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직하인
작품명 : 고검환정록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세로쓰기를 해도 쉽게 읽을 것 같은 문장들을 보면, 웬지 작가가 암울했던 80년대부터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장용이 창조한 무협 판타지와는 전혀 다르다. 구파일방은 존재감이 거의 없으며, 기연과 노력에 의한 성취도 없다. 사제 관계는 강력한 힘의 계승이라기 보다는 훌륭한 멘토와의 만남 정도이다. 신비세력간의 대결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제일 뿐 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것은 "추적"이다.
먼치킨급의 주인공이 둘이나 있음에도 항상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추적자"란 위치 때문이다. 조금만 늦어도 소중한 동료를 잃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 그러나 동료를 구한다고 해도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닌 상황. 오히려 주인공들이 활약할 수록 웬지 누군가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듯한 전개. 추적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오히려, 오히려 위험에 빠지는 일행들.
고검의 제자가 생기니, 제자의 보호를 위해 먼치킨 조합이 깨져 각기 다른 길로 가야하고, 세력이 늘어나니 문제는 더 커지고, 지켜야 할 사람들은 늘어간다.
추적하던 중에 만난 일행들이라 그들 서로 조차 소통할 기회나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각기 다른 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행이 위기에 빠졌는지도 모르고, 위기에 빠져도 적은 물론 일행의 위치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반드시 그들을 지켜야 한다.
"훗, 그들을 믿으니까" 따위의 일본 소년 만화식의 전개는 기대하지 말자. 이미 주인공들은 크게 세무리로 쪼재져 버렸고, 이 들 세무리 중 하나는 오히려 쫓기는 입장이 될 가능성이 크며, 작품 전개상 잘해 봐야 인질 정도로 이용당할 가능성이 아주 크니까.
거기다 가장 소름끼치는 것은, 주인공인 고검의 유일한 일행인 종지음의 뒤틀린 변화이다. 가장 믿는 자와가장 사랑하던 여자에게 이미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 고검 옆에, 수상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구해낸 동료"가 함께하고 있다는 말이다.
모두가 철석같은 믿음으로 힘을 합해도 이길지 질지 모르는 상대인데, 주인공의 일행은 벌써 세갈래로 찢어졌으며, 주인공의 곁에는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은체 같이 하고 있으니....
과연 고검은 무사히 일행을 지켜내고, 자신의 숙명을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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