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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성하유혼(완결)

작성자
Lv.15 한뉘
작성
09.12.29 16:40
조회
6,542

작가명 : 시후

작품명 : 성하유혼

출판사 : 파피루스

평어체로 씁니다.

먼치킨, 양산형무협판타지, 이고깽, 깽판물 등 이런 말들을 언제부턴가 문피아에서 자연스레 볼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의 질에 상관없이 그 만큼 많은 글들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리라.

재미있고 즐거운,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감동까지 줄 수 있는 글을 보고 싶은 독자들은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만 해도 피곤해진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고 단골 가게 주인에게 물어 보기도 하지만 갈수록 좋은 작품만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그래도 맨 땅에 헤딩은 싫어하는지라 문피아 감상란이나 비평란에서 평가가 좋은 글을 우선으로 보곤한다.

이번에 괜찮은 책을 건졌다.

성하유혼(별 아래 흐르는 넋). 제목부터 나름 운치가 있다.

나름 무협판타지를 많이 읽었는데도 작가이름이 생소하다. 역시나 나중에 후기를 보니 첫 작품이라고 한다.

단 한 권, 길어야 두 권이면 승부가 나는 무협판타지소설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기 위해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로 멋드러지게 시작하는 신인작가님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는 작품들을 요즘 많이 보게 된다. 거기다가 5권 이상은 기본적으로 출판하는 것이 대센지라 중간정도 가면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며 때론 졸면서 보기도 한다. 그러다 인내심이 한계를 넘으면 집어치운다.

좋은 글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권수가 더해질수록 더 재미있는 글'도 그 중 하나라 하겠다. 재미가 십중팔구를 자지하는 무협판타지에서 이것보다 더한 칭찬이 있을까.

성하유혼이 그런 글이다.

1. 문장도 깔끔하고 군더더기도 별로 보이질 않는다. 초반에 현재와 회상씬이 오가지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궁금점을 유발시키니 괜찮은 구성이다.

2. 내용의 전개가 상당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치열하기만 한 주인공의 삶이 안타깝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나이 서른을 훌쩍 넘었지만 어느 새 양산형판타지에 익숙해져버려 답답한 주인공, 무능하고 약한 주인공은 보지 못하는 내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글을 읽게 되었다.

3. 목숨을 구한 은인을 해하고 고민하고 번민하면서도 살아가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좋다. 행동을 하는 데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이유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이유와 의미는 퇴색하게 된다. 심지어 처음 목적이 된 첫사랑까지도.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작가님이 이런 부분을 상당히 잘 표현한 것 같다.

4. 제목과 글이 연결이 잘 된다. 그 만큼 작가가 전체적인 내용을 염두해 두고 내용전개를 했다는 말이다. 성하유혼, 별 아래 흐르는 넋... 추억, 삶, 인생... 이건 직접 읽어보고 판단할 수 밖에. 작품의 마무리(종장말고 40장 함께 있어 줄게요편)가 근래 본 글들 중에 가장 인상깊었다. 2권의 매소은을 보낸 후 되뇌는 '사랑해'와 5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스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5. 감상란을 읽다보니 몇 가지를 오해한 독자님들이 있는 것 같아서 첨언해 본다(오히려 내가 잘못 이해한거면 이 글을 읽는 분의 넓은 아량만 기대할 뿐).

1) 많은 분들이 주화입마서라고 하는 표류공주과라고 안 보겠다는 분들이 있던데 그것은부분적으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굴린다. 참 모지게도 굴린다. 주인공에게 봄날은 없다. 봄, 여름은 어디갔는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나 싶으면 어느새 늦가을이라 새로운 겨울이 시작된다. 여느 작품들의 경우 추운 겨울은 더욱 따사로운 봄날을 보장해 주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초지일관 싸늘하고 춥다. 이 부분만 보면 표류공주보다 오히려 더 심하다. 구양휘에겐 기연마저도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 세상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짓이었고 두번째 기연은 어떤 의미에서는 주화입마와 다름 아니었으니.

하지만 이 작품, 성하유혼은 해피엔딩이다.

성하유혼이 표류공주 정도의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가 하는 것은 읽는 독자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작품도 충분한 여운을 준다. 한 사람의 치열한 인생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꼭 소설 속의 상황만은 아님을 보게 된다. 검과 도가 난무하는 상황을 빼면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일들이다. 사랑에 아파하고 우정을 쌓고 신뢰하고 배신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주고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있고 싶은...

