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입니다. 조선에도 로판에 어울리는 왕이 있었습니다.
아이돌급 외모에 공부도 잘하며 싸움까지 잘하는 남주에게는 딱 하나 빼고는 못하는 게 없습니다.
첫번째 부인은 굿(?)을 하다가 쫓겨나고, 두번째 부인은 동성애로 바람을 피워서 이혼하고, 셋째 부인은 자신의 아이를 낳다가 죽었습니다. 그 뒤로 꽃밭에 살면서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남주.
부인이 남긴 남매만 바라보며 살아가던 그는 당돌한 궁녀를 보모로 들이게 되는데...
네, 그의 이름은 이향. 조선의 5대 국왕입니다.
그동안 로판과 대역을 동시에 보는 특이한 취향을 가진 전 이런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아서 의아하던 차에 단종보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직 20화도 넘지 않았지만 이 작품의 장점을 추려보자면...
1. 로판의 감정묘사와 대역의 정치서사의 융합.
일반적으로 로판에서는 인물의 감정에, 대역에서는 나라의 미래에만 집중하느라 각각 정치서사와 인물의 감정묘사를 놓칩니다. 그러나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려 노력하는 일개 궁녀의 입장에서 서술하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2. 같이 아이를 돌보는 듯한 생생한 육아 묘사
많은 육아물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너무 성숙한 말투를 사용해서 진짜 아이를 키우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 나이에 맞는 말투와 생각을 표현하여 생생함을 보여줍니다.
3. 여자들과 정치인들의 완곡어법이 적용된 궁중암투.
궁궐에서 후궁들이 목숨을 걸고 우아하지만 살벌하게 벌이는 싸움을 긴장감있게 전해주는 해설은 이게 진짜 로판이라는 실감을 더해줍니다.
대역과 로판의 장르융합에 도전한 작가님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아울러 웹툰화와 내친 김에 드라마화까지 이뤄지길 응원하며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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