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홍성은
작품명 : 루다와 문과 드래곤
출판사 : 넥스비젼
어렸을적 나니아 연대기를 읽으며 우리집 벽장너머에도 다른 세상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한동안 벽장너머는 저에게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모험의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아주 어릴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니아연대기에 제가 완전히 몰입되었던 것은 벽장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희집에는 붙박이로 만들어진 장이 있었는데 두꺼운 옷들이 잔뜩 걸려있어서 어린나이에 그 안쪽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집 벽장너머에도 뭔가 있는 거 아니야? 하는 유치한 상상과 기대가 절 소설속 세계에 빠져들게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루다와 문 시리즈를 읽었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쿨한척 하지만 사실은 상처받기 쉬운 소심한 성격입니다. 복잡한녀석이죠. 그런데 이녀석이 문을 열기만 하면 현실세계가 아닌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판타지세계지요. 거기다가 그 판타지세계는 왠지 모르게 현실세계와 이어져 있습니다.
루다의 주변 사람들은 꿈속에서 판타지세계의 누군가가 되어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꿈이 너무 현실감이 있기에 장자의 호접몽처럼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르는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것은 판타지세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서로의 삶이 꿈으로 연결된 존재들은 판타지세계의 자신과 현실세계의 자신을 동일시하고, 내가 누굴까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루다는 그런 사실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채 어느날 우연히 판타지세계로가는 문을 엽니다.
이 소설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나니아 이야기의 벽장처럼 제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이라는 소재였습니다. 문을 열면 문너머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상상은 한때 제 공상의 소재로서 종종 쓰였던 것이었고, 그렇기에 제 공상이 이렇게 한편의 이야기로 묶였음에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당신 집문을 열었을때,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어져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자신을요. 그리고 그너머에 당신이 꿈꿔왔던 모험이 있다면, 그건 더욱 멋진일일 겁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현실의 이야기와 판타지의 이야기가 함께 엮이어서 짜임새있게 돌아가는 글을 읽는 것도 좋았습니다. 현실세계에서 문을 열면 이계로 갈 수 있듯이 이계에서 문을 열면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더욱이, 돌아온 시간은 이계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 간에 현실세계를 떠났었던 그 시간에 멈춰져 있지요. 그렇기에 주인공의 이중생활이 가능해집니다. 현실세계와 판타지세계를 오가는 생활이지요. 그런데 주인공은 누가 무슨 꿈을 꾸는지 그쪽에서 먼저 이야기해주지 않고서는 알지 못합니다. 결국, 판타지세계에서의 관계가 현실세계에서 날벼락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현실세게에서의 관계가 판타지세계의 관계를 뒤바꿔 놓을 가능성도 생깁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잘 엮여서 루다의문을 재미있게 만듭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저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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