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미와 쵸시로
작품명 : 슈타인즈 게이트
출판사 : 대원씨아이
미와 쵸시로 작가의 ‘슈타인즈 게이트’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연환연쇄의 우로보로스’와 ‘비익연리의 언달링’이 있군요. 게임이 원작이며,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큰 흥행을 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단점이 많습니다.
일단 게임을 원작으로 한 소설이라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야기 초입에 나오는 ‘전화레인지(가칭, 타임머신의 역할을 합니다.)’의 원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처음 보시는 분들은 어쩌면 대체 이건 무슨 설정일까하고 비판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개방식이나 사이비 과학까지 등장해서 논리와 입증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충분히 혼란을 줄 수도 있으며, 여러 가설을 조합한 새로운 가설까지 등장해 일반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대로 믿어버릴 수도 있다는 단점이 존재하지요.
하지만 이 소설은 단점을 지적하면서 계속 읽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장점을 차례로 열거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첫번째로는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중2병이며, 자칭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오카베 린타로(가명, 호~오인 쿄우마.). 이 남자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1인칭으로써 상황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자기는 자신을 냉철하고 미친 과학자라고 단정짓지만 감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고 매우 여린 속내를 가진 사람이지요.
그리고 소꿉친구인 시이나 마유리, 천재라고 불려도 모자라지 않지만 오타쿠인 하시다 이타루, 그리고 주인공인 오카베 린타로의 최후의 연인이자 조력자인 천재 소녀 마키세 크리스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개성있는 캐릭터들은 차고 넘칩니다.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통해 세계선이라는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만나는 그들은 이전에는 그가 몰랐던 색다른 면모를 속속들이 보여줍니다. 그 사이에는 서로간의 유대와 애틋한 감정들이 있지만 배신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을 주인공 앞에 대령하기도 하지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시간 여행을 거듭하다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힘겹고 애절하지요. 시간을 맘대로 조종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까요, 사랑하는 친구, 연인을 잃고 절규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작위적이지도 초현실적이지도 않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와 동화되어 그의 깊은 슬픔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이미 냉정한 현실에 적응해 버린 사람들은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에서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을 힘을 다해 발악하는 주인공, 그리고 좌절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는 저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인세에 길이 남을 명작은 아닙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건과 사건 사이에서 주인공와 그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번민은 계속해서 이 책을 붙잡게 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반드시 보시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으나 관심있는 사람들은 일독해보셔도 좋은, 그런 책입니다. 일본어를 잘하시는 분은 원작인 게임을 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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