역겨운 광경에 인상을 쓰면서도, 당연한 듯이 저마다의 일상을 수행할 뿐이다.

─ 이 세상이 미치지 않았다면 내가 미친 거겠지.

거스르는 일 없이, 주어진 방향으로 흘러갈 뿐인, 살과 뼈와 피로 이루어진 인형(人形)들의 세계.

이 순간의 희열이 환희인지 광기인지 분간할 도리가 없다.

생각해 보면, 둘 중 어느 쪽이 미친 거라고 못 박아둘 이유도 없다. 지각할 수 없는 세계 따위는 눈앞에 떠다니는 먼지 한 톨 만한 가치도 없는 법이니까.

세계가 뒤틀렸다면, 나 역시 뒤틀린 채로 살아가면 그만이다.

이대로 미친 듯이 찢어 부수고, 갈아 뭉개면, 피와 살점이 사방에 덕지덕지 칠해져 있는 이 세계의 뒤틀린 축도, 언젠가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날이 있겠지.

다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이 미쳐버린 세계가 아무래도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 같다는 사실이니──.

그래. 이건 게임이다.

어느 누가 이기는지 한 번 해보도록 하자.

나와 세계─ 둘 다 미쳐버리던가, 둘 다 정상으로 돌아오던가다.

세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당연히 환영한다. 내가 미쳐버리는 것도 나쁠 건 없겠지. 미쳐버린 나는 세계가 미쳐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테니까. 말했듯이, 지각할 수 없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문제는── 내가 아직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이다.

하지만, 뭐, 어느 쪽으로든 금방 결론이 나겠지. 되도록이면, 세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편이 좋겠지만.

킥킥킥, 생각해 보니,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나도, 내가 그걸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내가 먼저 미쳐버렸다고 치면, 미쳐버린 나는 세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할 테니까.

뭐, 아무렴 어때.

괴로운 건 지금 뿐일 테니까.

***

연재알림 홍보는 이번까지만 하고,

앞으로는 분량이 쌓일 때까지 질주하겠습니다 >_<)/

사바세계 - 양준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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