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생입니다.
학교에서 무협소설을 읽고 있을 때면 언제나 듣게되는 소리가 있지요.
-무협지
친구들이 물어오곤 합니다.
-오늘도 무협지야?
한결같은 목소리.
'무협지'의 어감이 싫어서 듣기싫은 목소리는 아닙니다.
'무협소설'이라 불린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저질문화.삼류문화로 뿌리박힌 목소리는 흔들릴줄 모릅니다.
무협소설과 판타지 소설을 읽는 몇몇 친구들.
무협소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 올려야 하는 친구들인데...
오늘도 형형색색 얼룩진 표지의 책을 꺼내 들으며 웃음을 흘립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울까.
판타지를 좋아해서
빌려 보는것만 해도 몇십만원이 들어갔다며 자랑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항상 자신이 들고온 책을 들어 올리며 말하곤 합니다.
-이책은 벌써 6번째 읽는 거야
그리고 대략적인 설명이 이어집니다.
주인공은 너무 강해 적수를 찾아볼 수 없고
등장하는 미인들은 모두 주인공을 사랑합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한가지 소설을 몇십만원치 빌려본게 아닐까'
언제나 똑같은 소설의 구성은
언제나 똑같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반지의 제왕은 너무 지루해서 안읽어. 재미도 없고
1권도 채 다 보지 않고서 말하는 친구의 얼굴은...
뭐랄까, 평론가 라도 되는양 진지합니다.
요즘 저의 책가방엔 무협소설 대신 김진명 작가분의 소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늘이여 땅이여'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이번소설의 서문만 봐도
흥분된 마음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수업이 일찍끝난 자유시간에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뒤쪽에 앉은 제 친구도 소설을 꺼내는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언제 오셨는지, 선생님이 제 책을 들어 보시더니 말씀하십니다.
-'가즈오의 나라'구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을 선생님은 어느덧 제 자리를 지나쳐 갑니다.
그리곤 제 친구의 책을 뺏어 들고서 교무실로 향하십니다.
똑같은 소설임에도 다른 대우를 받는 무협소설.
허나 책을 뺏어가시는 선생님의 모습보다 더욱 초라한 것은
뺏겨버린 자신의 책을 바라보는 제 친구의 눈입니다.
-언젠간 주시겠지
*작가보다 더 큰 책임이 독자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주제도 모르고 끄적여 봤습니다.
그냥... 좋은책 읽자는 취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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