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6 아직풋사과
작성
06.09.10 23:11
조회
371

이런 글을 한담란에 써도 될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지만.

저는 글에 대한 재능이 정말, 미치도록, 죽도록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동화책으로 시작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판타지란 녀석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꽤 다른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판타지를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글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끄적거려서 몇 편 올린, 지금 생각하면 참 변변찮은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올릴 때 좋았고, 기뻤습니다. 내 글이 인터넷에 올라가서 누군가가 보다니!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못보던 문학작품도 읽어보고, 나름대로 판타지에서 벗어난답시고 순수문학에 관해서는 들춰보았습니다.

결과는 최악. 갈수록 심장이 쪼그라들고 숨을 쉴 수가 없더군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최악. 최저. 이 두 단어만이 머릿속을 뱅뱅 돌면서 외쳐댑니다. '그만 쓰시지 그래'

너 따위 녀석의 글 따위는 아무도 보지 않아.

너 따위 녀석이 글은 써서 뭐하게?

공부는 안 해? 아직도 꿈속에서 허우적대는 거냐?

나이가 몇 살인데 이런 거나 하고 있는 거야?

아직도 착각 속에서 살고 있냐? 이제 그만 포기해.

맞춤법 하나 틀릴 때마다 오케스트라 급의 사운드로 귀를 때리는 비판이 있습니다. 네, 마음의 소리입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어서 더 속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봐주고 있어, 내가 좋아하니까 글을 쓰는 거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 나이는 상관 없잖아? 포기할 수 없어. 소리치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도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밖에 나갔습니다. 침침한 날씨였지만 제게는 밝아보입니다. 요즘에 들어서 글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듭니다.

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녀석도 저랑 비슷한 수순을 밟았지만, 고 1 때부터 판타지에 손을 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 녀석도 한 때는 글을 썼고, 나름 출중한 글솜씨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쓰지 않습니다. 녀석이 고 1 때 저에게 지나가듯 말했습니다.

'어차피 포기할 거 그냥 빨리 포기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 웃으며 넘겼지만 제 마음 구석에서는 낄낄거리는 비웃음이 들렸습니다. 친구는 말해놓고 미안했던지 한 마디를 더 붙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네가 더 썼으면 좋겠다. 나처럼 말고.'

지금은 꽤 멀어진 기억입니다. 1년을 넘어섰군요. 더불어 저도 머리가 컸고, 그 때와는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을 출판하는 일이 꿈입니다.'

지금은 발을 놓지 않는, 어느 사이트에서 봤던 문구입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가진 꿈은 한 가지입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즐겁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오는 꿈입니다. 하지만 힘듭니다. 여러 번 실패했고, 여러 번 재기했습니다. 또 한 번의 고비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에는 힘들 것 같네요. 내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두서난방인 잡문을 여기까지 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Comment ' 11

  • 작성자
    Lv.14 한빈翰彬
    작성일
    06.09.10 23:12
    No. 1

    으음.....힘내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위선의폭풍
    작성일
    06.09.10 23:24
    No. 2

    수고 하셨습니다. 제 꿈은 출판은 아니지만 원하는 것 중 하나는

    [타협]없이 행하는 출판입니다.

    담고 싶은 것을 모두 담고 잘리지 않은채 출판할수만 있다면

    사실 계약금 안받고도 할 본인이니까요.

    저는 외골수인데다가 집착이 강한걸 넘어서 미친 수준이라

    제 글에 손대는 걸 엄청 싫어하거든요.

    저같이 미친놈도 있으니, 열심히 하세요.

    꿈은 이루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심혼(深魂)
    작성일
    06.09.10 23:28
    No. 3

    힘내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노경찬
    작성일
    06.09.10 23:30
    No. 4

    저도 제 이름 석자가 찍힌 책을 갖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16살부터 습작을 시작했으니, 제가 가뫼오님보다 늦게 시작했군요.
    쓰고 또 쓰고, 재미없다 생각되면 버리고 그런 날이 반복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 글을 읽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실 투고도 많이 했습니다.
    그 때는 그랬지요. 왜 내글을 못알아주는 것일까....
    지금 제 습작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그래서 2권분량의 습작은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반성하기 위해.
    열정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시고 계속 쓰세요.
    저 역시 쓸 때마다 과연 내가 재주는 있는 것일까? 하면서 계속 고민합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을 보면, 난 왜 이렇게 못쓰는 것일까? 자책하면서도 완결을 보기 위해 씁니다.
    며칠전에도 심각할 정도로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과연 내가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일까? 를 말입니다.

