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수부타이
작품명 : 연풍무적
출판사 : 뿔미디어
먼저 연풍무적이라는 작품을 추천해주신 '그란덴'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란덴님의 추천글이 아니었다면 연풍무적이라는 걸출한 작품과 수부타이님이라는 엄청난 필력의 작가님을 알지못했을 겁니다. 제가 문피아의 감상란을 계속 방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하 존댓말은 생략하겠습니다. 꾸벅...)
연풍무적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글쎄?'였다. 무협의 세계에서 무슨무슨 무적이라는 작품이 좀 많은가? 무슨 무적이라는 작품은 경험상 킹왕짱 쎈 먼치킨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은 다 때려눕히겠다는 줄거리의 소설이 태반이라 제목만 보고서는 그다지 호감이 가질 않았다. 물론 그 중에서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들도 있긴 하나 수많은 무적들 중에서 그런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연풍무적도 그런 작품군들의 연장선 상의 하나일 뿐이며, 그저 연풍이라는 친구가 무적이라할 만큼 싸움을 잘하나보다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1권을 다 읽어갈 때쯤 그것은 철저한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는 제목만 가지고 작품을 판단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보통의 경우 1권 처음에 작가 서문이나 작가의 멘트를 볼 수 있다. 난 항상 작가 서문을 꼭 읽어 보는데 앞으로 본문을 감상하는 데 앞서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면 한층 더 이해가 쉽고 작가가 의도한 바를 파악하기에도 용이하다. 그런데 연풍무적은 그런게 없었다. 그 대신 책표지 안쪽에 대부분은 작가 소개와 그동안 집필한 작품 등을 소개하는 곳에다 세 줄을 글로 작가 서문을 대신하고 있었다.
봄이다. 바람이 따스하다.
마음 속으로 한 줄기 훈풍이 분다.
그 마음을 이 작품에 담아 본다.
이것이 그 문제의 서문이다. 이것을 보면서 약간 당황했다. 작가 서문이 짧은 것은 둘째치고 작가의 약력이나 집필 목록, 작가의 말 등을 통해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데 그런 것을 하나도 알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수부타이라는 특이한 몽고식 필명을 가진 이 작가는 광오하게도 작품 속에 한 줄기 훈풍을 담았고 구차하게 다른 말 할 것 없이 나머지 부분은 그저 작품을 통해서 말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바람이길래 무적인가? 하고 읽기 시작했다. 연풍이라함은 사모하는 감정을 실은 바람이라는 뜻일진데 과연 그러했다. 주인공 진소락과 조운당주 우희, 백리세가의 보옥 백리향 그리고 여우 서교의 이야기는 정말 놀랍도록 달콤했고 기이했고 또 심금을 울리는 무엇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무협이었다. 그저 무협의 형식을 빈 학원물이나 개그물, 하렘물같은 허접쓰레기가 아니라 남녀 간의 애끓는 정과 기이한 모험이 있는 기정무협의 진수였다.
그 동안 수많은 무협 소설을 접하였으나 항상 무언가가 아쉬웠다. 내 무협의 시작은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였기에 그런 무협소설을 다시 한번 읽고 싶었다. 다시 한번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고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접하고 싶었다. 그러나 국내 작가의 소설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로지 주인공이 강해지고 적들을 학살하는 데 치중하거나 어떻게 상대방을 잔인하게 때려눕히는가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심지어 최근에는 먼치킨 주인공과 희한하고 특이한 소재, 아니면 꼴같지도 않는 개그물까지도 범람하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놀랄만한 필력으로 뛰어난 작품을 쓰시는 분들도 간혹 있었고 그런 분들의 작품들은 그 나름의 재미를 보여주었으나 고전무협을 그리워하는 나의 갈증을 채워주진 못했다. 연풍무적은 그러한 갈증을 채워준 최초의 소설이다. 과연 수부타이님은 서문에서 얘기한 것처럼 글로써 모든 것을 보여주었고, 나는 그 광오함을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김용, 와롱생, 고룡, 양우생 등의 고전무협의 대가들의 작품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또 내가 감히 무협이란 이래야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실제로 국내의 작가들 중에서도 필력이 천의무봉의 경지에 달하신 분들이 여럿 계신다. 그 분들은 분명 중국의 대가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였고 주옥같은 작품들도 많이 있다. 허나 각각의 작품에 각각의 의의가 있고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면 누군가 한 명 정도는 고전무협의 재미를 주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수부타이님의 연풍무적은 기정무협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하는 점을 21세기의 독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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