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란에서 철학 얘기가 나와서 저도 한 말씀 해보면,
철학은 아주 간단한 것입니다.
철학이란 학문이 밝히고 싶은 건 딱 두 가지예요.
어떤 철학의 하위 범주(혹은 분야)도 이 두 가지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1. 나는 누구인가
2.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1에서 존재론, 인식론 등이 등장하는 것이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공간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형이상학이 나오는 것이겠죠. 2에서는 윤리철학이라던가, 현대 철학의 주요 주제인 타자와 나,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등등이 파생되어 나오는 것이죠.
물론 1과 2가 서로 동떨어져 있지는 않겠죠.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대체 어떤 놈이지 하는 의문이 떠오를 테니까요. 반대의 경우도 성립할 테구요.
소설 작품에 어떤 철학이 느껴진다고 한다면(한국에서는 순수문학 작가들이 이렇게 우기곤 하죠) 그것은 소설 속 인물들이 저런 질문을 끊임없이 해대고 저런 질문들을 독자들이 느끼게 한다는 것이죠. 저 두 가지 질문을 파고드는 게 바로 철학적 작품(이 말도 좀 이상하긴 하지만)이 될 것 같네요.
사실, 작품 속의 철학과 재미는 서로 다른 범주가 아닙니다. 재미 있는 얘기 속에 저 두 가지 질문의 무게를 독자들에게 묵직하게 전해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좀더 얘기를 확장해 보면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구별은 정말 무의미한 헛짓거리에 불과합니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런 글 쓰니까 좀 뻘줌하네요.
Commen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