    가뫼오님께 이야기 드리고 싶은 것은...
    완결을 보시라는 겁니다.
    완결된 글이 하나하나 늘어갈 때마다 실력이 는다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저도 처음 연재할 때, 한 사람만 봐주신다면 완결보겠습니다. 하고 약속하고 시작했습니다.
    가뫼오님도 그렇게 한 번해보세요. 그리고 끝까지 해보세요..
    초보 글그리는 이의 건방진 충고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韶流
    작성일
    06.09.10 23:40
    No. 5

    후 ;ㅁ; 솔직히 말씀드리면 문법틀리는 순가 작가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껴야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중에 나와았는 함량미달의 책들.. 모두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공통된 생각으로 작가와 독자의 암묵적합의(?)에 의해 범람하고있지요. 단지 그들과 틀린점이 있다면 출판하느냐 출판하지 않느냐..의 차이점이랄까요 즐기는 수준은 상관없으나 일반 출판한 이상 그에 준하는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책임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히 즐길것이라면 쓰잘데기 없는 목소리는 무시하면 그만이고, 그게 아니라면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길...... 저도 한때는 정말 한때는 고민 꽤 했던 부분이라고 생각되네요. 요즘 출판사는 오탈자도 제대로 교정 안해주나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검빈
    작성일
    06.09.10 23:50
    No. 6

    안타깝네요...아무도 가뫼오님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서 가뫼오님의 속앓이를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힘내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군요. 힘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피하지마요
    작성일
    06.09.11 02:46
    No. 7

    저기요....지금 고2 라는거죠?
    이제 겨우 18세...당장 출판 못하면 밥굶는 딸린 식구가 있는것도 아니고요. 이런 고민을 하기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요?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는데 '난 더이상 안되는건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이미 끝입니다. 걸어온 길을 돌아기보기 보다는 걸어가야 할 길을 향해 보세요. 수 많은 날들이 남아 있고 무수한 길이 있습니다.

    지금 안된다면 다음에 하면 됩니다. 오늘이 안되면 내일 하면 됩니다.
    꿈을 잊지 않는다면 10년후에도 가능합니다. 벌써 포긴 왜 하려고 하는지요.
    진짜로 하고 싶다면 죽을만큼이 아니라 죽을때까지 노력해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망겜제작위
    작성일
    06.09.11 09:11
    No. 8

    오타나 오자에 부담을 느끼실 필요는 없습니다. 스스로가 완전히 잘못된 단어를 옳다고 생각하고 쓰셨다면 모르되(예를 들어 낫다를 낳다라고 쓰셨다든가.. 요새 이런 실수 하는 분 은근히 많더군요), 그렇지 않다면 단순한 실수일 뿐이니까요. 프로가 되고 싶으시다면 그런 지엽적인 부분보다 좀 더 본격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내 이야기의 어떤 점이 재미있는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남들도 보고싶어할 만큼 재미가 있는가, 내가 쓰고 싶은 캐릭터는 계속 보고 싶을 만큼 매력이 있는가...
    어차피 오타의 경우 어지간해선 퇴고나 편집에서 다 걸러져 나옵니다. 오타에 신경쓰지 마시고, 좀 더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시면 반드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이 나올 날이 오실 겁니다.
    건필하시길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워포이
    작성일
    06.09.11 09:45
    No. 9

    이런 고민을 하시는것 자체가
    계속 성장한다는 증거죠.
    낙담하거나 자신을 깍아내리는 고민만 하지 않는다면
    해뜰날이 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전투망치
    작성일
    06.09.11 16:20
    No. 10

    그런데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고2면 그냥 공부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게 잘 안되는것이 사실이지만 말이지요. 설정같은 것은 공책한권을 꽉채울 정도로 꾸준히 만드십시요.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서 사회에 나온 후에, 사회를 겪어 보십시요. 그런 후에 글을 쓰시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솔직히 고등학생들의 사고와 사회인들의 사고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아직풋사과
    작성일
    06.09.11 20:38
    No. 11

    예, 모든 분들의 충고와 응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약간이라도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되었네요 ㅜ_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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