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은 분들이 추천하셨고, 또 무협을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이 이미 사랑하고 있는 작품이라 이제 와서 추천하기가 좀 쑥쓰럽습니다만... 그래도 거기 한팔 더하는 심정으로 부족하나마 추천합니다.
정연란의 고대산전기... 이미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죠. 저는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추천받고 있는 작품이고 해서 이미 출간된 작품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처음 저의 시선을 끈 점은 담담한 시작이었습니다. 한 어린 아이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하는 시작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서 잔잔한 내용의 소설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출신도 더더욱 저의 이런 예상에 힘을 더했죠. 문으로 일가를 이룬 아비의 아들이라...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저의 예상은 틀려지더군요. 아직 약관에도 이르지 못한 젊은 그에게 태산과도 같은 짐이 지워져 있었습니다(저는 그 사실을 현재 연재된 마지막 부분까지 읽고서야 겨우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홀로 가야만 하는 길,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길,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만 하고, 행해야만 하는 그 길...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그가 마침내 그의 사명을 다하고 그의 꿈을 이룰 것임을... 물론 모든 무협의 주인공들이 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확신을 하는 것이지만... 만약 내가 무협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대산'이라는 인물을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이라 해도 이런 확신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인물됨 때문이죠. 그는 큽니다. 키가 칠척에 이르는 거한이죠. 그래서 보는 이들이 모두 그를 '신장'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그의 키보다 훨씬 크고 광대합니다. 그 자신은 마음이 큰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고 겸손히 말하지만, 그는 이미 하늘을 가슴에 품은 사람입니다...
이미 주인공의 인물됨에 대해 좀 설명드렸지만,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인물을 만났습니다.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는 참으로 올곧은 사람입니다. 좋은 아버지와 좋은 스승을 둔 덕일까요? 주관이 너무도 뚜렷하고 그 주관을 따라 걸어가는 그의 의지도 역시 너무나도 굳건합니다. 마치 무소의 뿔처럼 자신이 가야할 길을 똑바로 걸어갑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언제나 그렇듯 만남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고대산은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기에 그의 심지는 태산과 같이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와 만나는 사람들이 변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매력에 빠지고, 그를 좋아하게 됩니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도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자신을 관조하고 세상을 관조하고, 사람들을 관조하지요...
이런 류의 소설은 자칫 잔잔하게 흘러가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많은 무협들을 보면서 어느새 익숙해진...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져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던 수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무와 협이 주는 본질적인 감동들... 처음 무협을 접했을 때 느꼈던 사나이의 피를 끓게 만드는 무와 협, 그리고 강호에 대한 순수한 동경... 이 소설을 만나면서 다시 기억해냈습니다...
끝으로 슬픈 비라는 뜻을 가진 비우님... 참 내공이 강하고 기본이 잘 닦여 있는... 마치 소설 속에서의 주인공을 보는 듯한 필력의 소유자입니다. 이런 분의 소설을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저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고대산 전기 보지 못하신 분 계시면 주저마시고 달려가세요. 편수는 그리 많지 않을 지 몰라도(제 기준입니다. 순전히 제 기준...) 한 편당 분량은 상당하고, 또 쉽사리 스크롤을 내릴 수 없는 무게감 있는 내용에 완독하시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고대산의 향후 강호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참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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