아무튼 구양휘는 서른 중반이 넘어 평생토록 찾아 헤메던 자기가 있을 곳과 함께 있고픈 사람을 찾았다.

2) 그리고 마지막 두 스님의 대화로 미루어보아 구양휘는 대환단(?)으로 적어도 죽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5권의 내용으로 잘 매조지 한 것 같다. 내용을 더 길게 써봤자 작가님은 구양휘 고생시키는 장면만 늘릴테니...ㅜ.ㅜ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몇 군데 오류가 보였다. 창절에 대한 설정 중 1권 초반과 후반, 4권 후반에 나오는 내용에 오류가 있었다. 또한 백군성과 검선의 인연을 말하는 세월 중 시간의 흐름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지만 이런 것들까지 세세하게 신경썼으면 한다.

천호방 입문 전 2년의 삶을 너무 단편적으로밖에 알 수가 없다.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큰 맥락에서 보면 중요하게 보이질 않아서 과감히 생략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몇 장 정도만 회상씬 정도로 할애해도 좋았을 거 같다. 가진 것 없는 이가 거절당하는 뻔한 이야기겠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로 인해 조금 더 주인공의 울분과 치열함에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쉽지 않은 주문이지만 작품의 질에 비해 주변인물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 일부러 주인공 중심의 내용을 의도한 것 같지만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주변인물이 남아 있는 게 없다. 중요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팽수련, 하대보, 매소은, 노승(운현), 우당, 중산, 백군성 등 대부분의 인물에 대한 개성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아무튼 좋은 작품으로 작가활동을 시작한 시후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성하유혼을 재밌게 보신 분은 북해일도(흑로)도 추천해 본다. 암왕, 빙하탄, 표류공주 등은 너무 이름난 작품이라 추천하기가 민망하다.

경쾌하고 웃고 즐기고 싶은 책을 보고 싶은 분은 비추다. 웃을만한 장면이 거의 없다ㅡ.,ㅡ;; :


Comment ' 11

  • 작성자
    Lv.5 소라이노우
    작성일
    09.12.29 23:56
    No. 1

    처음으로 문피아 7년만에 댓글도 담니다..
    아주 좋은 감상평입니다...
    성하유혼.... 정말로 좋은 책이고 ......
    가슴이 시리고 여운이 남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히키코모리
    작성일
    09.12.30 00:12
    No. 2

    어딘지 모르게 조기종결된 느낌이 강한 소설. 하지만 그 여운은 아직 가슴에 맴돌고 있다죠. 좋은 소설입니다 :D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타이레놀ER
    작성일
    09.12.30 09:35
    No. 3

    원래 4권으로 예정하셨는데 한 권 더 내셨다고 하셨죠 ^^
    정말 좋았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능청
    작성일
    09.12.30 11:23
    No. 4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듯합니다
    세월의돌처럼 이렇게 여운을남기는책 보기힘들죠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아처경
    작성일
    10.01.01 20:51
    No. 5

    성하유혼... 잽싸게 읽어야쥥~
    이후 암왕, 빙하탄, 표류공주도 읽어야겠어요.
    제목 잊어버릴라 적어 놔야겠당!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안향
    작성일
    10.01.04 18:29
    No. 6

    표류공주와 비견되는, 아니, 그보다 더한 소설이라... 흥미롭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o마영o
    작성일
    10.01.09 23:19
    No. 7

    -_-; 아.. 전 4권에서 몰입이 확 깨져버리는 바람에 낙오한 작품..
    그전까진 재밌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슈달
    작성일
    10.01.11 10:21
    No. 8
  • 작성자
    Lv.25 아이앰아이
    작성일
    10.01.11 16:07
    No. 9
  • 작성자
    Lv.1 NoKal
    작성일
    10.02.16 14:46
    No. 10

    좋은 작품이에요.. 표류공주만큼 슬프지는 않습니다. 단, 표류공주만큼 밑바닥의 끝을 보여주기 위해 다소 지루한 전개는 없는 듯 해요. 추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빛검풍
    작성일
    11.10.11 00:54
    No. 11

    3권까진 빛나는 보석 4권은 불순물이 섞인 금 5권은 폐차장에 고철.
    이렇게 망가져도 되는걸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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