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수아 님의 아르테미아 전기를 재미있게 읽고 나서 추천사를 씁니다.
제가 판타지를 아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 같이 방대하고 깊은 지식과 장대한 스케일이 돋보이는 판타지, 묵향이나 가즈나이트 같이 무협 등 각종 장르가 혼합되고 등장 인물들의 능력이 흥미로운 퓨전 판타지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나 세월이 돌과 같이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설정과 묘사가 돋보이는 판타지가 아닐까 하고요.
고수아 님의 아르테미아 전기는 분명 방대하고 깊은 지식을 자랑하는 판타지도 아니고, 각종 장르가 많이 혼합되거나 통쾌할 정도로 강한 케릭터가 나오는 판타지도 아니고, 인물 심리나 배경, 대화 등의 묘사가 아름답고 극도로 디테일한 판타지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르테미아 전기는 놀랍게도 이들 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단점을 최소화 한 것 같습니다.
일단, 전통 판타지와 같이 깊고 방대한 세계관 설정이 있는데,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과 같이 읽기 부담되거나 질릴 정도로 복잡하거나 지나친 설정과 세계관을 창조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소설을 제대로 읽기 위해 별도의 지식이나 설정들에 대한 암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읽기 편하고 술술 넘어갑니다. 그런데도 정통 판타지 느낌도 물씬 풍기면서 소설 속의 묘사나 대화가 진중하고 격조 있어 곱씹어 읽는 맛이 있습니다. 흥미진진한 전략과 전술 대결, 인물간의 대립, 복선과 암시, 반전도 빼 놓을 수 없고요.
또한 요즘 만연하는 먼치킨 캐릭터 같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천하무적 캐릭터나 설정이 전혀 없습니다. 아르테미아 전기의 인물들을 고전 판타지 속의 인물과 비교하면 아르테미아의 인물들이 훨씬 능력도 강하고 호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검술이나 마법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한 대결도 선보이고요. 하지만 그 강함의 묘사가 신나고 통쾌한 기분을 주지만 요즘 판타지 속의 인물의 능력 같이 결코 과하거나 황당해서 밸런스가 안 맞거나 글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습니다. 아르테미아 전기에서는 전장에서 전투씬 뿐만 아니라 회상이나 외전 등을 통해서 다양한 캐릭터의 검술 대결과 마법 대결이 나오는데요, 캐릭터 별로 검술, 마법의 능력과 기술도 다르고 각자 개성 있는 검술과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검술 대결이나 마법 시전만 골라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그리고 인물 간의 갈등과 남녀 간의 로멘스, 배경과 상황 묘사도 눈에 그림이 그려지듯 생생하면서도 과도하지 않고 적절합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자세하거나 서정적이어서 느리거나 답답한 느낌을 안 주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끔씩 시원시원하게 혹은 빠르게 치고 나가는 묘사도 많아서 신나게 읽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르테미아 전기는 고전 판타지와 퓨전 판타지의 경계선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장점을 잘 따와서, 읽기 편하고 재미 있으면서 결코 가볍지 않아서 균형이 제법 잘 잡힌 판타지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너무 복잡하거나 무거운 판타지가 아니면서도 전략-전술 등의 지략과 기사의 검술 대결, 정치 암투를 좋아하거나, 기사도 로멘스를 선호하는 분께 ‘강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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