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통통배함장
작성
12.12.27 19:39
조회
6,511

<범할 권리>제 얘기 좀 들어보실래요?

 

 

 

 

낯선 사람들이 능숙하지만 감정 없는 손놀림으로 내게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셋팅해 흰 가운을 입은 한 남자 앞에 도착했다. 말끔한 연구실에서 남자는 나를 보고 웃는다. 내 몸에 기계를 이리저리 훑더니 이내 손으로 만진다. 그때 갑자기 남자의 가슴팍에 쓰여 있던 글씨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제품 검사원 최두준』

 

제품……?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상대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다시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름을 지어 줄게.”

 

남자는 내가 입은 티셔츠를 올려 배에 찍힌 도장을 확인하더니 입을 뗐다.

 

“S-HA055871…… 이름 짓기 힘든 코드네. 아, 그래! 섀넌(Shannon)이 좋겠다. 네 이름은 지금부터 섀넌이야.”
“체…… 넌……”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움직여 그가 내게 지어준 이름을 따라 했다. 남자는 기특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따듯한 손으로 내 목 뒤에 연결된 케이블을 뽑았다. 손가락 길이만한 금속 침이 빠지는데도 별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곧이어 내 몸에 전선이 연결된 패드를 붙였다.

 

“나는 네가 참 부럽다. 너를 구매한 고객의 정보를 보니까 엄청난 부자야…… 넌 아마 그 집에 가서 사람인 나보다도 더 좋은 생활을 하게 될 거야. 집창촌으로 팔려나가는 애들만 보다가 너 같은 애를 보니까 내가 참 뿌듯하다.”

 

남자는 내 팔을 이리로 움직여도 보고, 저리로 움직여 보더니 내게 눈을 깜빡여보라고 요구했다. 불과 몇 분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눈꺼풀을 움직여 보였다. 남자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이번에는 손가락을 움직여보라고 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손을 쥐었다. 조금 미동하는 게 느껴졌다. 남자는 그래프가 나오는 모니터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넌 정상 제품이야. 그래, 가서 잘 봉사해.”


.

.

.

.

전쟁이라는 것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부잣집으로 향하리라는 남자의 말과는 달리, 그날 나는 핵 낙진이 날리는 전장으로 징발 당했다. 러시아가 발사한 클러스터 핵 미사일은 미국인의 1/3을 증발시켰다. 국가 총력전의 양상에서 이제 더 이상 싸울 사람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징발당한 이유였다.

 

케미노이드(Cheminoid)라는 명칭은 화학적 인조인간(Chemical Humanoid)의 합성어이자, 그것을 생산하는 기업 유나이티드 로보틱스(United Robotics)의 독점 상품명이었다. 케미노이드는 유전자 합성을 통해 인간과 거의 비슷한 조직을 갖춘 인조 생명체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전투용으로 쓰기에는 사람과 다를 바가 별로 없는 아주 값비싼 단백질 덩어리…… 때문에 섹스봇(Sex bot)이 주력 수출 상품이었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것도 아주 돈이 많은 부잣집에 팔려갈 운명이었던……

 

러시아가 핵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의 석유 기업이 도산 위기에 몰리자 미국은 러시아에 무력 도발을 감행했고, 전쟁은 발발했다.

 

나는 최초의 전투 케미노이드로 전선으로 향했다. 받은 훈련이라고는, 케이블로 주입된 기초 군사 훈련 지식이 전부였다.

 

아직도 전선에 도착한 첫날 우리를 바라보는 인간 병사들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속되는 핵 겨울에 춥고 굶주리고 배고픈 그들의 몰골은 우리를 먹잇감처럼 쳐다보았다.


---------------------------------------


내 이름은 섀넌(S-HA055871).

인간의 성적 쾌락을 위해 만들어진 케미노이드(Chemical Humanoid)죠.

그런데 전쟁에 징발되어 사람을 죽였고, 그 결과 동료들이 적에게 붙잡혀 능욕당하는 것도 보았어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우리는 무엇을 위한 물건인가요?


