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보았던 애니메이션중에 ‘라따뚜이’ 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사람도 아닌 생쥐가, 천부적인 후각과 미각 덕분에 미슐랭 스타 셰프로 거듭나는 과정을 재미나게 그린 에니메이션이었지요.
세상에. 생쥐가 요리를?
지금 생각해봐도 참 황당하고 헛웃음이 나올만한 소재이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고 꿋꿋히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고 결국 쟁취하는 모습은 여느 영화속 주인공과 다르지 않았답니다.
그가 비록 생쥐라고 할지라도요.
오늘 설레는 마음으로 소개드리고자 하는 [20세기 대영제국의 한식요리사]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고아로 자라나, 재능을 살려 스타 셰프가 된 주인공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으니,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는 이들의 기분과 감정들이 눈 앞에서 보인다는 점입니다.
소설에서는 이를 상태창이라 불리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을 때마다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다만 처음에는 이 포인트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던 주인공은 과로로 병원에 실려갔다가 그만 눈을 감습니다.
주인공이 쟝-폴 뒤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눈을 뜬 곳은 1901년의 영국.
어디 귀족의 영식으로 태어났다면 참 좋았으련만. 운명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 최하층 빈민가에 살고있는 배관공의 아들로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상태창과 포인트가 따라오긴 했지만 막막한 현실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픈 어머니의 약값은 고사하고, 빈민가에서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버거운 현실.
하지만 주인공은 이 기가 막힌 현실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바로 전생의 특기였던 요리를 활용해서 말이지요.
당시 하층민들이 주로 찾던 음식인 피쉬 앤 칩스를 응용한 치킨 앤 칩스를 선보이는데, 포인트를 활용한 현대의 조미료들을 총출동시켜 1901년 영국인들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아버립니다.
그 치킨 앤 칩스가 얼마나 맛이 좋은지, 수 많은 영국인들 그리고 점차 높으신 분들도 쟝의 음식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참. 작품 중간중간마다 작가님께서 용어 설명이나, 당시 시대상을 고증해놓은 묘사들 역시 훌륭했는데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으로 돌아와서, 요리를 하는 생쥐. 라따뚜이 이야기를 잠시 했었는데요, 이 소설의 주인공 쟝 역시 애니메이션 속 생쥐가 처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영국의 극빈층의 삶은 시궁창 속 쥐의 삶과 어쩐지 닮아있었습니다.
사정이 좋으면 1페니 코핀이라 하여 관 속에서 잠을 자야했고, 그도 안되면 헹잉 로프에 몸을 걸어 의지하여 밤을 보내는 등 열악한 극빈층의 삶.
당연히 제대로 된 요리는 꿈도 못 꾸는 것이었고 그저 살아남기 위한 무미건조한 열량 덩어리를 먹어야 했던 시대.
그 어둡고 비참한 시대에서, 주인공 쟝은 생쥐 요리사처럼 불굴의 의지로 멋진 요리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염원처럼, 영국에 한식을 퍼트려, 요리 하나로 영국을 사로잡는 거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는 생쥐 주인공을 돕는, 상태창같은 존재인 구스또가 이런 말을 합니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 라고요.
저는 이 소설을 보면서 이 문구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 그 곳이 시궁창이라 할 지라도.’
20세기 대영제국의 한식요리사.
부디 완결까지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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