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맨 프롬 어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추천하고자 하는 소설 ‘불로불사로 산다는 것은’ 과 같은 불멸자를 소재로 만든 영화이고 한국의 ‘스무고개’ 같은 ‘인물 맞추기’ 라는 서양의 오래된 레크레이션 게임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인물 맞추기’는 오래된 게임입니다. 역사를 배운다면 더 흥미진진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게임이죠. 각자가 역사적 인물이라고 가정하고 질문에 답하면서 서로의 정체를 맞추는 게임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알수록 음식, 의복, 관습, 법, 문화, 여가생활, 가족관계 등등 여러가지로 게임을 통해서 배울게 많은 지적 활동이라서 종종 학습의 도구로도 사용됩니다. 영화 ‘더 맨 프롬 어스’가 방 하나, 테이블과 소파라는 단출한 소품으로 영화 한편을 완성 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이러한 관습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게임이거든요. 어찌 보면 진실게임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죠. 술자리에서 정체가 드러나거나 너무 결정적인 힌트라서 대답을 못하거나 대답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면 벌주를 마셨거든요.
영화나 게임 이야기를 쓸데없이 하는 이유는 추천하고자 하는 소설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 게임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불멸자입니다. 신이 인간과 함께 생활했던 상고시대부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인공은 불멸자 답게 여러 이름으로 살았고 정체를 밝히지는 않지만 제법 비중있었던 역사적 위인입니다. 위에 언급했던 영화의 주인공은 정체가 ‘예수’였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이 소설의 주이공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때로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때로는 사제 로베르타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셜록홈즈와 왓슨과 같이 옴니버스 하나하나에 시점을 달리하면서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제시합니다. 독자들은 이 힌트를 통해 소설의 세계관을 익히고 주인공의 정체를 추리하는 추리소설 같은 재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신비로운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주인공과 사제 로베르타가 여행을 떠나며 일어나는 사건마다 주인공의 과거 행적과 정체가 드러납니다. 매력적인 부분은 캐릭터 하나하나의 존재감이 사건을 통해서 과거의 편린을 드러내며 더 강해진다는 겁니다. 게임 캐릭터 시트를 던지듯이 캐릭터에게 정형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씩 긁어내듯이 시나브로 스며드는 캐릭터들은 어느새 감정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자리 잡아갑니다.
이 소설은 20년 전 과거의 환상문학의 고풍스러움과 추리소설의 재미, 신비로운 주인공의 강력한 능력은 사이다패스들도 만족시킬 만 합니다.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예전에 ‘카디스’라는 소설를 읽었을 때 느꼈던 행복함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뻔해 보이지만 뻔하지 않고 고루해 보이지만 신선한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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