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져서.
그도 그럴 게 소설을 보면 어떻게든 '아무도 희생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미래'처럼 보이는 길을 연출하는 일이 많잖습니까?
이게 잘 쓰면 정말 가슴이 벅차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적이지만, 많은 것들을 보면 그저 안이한 전개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런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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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지구를 배경으로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한 천년 전 쯤에 우리가 살고 있던 지구가 실은 그 때부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별로 변할 위기였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천년 전 쯤에 지구에 살던 인류는 이미 멸망해야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 외계인이 와서 천년 전 당시의 지구의 인간과 친해졌고, 그 때문에 지구가 당장 멸망하지는 않도록 도와주기로 합니다.
이 외계인은 지구인 친구에게 미련이 남지 않도록 어떤 도구를 통해 딱 천년 정도만 지구가 연명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천년이 지나면 다시 그 도구를 회수해갈테니 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도구는 원래 외계인이 자신의 별을 써야 될 물건이었지만, 지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친구에 대한 호의로 빌려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지구인 친구는 외계인에게 천년 뒤엔 반드시 그 도구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으며, 그 도구의 힘의 부산물 같은 것으로 천년 이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천년 뒤 약속이 날이 온 시점. 이 때 아직 살아있는 지구인 친구는 외계인에게 빌렸었던 도구를 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돌려주면 얼마 안가 인류는 멸망해 모두 죽게 됩니다. 그렇다고 돌려주지 않으면 친구에 대한 신의를 어기는 것은 물론, 외계인의 별이 되려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빌렸었던 도구를 대체할 다른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구인 친구도 신의를 지키기 위해 대체수단을 찾으려 노력했었지만 천년으론 불가능했었습니다.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찾는 게 가능하려면 최소 몇 십만년 이상을 잡아야 할 정도로 요원한 일입니다.
그럼 이 지구인 친구가 소설 주인공 입장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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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정리하자면 천년이 막 된 시점에서 지구인 친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딱 3가지밖에 없습니다.
1. 외계인 친구에게 순순히 돌려주고 멸망을 받아들인다.
2. 어떻게든 돌려주지 않으려 저항한다.
3. 타인에게 선택을 맡겨 방치하고 자살이라도 한다.
딱 이 정도. 여기서 외계인까지 포함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굳엔딩 같은 길은 '절대' 없는 것이라는 것이 전제입니다. 그렇기에 위의 선택지밖에 고를 수 없다는 것이지요.
1번의 경우는 자신의 선택으로 죽어갈 인류의 최후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2번의 경우는 친구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어디에 있는지 모를 친구의 별의 사람들의 죽음을 요구해야 합니다.
3번은 사실 선택지조차 아닌 무책임의 극치이겠지요.
과연 여러분이라면 소설 속의 주인공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PS - 근데 전 기간 내에 공모전 글 쓰기도 바빠죽겠는데 왜 이런 글이나 쓰고 있을까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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