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 신독
작성
03.03.15 12:00
조회
1,356

연재물로 모니터로 보는 것과 책으로 보는 것은 전혀 틀린 맛을 냅니다.

전체적인 시야에서 글을 판단하기에 적절하지요.

청룡만리는 이 작가의 데뷰작입니다. 데뷰작이란 작가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데뷰작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그저 시장의 추세에 휘둘려 맞춰나가기만 한 글이라면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볼 수 없지요.

고무림에 오고 얼마 안되어 이 글에 대한 감상문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진지하게 본 청룡만리'라는 제목이었죠. ^^

전 글을 보고 잘 웃지 않습니다. 웃음을 잃었다기 보다는 웃기는 글을 발견하기가 힘들어지니까요. 웃음이란 뒤통수를 후려치는 의외성에서 나오는 법인데 웃기는 글의 수법에 닳고 닳았다고 할까요? ^^

'청룡만리'는 무척 발랄한 글입니다.

청룡 주변의 등장인물들이 빚어내는 상황의 의외성과 부조화가 웃음을 가져다 주지요.

그래서 세간의 평들이 '무지 웃긴 소설'입니다.

그러나 청룡에 주목해서 보게 되면 이 소설은 전혀 다른 냄새를 풍깁니다.

굉장히 비극적이죠.

청룡은 이제 승천을 앞둔 초월적 존재입니다. 하지만 인간세에 대해서는 무지하지요.

인간세의 그 복잡한 인과의 은원의 고리를 청룡은 모릅니다.

천 년을 살았어도 자신만의 호수세계에서 자신을 해치러 오는 인간들과 투쟁하며 성장한 청룡에겐 일간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청룡을 둘러싸고 마라황성궁의 거대한 음모 또한 진행중이죠...

청룡이 잊지 못하고 있는 항아가 과연 청룡을 사랑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어쩌면 청룡은 헛다리를 짚고 이백년을 헤매고 있는 지도 모르지요.

승천을 앞둔 절대무상의 존재이면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들의 음모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진정 사랑한 인간이 자신을 사랑했는지도 애매합니다.

청룡에게 있어 삶이란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청룡의 삶은 무상한 꿈과 같기 쉽상입니다.

허탈한 비극의 냄새가 난다고 할까요?

그가 정을 준 인간들도 결국은 그를 배반할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준 상대의 배신만큼 참담한 슬픔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청룡만리는 그런 비극의 냄새를 명랑한 필체와 자극적인 상황 설정으로 슬쩍 비켜가고 있습니다.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요.

전에 쓴 감상문에서 청룡이 작가의 페르조나가 아닐까 한 적이 있습니다.

청룡의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니더라도 편안한 것임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_^

웃는 가운데 삶의 역설을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633 기타장르 [추천]상검 1권까지 읽고... +6 Lv.1 [탈퇴계정] 03.03.19 1,690 0
632 기타장르 [추천] 농풍답정록 +9 坐照 03.03.19 1,739 0
631 기타장르 [추천] 북천후님의 <금강비룡> 獨孤天 03.03.19 1,037 0
630 기타장르 [추천] 일자무식유아독존 +2 Lv.8 미츠루기 03.03.19 1,446 0
629 기타장르 [감상]신화를 읽고서.... +4 Lv.23 어린쥐 03.03.18 974 0
628 기타장르 [추천]장경님의 벽호 +2 Lv.77 아미새 03.03.18 1,742 0
627 기타장르 [추천] 하이텔 무림동 연재 \'문답무용\' 글라이더 03.03.18 2,188 0
626 기타장르 [추천] 황역의 심진기 +3 북로 03.03.18 1,424 0
625 기타장르 [감상]천하무식 유아독존 +1 애정다반사 03.03.17 1,381 0
624 기타장르 [감상] 글 읽기의 어려움 +4 Lv.1 열혈 03.03.17 1,034 0
623 기타장르 [감상] 쾌도무영을 읽고~ +1 Lv.1 모모야 03.03.17 1,183 0
622 기타장르 [감상]아라한님의 글을 보고 +3 Lv.99 이루어진다 03.03.17 1,410 0
621 기타장르 [비평]내가 자연검로 1권을 다못본 이유. +3 열화옥수 03.03.16 1,557 0
620 기타장르 [추천] 유재용님의 \"청룡장\" +4 Lv.4 나늬1 03.03.16 2,776 0
619 기타장르 [참고+비평] 백상님의 작품정리와 작품분석 +10 Lv.99 예류향 03.03.16 4,968 1
618 기타장르 [감상] 좌백 - 천마군림 1,2권을 읽고.. 색... +2 Lv.20 흑저사랑 03.03.16 1,707 0
617 기타장르 [참고] 개인적으로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책... +2 이형훈 03.03.16 2,173 0
616 기타장르 [감상]운한소회 +2 Lv.23 어린쥐 03.03.16 1,064 0
615 기타장르 [감상]무림 매니아 +4 Lv.1 무존자 03.03.16 1,343 0
614 기타장르 [감상] 유정강호를 2권까지 읽고... +1 Lv.1 [탈퇴계정] 03.03.16 1,161 0
613 기타장르 감상/비평 란이 달라지게 됩니다.... +6 Personacon 금강 03.03.16 1,249 0
612 기타장르 [감상]황기록님의 외인계 1,2권을 읽고 +3 Lv.1 여청 03.03.15 1,674 0
611 기타장르 [감상] 임진광의 무언계를 읽고 +1 妖舌 03.03.15 1,196 0
» 기타장르 [감상/추천] 『청룡만리』 그 안에 담긴 역... +6 Lv.1 신독 03.03.15 1,356 0
609 기타장르 [추천] 무림 매니아!! +4 Lv.28 김한승 03.03.14 2,550 0
608 기타장르 [추천] 이 작품을 한번 보시고 비평을 부탁... +3 Lv.99 이루어진다 03.03.14 2,095 0
607 기타장르 [참고] 금강과 좌백, 그리고.... +2 Lv.1 신독 03.03.13 2,026 0
606 기타장르 [감상] 청룡만리의 메세지? +4 Lv.16 아자자 03.03.13 1,121 0
605 기타장르 [추천]계제운전기 +1 Lv.14 낙성추혼1 03.03.13 1,086 0
604 기타장르 [감상]청룡의 강호 주유기 \'청룡만리\' +2 Lv.1 최윤호 03.03.13 1,149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