---------------------------------------


제품번호 S-HA055871의 생체 안드로이드.
섀넌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http://blog.munpia.com/catrin01/novel/4741

 

박쥐의사님의 추천입니다.

 

http://square.munpia.com/boTalk/beSrl/595042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27916 한담 너무 개연성을 따지다 보면 오히려 망하는 수가 있... +12 Personacon 마스터펭귄 12.12.28 5,708 0
127915 공지 현재 불편한 점 알려주세요. +36 Personacon 금강 12.12.28 4,583 0
127914 한담 홍보 관련 질문입니다. +3 Lv.11 후르뎅 12.12.28 2,662 0
127913 홍보 [일반/판타지] 바람이 함께하는 그곳에서 +7 Personacon 렌아스틴 12.12.28 3,113 0
127912 한담 자유로움도 좋지만...공부도 중요할낀데... +6 Lv.5 중고독자 12.12.28 5,045 0
127911 한담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8 Lv.4 강신혁 12.12.28 6,245 0
127910 한담 구글에서 자기 작품 이름 검색해보세요! +7 Lv.1 [탈퇴계정] 12.12.28 5,721 0
127909 홍보 [일반/라이트노벨]추구하는 문체는 과도한 느낌표 +4 Personacon 구름말이 12.12.28 2,097 0
127908 한담 필력에 대해 짧게 한 말씀...^^; +25 Lv.6 F.카프카 12.12.28 8,870 0
127907 한담 연참대전하기 전에 예약 연재 기능이 활성화되길 ... +7 Lv.1 [탈퇴계정] 12.12.28 4,553 0
127906 한담 연참대전 참가 신청 +2 Personacon 르떼 12.12.28 3,709 0
127905 홍보 [일반/판타지]용이 춤추는 바다 Lv.24 스텝. 12.12.28 5,102 0
127904 한담 연재를 하면서 제일 슬플 때 +10 Lv.6 이스텔지아 12.12.28 5,415 0
127903 한담 댓글을 백업 받는 기능이 없나요? +9 Lv.6 F.카프카 12.12.28 6,942 0
127902 한담 글을 쓰면서 여러가지에 소심하게 됩니다. +12 Personacon 티그리드 12.12.28 6,860 0
127901 한담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 있습니다. +48 Personacon 엔띠 12.12.28 8,844 0
127900 추천 너무 오래 살았다. 이제 죽고 싶다. 죽여줘 제발! ... +4 Lv.31 광별 12.12.28 7,652 0
127899 한담 열혈베스트는 뭔가요? +3 Lv.7 박효철 12.12.28 5,302 0
127898 한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소설로 쓰기란 참 어렵네요. +9 Lv.8 나리아니 12.12.27 5,993 0
127897 홍보 '번개와 진화' (자유/현대판타지) +2 Lv.71 (死神) 12.12.27 6,009 0
127896 한담 여러분들은 글을 쓸 때 무얼하십니까? +18 Lv.10 요하네 12.12.27 6,358 0
127895 한담 질문 하나. +3 Lv.1 [탈퇴계정] 12.12.27 5,134 0
127894 한담 서재 상단의 그림을 플레시나 gif(?)인가, 여러 그... +4 Lv.1 [탈퇴계정] 12.12.27 6,515 0
127893 추천 해양물 판타지? blue's war blue 추천 해요~ +2 Lv.45 ARKhan 12.12.27 7,498 0
127892 홍보 [일반/현대] 도깨비불 +3 Personacon 베어문도넛 12.12.27 1,215 0
127891 한담 필력을 높이려면 필사가 꼭 필요한가요? +21 Lv.4 검성95 12.12.27 5,141 0
127890 한담 저만 그런가요 +13 Lv.10 9stopf 12.12.27 2,978 0
» 홍보 [일반/sf]<범할 권리>제 얘기 좀 들어보실래요? +7 Personacon 통통배함장 12.12.27 6,512 0
127888 추천 F.카프카 님의 "ONE DAY" 추천합니다! +2 Lv.95 Nicia 12.12.27 6,964 0
127887 홍보 [일반/판타지]폭풍의 정령왕 +10 Personacon 키냥냥 12.12.27 2,834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