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문피아를 생애 첫 입문한 사람이 올해 가장 인상 깊은 글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을까? 모든 사람이 그런 기대를 하고 들어오지는 않았을겁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저도 있었습니다. 기대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런 글을 만났습니다. 바로 이 암소의 영혼이라는 글을 통해서 말입니다.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면서 이 글을 소개하고 추천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중이니, 부디 왜 이렇게 글에 대한 정보가 없는지에 대한 불만이 있으시다면 이 점을 유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글의 시대적 배경은 한창 한국이 산업화를 이뤄가던 시대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시대 농경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소와 관련된 이야기 입니다. 인간의 생로병사 그리고 소의 생로병사. 주인공과 가족, 그리고 스님, 가족과 같이 지내는 분과의 각자의 사정과 생각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소와의 관계. 시대와 사람 삶과 생애, 그 날 것을 그대로 반영해 담아낸 글. 이것이 암소의 영혼을 본 제 감상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그야말로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현실이 진짜 현실처럼 피부와 심장에 아리게 가혹하거나, 지나간 비파소리처럼 아름답게만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건 작가님이 글이라는 포장으로 담담하게 그려주셨기 때문에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울림과 공감이 있었나봅니다. 제 나름대로는, 마치 이게 현실이었다고 이게 인생이라고 이게 삶이라고 그래서 아름답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전 사실 예전에는 참 글도 책도 많이 읽었고 영화도 드라마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많은 작품을 즐기지 않습니다. 물론 못 읽는라는 말도 맞겠지만, 안 읽는다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기준이 생기면서 작품을 골라 보는 경향이 아주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쏟아지는 수 많은 정보글을 다 볼 것이 아니라 확실하고 내게 필요한 정보글을 빼내는 능력이 필요해졌었고, 내 시간이 부족해지니 킬링타임이란게 사라지기 시작했고, 기대에 두근거리며 작품을 보던 저는 어느새 심장 내려앉는 세상에서 발 딛고 서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라는 사람은 까탈스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없었고, 그래서 암소의 영혼이라는 이 작품이 더 뜻밖의 작품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암소의 영혼이라는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었나봅니다. 그리고, 그래서 더 공감이 갔나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저에게는 선명하게 얘기하는 것 같았거든요. ‘여기 나도 있다’ 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추천글을 씁니다. 그래서 재밌었다고, 그래서 좋은 글이었다고 말입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암소의 영혼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아, 이글의 독자로서 이 글의 암소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너의 인생, 아니 우(牛)생이 고맙다고요. 너와 너의 가족 덕분에 먼 시간이 흐른 뒤 먼 곳에 있는 누군가는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혼으로 남아서, 기억으로 남아서도 많은 걸 주는 구나 하고 말이죠. 그럼 안녕, 소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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