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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잡담]태풍과 무협소설.

작성자
Lv.80 비내리는숲
작성
05.08.15 08:31
조회
388

2002년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사상 최악의 태풍 루사가 강원도를 강타했습니다.

강릉, 삼척, 동해 등 영동지역의 대부분이 물에 잠겼지요.

당시 저는 서울의 모 고시원에 있었는데,

물난리 소식을 듣고 집에 내려가보니

물이 빠진 거리는 폐허와 같더군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듯, 멍한 눈의 노인들과

무너진 집, 쓸 수 없는 화장실, 끊어진 수도.

그리고 쓸려 내려간 저의 7년간의 수집품들.

록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모아놓은 450여장의 CD와

200여권의 무협을 포함한 1500권 가량의 책들,

편지와 앨범 등등..저의 과거는 한번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저 또한 넋을 읽고 마냥 진흙투성이 방만 쳐다보다

머리끝까지 채워진 허망함에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헌책방에서, 혹은 서울까지 찾아가 겨우 구해놓았던 무협들.

천하공부출소림이나, 진산님의 대사형,

양우생의 백발마녀전, 와룡생의 천애기등등..

이제는 쉽게 구하기도 어려운 것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사자니 당시의 기억이 쓰라려

선뜻 손이 가지 않더군요.

갑자기 떠오른 씁쓸한 추억입니다.

소중한 것은 창고에 넣어두지 마세요.

항상 곁에 두거나 안전한 곳에 놓아두시길.

잃은 뒤 기억을 곱씹어봐야 서글퍼지기만 합니다.

* [수]설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8-15 11:01)


Comment ' 6

  • 작성자
    Lv.6 모나미159
    작성일
    05.08.15 10:06
    No. 1

    그 루사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곳중 하나가 제가 사는 동해시 삼화동이란 곳입니다 ^^ 유일하게 학교와 시내로 향하는 다리가 끊겨 1주일반동안 학교를 못갔었다는 ㅋ 정말 죽을뻔했죠 ^^ 갑자기 마당에 물이차더니 급기야 가슴까지 물이차버린.. 물살도 강력해 담도무너지고 ㅋ 5일전에 진돗개가 새끼를쳐 새끼7마리까지 살리다 제가 죽을뻔 ㅋ (왠 횡설수설...) 하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잠깐
    작성일
    05.08.15 10:10
    No. 2

    음..... 안전한 곳에 보관 대행 해주는 회사없나용;;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1 nightmar..
    작성일
    05.08.15 11:33
    No. 3

    아... 그때 집채만한 돌이 물길에 쓸려서... 논 한가운대 떡! 하니 자리 잡고있고... 논밭들 다 돌밭이 되어버리고... 정말 다리가 끊겨서 -_ -;; 산넘어서 학교 오는 녀석들 있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張秋三
    작성일
    05.08.15 11:58
    No. 4

    음...안되셨네요...
    그나저나 외 할머니댁은 괜찮은 지 모르겠네요. 외 할머니댁이 삼척에 있는지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o*****
    작성일
    05.08.15 12:03
    No. 5

    물 정말 무섭더군요. 저도 군대에서 호우시 산사태 때문에 죽을뻔한 적이 있었어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현(炫)
    작성일
    05.08.15 19:13
    No. 6

    허어;;;
    아깝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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