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진지하게 생각해봅시다.
예를 들어, 소림사하면 우린 두 군데를 생각합니다.
하남성 등봉현 숭산의 소실봉에 있는 북소림과
복건 보전의 남소림이죠.
무당하면 여기야 오호십육국 시대 전진의 황제 부견이 백만대군을 몰고 천하통일한다고 내려오는 바람에 남북조가 사활을 걸고 맞붙었던 전장인지라 하북성 균현 무당산이다, 이런 정도는 다들 아신다 이겁니다.
이렇게 무협을 쓸때 보면, 대개는 사람들이 알고있는 기성관념에 기대어 설정을 차용합니다. 아무리 환상의 세계라도 기존의 기성관념에 기대는 이상 지켜야할 금도가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육화탑은 항주 근처 전당강가에 서있고, 황학루는 무창에 있는 줄 다녀오신 분들도 많으시니 잘 아시는데, 육화탑이 갑자기 대안탑 자리에 나타난다든가 황학루가 항주 서호변에 나타난다든가 이러면, 대략 난감한 일이란 겁니다.
(아래 예를 든 동악 태산이 갑자기 중국 서남부에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 사태란 말이죠)
물론, 무협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설정을 차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글도 없지는 않죠. 그런데 아쉽게도 대부분은 기성관념에 기대면서도 스스로 '무지'를 너무 명백하게 드러낸다 이겁니다.
뭐, 판타지 쪽도 예전에 제가 지적한 사롑니다만, 꽤나 인기있는 글인데 자작(Biscount)위의 작위가 남작(Baron)이라고 설정으로 밀고가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아예 전혀 상관없는 설정(예를 들어 하얀 로냐프 강의 그것처럼)으로 가실 것이지.
밑에 읽어보니 누가 그런 걸 공부해서 따지느냐 하시는데, 안 그렇거든요. 저도 무협 쓸 준비하러 두 번이나 중국에 갔었습니다만, 작가분들 직접 가보시거나 자료를 사모으시거나, 하여튼 준비 많이 하시고 쓰시는 분들 많습니다.
뭐, 대부분의 형편없는 서술은 인터넷만 관심 가지고 뒤져보셔도 태반이 잡으실 수 있습니다만, 아무튼 양산형 자뻑물도 머리 복잡할 때 시간 때우기엔 좋으니 고맙게 읽고 있지만, 읽다보면 수준이 영 눈에 거슬리니 좀 신경써서 정성들여 쓰시라는 소립니다. 그래야 돈 내고 사거나 빌려보시는 분들께 좀 덜 미안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작가라면 자기 글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데(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런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날림글을 내놓고 부끄럽지 않던가요?
쓰다보니, 시작부터 진지할 수 없는 주제네요. 어찌 보면 뭐라 쓰든 쓰는 사람 맘이니까.
그저 좀 더 즐겁게 글 읽고 싶은 푸념 정도라 받아들여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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