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한소회에는 진정한 '살수'가 없다.
'흑영'이 주인공이고, 이들이 살수라면, 이들은 살수다워야 한다.
무공이 아무리 강해도 그들은 살수이고 살수다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중에 이들이 살수다운 행동이나 살수의 무공을 보인 것은 거의 전무하다 시피하다.
이야기 초반에는 비장감이 넘치다가,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맥이 빠지고 만다.
왜냐하면 이들은 살수답지않게 복수를 하기 때문이다.
남궁세가에서 독을 쓴 것이나, 당가에서의 인피면구를 쓰고 침입하여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 살수의 방법이다.
하지만, 처음에 초반에 잠깐일 뿐이다. 적들이 조금 약해졌다고 생각되면,
무공으로 싸우는 장면이 나오고, '방심'하고, 위기를 맞이한다.
살수라면 치밀한 계획과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절대로 위험을 자초해서는 안되고,
방심해서도 안되다.
그러나 운한소회에는 등장인물이 방심하는 상황이 '아~주' 자주 나온다.
보통 무사들 사이에서도 방심만큼 치욕스런 것이 없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치밀하고 냉정해야할 살수들이 심심하면 방심하고 위기를 자초한다.
너무 어이없이 위기를 맞이하다 보니. 비장감은 커녕 맥이 빠져 버린다.
조돈형님의 전작 '궁귀검신'에서도 '방심'이라는 단어가 자주나온다.
궁귀검신에서 주인공이 초래한 위기들의 대부분의 상황이 방심에서 나온다.
그것이 운한소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운한소회의 '흑영'들은
무사도 아니고, 궁귀검신의 주인공처럼 강호초출도 아니다.
혈성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그들에게 살수답지 못한 모습들이 보일때 마다
도대체 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라는 생각과 자꾸만 맥이 바져가는 내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몽연적 또한 마찬가지다. 살수는 사냥꾼이 아니다.
살수가 무슨 사냥인가? 살수는 가장 효과적으로 그저 죽일 따름이다.
통쾌한 복수라고 하는데, 흑영들이 지금 복수를 못하고 죽어가는 것만해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죽음이다.
정상에서 떨어지는 고통 따로 필요없다. 지금 살살 괴롭혀도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명색이 제자라고 해서 한번더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자신들의 가족이 죽었는데 그렇게 생각할 만한 살수가 존재할까?
살수들은 세상으로부터 경원당하는 만큼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할텐데,
명색이 제자라고 해서 기회를 준다니, 정말 그런 살수가 있을까?
살수가 복수를 하니 비장감이 넘쳐야 하는데, '살수'가 살수답지 못하게 방심이나 하고 위기를 자초하니 어디에서 비장감을 찾아야 하나......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궁귀검신'과 '운한소회'의 주인공이
무인과 살수라는 분명히 다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성격부여와
동일한 이야기 진행방식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흑영들은 살수인만큼 살수다운 복수를 해야한다.
하지만, 궁귀검신에서처럼 등장인물의 대화와 무공으로 싸우는 것에만 의존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살수의 복수라면 정보전, 치밀한 계획, 두뇌싸움이 필요하다.
살수를 주인공으로 한다면 강한 무공을 바탕으로 싸우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조금은 성격이 다르지만, 좋은 예의 하나로 용대운님의 유성검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이 무공이 강해지더라도, 거대 단체 혹은 세력을 향해 복수를 하려면,
뭔가 치밀한 계획을 통해 싸워나가는 맛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운한소회는 무사를 주인공으로한 궁귀검신과 비슷한 이야기 진행이다.
조금 약하게 해놓고, 그냥 무공으로 싸운다. 그것도 전 무림을 대상으로 싸우면서 적들에게 기회도 준다.
간이 배밖으로 나오다 못해 온 몸이 간인 것 같다.
이번 위기를 넘긴뒤에는 흑영들의 살수다운 모습과 음모적인 분위기의 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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