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좋아하는 주인공은 어떤 주인공인가요?
누가 저한테 이렇게 묻는다면 전 따로 대답하기 어렵지만 싫어하는 주인공이 있냐하면 그건 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어떤 주인공이냐구요? 바로 제 비기나 비전을 거리낌없이 누군가한테 전수해주거나, 혹은 멍청하게 상대의 계획도 모르고 당하고 나서야 아는 그런 주인공들 싫어하고,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해서 커다란 틈을 주는 주인공도 별로 안좋아합니다. 특히나 적을 아무런 조건없이 살려주고 다시 배신당하는 주인공은 그 중 최악입니다.
그런 걸 보면 보는 내내 답답하고 왜 저런 선택을 하는건지 왜 저렇게 베푸는건지 왜 저런 호구가 다 있는건지 이해가 하나도 안갑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작품을 추천하게 됐습니다. 먼저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잔혹합니다. 과거 자신에게 고통을 준 대상을 보자마자 그 즉시 처벌하는데, 이 처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먼저 칼로 어깨를 찌르고, 막으려고 뻗은 반대편 손을 꿰뚫은 다음 살려달라 애원하는 상대의 폐를 찌릅니다. 그러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상대가 피를 흘리며 헐떡일 때 이걸로 끝인 줄 알았지만,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천을 잘라서 마치 성벽에 범죄자를 매다는것처럼 매달아버립니다. 그것도 폭풍우가 치고 있는 밖에다가 매달아버리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상대는 과다출혈과 폐가 손상됨으로 인한 고통과 막혀오는 숨 그리고 제 몸을 두들기는 차가운 비바람과 그 조그마한 숨을 더욱 압박하는 목에 묶인 끈을 풀기 위해서 피가 철철 흐르는 두 손으로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제 목을 긁는 행동까지. 마치 죽음을 하나의 예술로 만든것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두번째 멍청하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상대의 계획에 놀아나는 주인공을 보면 제가 화가 날 지경입니다. 허나 이 주인공은 상대방의 발걸음 소리, 말투와 표정, 과거 자신이 알던것들을 통해 상대의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확인하며 그에 반응하여 대처하려는 모습이 인상깊습니다. 적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상대가 아니라 주인공이 주가 되어 판을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세번째 이기적입니다. 주인공은 상대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주도권을 잡고 있음을 알게 되고 위기에 빠졌음을 직감합니다. 현재는 힘이 부족하고 시간이 지나면 힘을 키우고 복수할 수 있을테니 당연히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생각할만 하지만, 주인공의 생각은 그저 후퇴에 머물러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마치 상대가 자신의 것을 탐하는 것처럼 화를 내며 어떻게든 자신보다 유리한 상대를 밑으로 끌어내릴 수를 마련합니다.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말이죠.
이기적이고 어떤 상황이든 잔인하게 복수하며 판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자 악당이 있는 매력적인 소설.
아카데미의 빌런을 추천드립니다.
Commen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