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같은 경우에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런닝 타임이 두 시간 정도인 ‘짧은’영화와 달리 소설은(국내 장르소설의 경우) 10권 가까이 되기 때문에 몰입하는 시간 자체가 다르니까요.
뭐라고 해야할까요. 지켜보는 시간이 긴만큼 더 정이 든다고 해야할까요?
영화 속에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지켜본 인물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해도 그 ‘찝찝함’이 제법 긴 편인데... 소설의 경우에는 그 찝찝함이 이어지는 기간이 영화의 몇 배는 됩니다.
세드/베드 엔딩을 선호하는 창작자들은 곧잘 이런 말을 합니다.
“기억에 더 오래 남고 싶다. 여운을 길게 남기고 싶다.”
물론 기억에 더 오래 남고 여운도 길게 갑니다. 다만 저와 비슷한 독자/관람자의 경우엔 찝찝함이 오래 가는 터라... 해당 창작자의 작품은 더 안 보게 되죠.
- 물론 납득이 가는, 그리고 감동적인 세드/베드 엔딩이라면 정말 창작자가 의도한 대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오히려 세드/베드 엔딩을 선호하는 수용자들도 있고요.
좀 횡설수설이 되는데(...)
세드/베드 엔딩을 어설프게 썼다가 차기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본다면,
일단 네이버 웹툰의 아스란영웅전이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역량부족이라 인정한, 다소 무리한 베드 엔딩을 억지로 낸 탓에 차기작인 스페이스킹은 꽤나 준수한 재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죠.
아스란영웅전을 재미있게 봤던 독자들이 ‘이번에도 그렇게 엔딩 날 것 같아서 못 보겠다.’며 안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스페이스 킹이 아스란 영웅전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일본 라이트 노벨 쪽에도 비슷한 사례가 꽤 많습니다. 모 작가의 경우 러브 코메디로 인기를 끌었는데, 중간권부터 급 시리어스 노선을 타다가 정말이지 캐릭터를 파괴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전개 끝에 베드 엔딩을 냈습니다. 그리고 차기작은 ‘분명 또 나중가면 그렇게 하겠지.’하는 독자들의 외면에 의해 조기 종결. 이후에는 아예 책이 안나오는 것으로 압니다.
음, 말하다보니 마치 세드/베드 엔딩을 내면 안된다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해피 엔딩만 넘쳐나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문제겠지요.
이 글은 일단 제 개인적인 선호에 관한 글입니다. 아니, 정말로(...)
제 개인적인 해피 엔딩의 기준은 일반적인 해피 엔딩 기준과는 좀 다릅니다.
‘세상이 어찌되든 주변인물이 몇이 죽는 일단 주인공 커플이 살아남아서 행복하게 살면 해피엔딩’이 제 해피엔딩의 기준이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는 세드/베드 엔딩인 것도 제게는 해피엔딩일 때가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저 조건을 벗어난다해도, 안타깝지만 수긍할 수 있는 엔딩이면 찝찝함보다는 안타까움, 아련함 이런 여운을 길게 가져가고요.
언제나처럼 횡설수설이 되었는데...
제목 그대로 소설의 경우 영화보다 엔딩의 여운이 오래갑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몰입하는 시간 자체가 다르니까요.
때문에 판타지/무협과 같은 장르소설에서 세드/베드 엔딩은 그만큼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소재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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