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덕에 다들 동구 할배에게 좋은 기억만 갖고 있습니다만, 소생은 동구 할배가 이거 하나는 진짜 잘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02년 초 골드컵 죽 쓰고 남미 우르과이 원정 평가전을 갔을 땝니다.
그때 유럽에서 뛰던 수비수 심재원(당시 프랑크푸르트)을 급히 합류 시켰어요.
이 친구 10시간 넘게 비행기 타고 우르과이 와서 대표팀 합류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상에서 회복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 소속팀에서도 차출에 반대했는데. 당시 국대는 FC코리아 체제라 심재원이 감히 거절할 입장도 못 되고, A매치 기간에 소속팀이 차출에 거부할 명분도 없었죠.
그렇게 와서 경기 뛰었는데, 결과는 1:2 패.
당시 실점에 심재원이 상당한 실책을 범했고, 연패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동구 할배는 “멍청한 선수 때문에 졌다”는 발언까지 했습니다.(요즘 같으면 난리 났을 듯.)
이후 심재원은 대표팀은 물론이고 소속팀에서도 입지를 잃고 마는데, 결국 2002년 대표팀 예비 명단까지 있다가 최종 명단에서는 떨어졌습니다.(정작 후보 수비수로 뽑혔던 이민성은 독일과 터키전에서...)
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선수 커리어가 내리막...
하지만 월드컵 4강 성과에 도취되어 누구도 심재원의 딱한 사정을 알아주지 않았죠.
다들 동구 할배 오면 다 해결 될 거라 믿습니다만...
기억하셔야 할 것은 당시 대표팀은 단순히 감독이 좋아서가 아니라,
코칭스태프가 역대급으로 체계적이었고, 운영이 잘 됐습니다.
히딩크가 한국 감독이 되었다고 하자, 네덜란드에서는 “그 양반 고집 세고, 성격이 불같으니까 좋은 코치가 보좌하면서 다독여야 함”이라고 충고했고, 그렇게 코치가 된 사람이 팀 베어백이죠. 그리고 처음으로 비디오 분석관이나 체력 트레이너가 붙었고,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아낌이 없었죠.
이후 대표팀 감독이 된 사람이 포르투갈 출신의 코엘류였는데... 통역도 형편없었고, 당시 코치인 박성화가 보좌는 커녕 거의 월권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거기다 협회의 모든 지원은 A대표팀이 아니라 김호곤의 올림픽 대표팀에 몰빵하고 있었고요.
이 시절에 오만 쇼크, 몰디브 쇼크가 터졌는데... 대표팀 운영 실태를 생각하면 터질만한 일이었죠.
흑역사로 끝장난 슈틸리케호? 하나만 알고 계세요. 슈틸리케호 코칭스태프는 K리그 팀만도 못했습니다.(그리고 위의 코엘류호 시절처럼 이때도 협회의 지원은 하급 대표팀쪽에 더 쏠려 있었죠.)
거기다 축구협회는 이 시절에 원정비용을 기존의 절반으로 깎아버렸고요.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인 우즈백 원정도 비용 아끼려고 늦춰서 가려고 했지요. 이란하고 비겨서 하루 앞서 갔지만, 만약에 그 하루도 아깝다고 예정대로 늦춰서 갔다면 과연 어찌되었을지?
러시아 경기갖고 왈가왈가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호주랑 플레이오프 결과 때문에 떠들고 있을 거라는 데 500원 겁니다.
PS. 주절주절 썼는데, 성적은 단지 좋은 감독 불러온다고 될 게 아니라 그만큼 지원을 제대로 해 줘야 합니다.
PS2. 한국 축구 망했네 어쨌네 하는 분들 있는데, 96년 아시안컵 이란에 6-2 참패, 97년 청소년 대표팀 브라질에 10-3, 프랑스 월드컵 개박살, 1999년 올대 일본에 4-1 참패, 2000년 U-16, U-19세 대표팀 아시아 예선 탈락 등등의 몽땅 지켜본 소생은 그저 웃지요.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