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청룡장]과 관계 있을 줄 알았더니, 정말로 '청룡'이 나오는 소설이더군요. 환 쪽의 '유희'와 흡사한 모습입니다만, 작가 본인께서 부인하시니까 아니라고 여겨야겠습니다만...
천년을 묵은 '청룡'과 오백년을 묵은 '자라'가 있습니다. '도술을 부릴 수 있는 영물'인게죠. 이들이 인간 세상, 즉 중원에 나왔어요. 환타지 세계에서 '드래곤'은 쌓인 연륜 때문에 '유희'도 능숙합니다만, [청룡만리]의 '청룡'과 '자라'는 도 닦아 하늘에 오르려고 세상에 나와본적이 없어서, 인간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 지식과 풍속을 하나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들은 '내단을 노리는 무림인들' 때문에 몇 백년을 싸워온지라, 무공도 초일류 고수급에 쌓아놓은 전리품(!)도 상당합니다. '사상 최강의 먼치킨 군단'이 나선 유유자적 강호기행인게 당연합니다만, 거기에 '천년을 내려온 무림비사'라덜지 '음모와 귀계'같은게 좀 섞여서 재미를 더해줍니다.
사실 환타지 세계에서 '드래곤이 보는 인간 세상'이란, 거의 '소꼽장난' 내지 '치트 쓴 RPG' 수준이겠죠. 개인적으로도 그런 재미에 몇몇 드래곤들의 나들이 이야기를즐겨 읽어왔습니다만, [청룡만리]는 그쪽과도 또 다르군요. '너무나도 잘 아는 드래곤'과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용'이기에, 지나칠 정도로 순박하고 착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평이한 전개라면 재미가 없을테니, '물욕으로 가득 찼지만 본심은 여린 자라'가 옆에서 받쳐주고, 그 외 여러 인간들이 각자의 개성을 갖고 등장합니다. 캐릭터들의 관계 설정 또한 잘 짜여져 있고, 게다가 '기이한 남여상열지사'까지 등장해 흥미를 돋궈줍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2권 들어가서 문장이 약간 꼬이지만,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라서 잘 읽힙니다. "천장이 떠나갈듯 웃으며 보는 무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재밌었고요. 2권까지의 전개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 마무리가 약간 걱정되긴 합니다만, 4-5권 정도에서 끝나면 잘 짜여진 무협 하나가 끝나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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