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밑에 <해동협>님이 쓰신 글과 그에 대한 리플들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 봅니다.}
최근 들어 장르시장이 활발해짐에 따라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좋은 작품들도 많지만.... 그만큼 질이 떨어지거나 부족해 보이는 것들이 눈에 많이 띄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통렬히 지적하기에는 현재 우리 나라의 출판 시장이나 현실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현재 많은 판타지, 무협 작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초내기 작가들도 있겠고, 여러 작품을 내면서 성숙된 작가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중에서는 '이것은 아닌데' 라고 생각될 정도로 문체나 내용에 있어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간혹 눈에 띌 겁니다.
허나 대다수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그만큼 완성된 작품을 내보이고 싶은 것은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적은 인세나 원고료 받고 그런 수준의 작품을 원한다는 것도 사실상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것도 힘든 판국인데... 그 정도의 퀼리티의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지요.
물론 불가능한 것 자체는 아니지만.... 노력의 댓가 정도의 판매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요즘 명작이라 할 만한 수준의 글들도 판매가 부진해서 조기종결되고 있는 판국인데.....
그렇게 되려면 우선 판매가 뒤따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일단 저도 책을 쓰는 입장이다 보니 하는 말이지만.....
저도 그러한 명작을 쓰고 싶고... 또한 그러한 철저한 자료들과 내용들을 함유한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일단은 돈이 따라줘야 그만한 일도 할 수 있는 거지요.
먹고 사는 것도 해결이 안 되는데... 당장 굶게 생겼는데....
작품의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현실적인 돈문제를 무시하고 작품을 쓸 수는 없는 거지요.
제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판매가 될 수 있다면 하나의 작품을 가지고 평생을 노력해 조사하고 자료를 찾아가며 쓸 요량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작품을 쓰고 싶어, 한때 그와 같은 작품을 구상하기도 했지요(물론 지금은 포기했습니다. 조사해야 할 내용들도 너무 방대한데다가 전문지식들도 많았기에 말입니다. 아마 이 글 쓰려면 십년 정도는 필요할 듯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가 스스로가 진정한 완성도를 갖고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 해도 현실이란 벽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저희 나라 시장은 열악합니다. 일단 잘된 작품이라 해도 판매를 자신할 수 없고, 또한 장르계열에서는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해도 판매가 부진하면 조기종결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도저히 그런 철저한 완성도의 작품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작가들도 그만한 작품을 쓰고 싶지만....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더군요.
출판사의 압력을 받으면 당연히 쓰고 싶은 내용도 줄이고, 애초에 정해진 스토리도 다 쓰지 못하고 줄여 완결짓는 것이 다반사인 상황이니까요.
그러니 당연히 우선 먹고 살자면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쓰는 수밖에 없지요. 물론 몇 유명 작가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실 대박 터지는 작가분이 아닌 이상.... 책만 팔아서 먹고 산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무리라고 봐야 할 겁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이 아닌 이상 부양가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에는 우리 나라의 국민성도 한 몫 기여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빨리빨리.....
일본 같은 경우는 한 작품이 완성을 위해 늦어지더라도 독자들이 끈기를 갖고 기다려줍니다.
하지만 저희 나라는 한두달 내로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리는 작품이 되지요. 그렇게 되면 판매는 물론이고 작가의 이미지 또한 '이 작가는 항상 작품이 늦게 나오니 보지 않는 편이 낫다'라는 인식이 되어져 다른 작품을 써도 판매에 지장이 갑니다.
그러니 작가는 황급히 글을 쓸 수밖에 없고, 당연히 작품의 질은 떨어지기 쉽상입니다.
물론 드래곤 라자를 비롯한 작품들이나 수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한 작가분들은 예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의 찾기 드문 경우입니다. (드래곤 라자 같은 경우는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깊은 심도를 담아냈지요. 하지만 그러한 작품을 쉽게 쓸 수 없으며, 명작이라 할 만한 작품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의 준비가 필요한 법입니다.)
대다수의 작가분들의 처지가 제가 설명한 바와 같으니.....
사실상 질 좋은 작품을 쓰지 못한다고 해서 작가들을 너무 질책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됩니다.
<<레니우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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