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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柳韓
작성
03.10.31 17:37
조회
305

29일 오전 8시 30분 점퍼차림의 노부부가 쌀쌀한 아침공기를 가 르며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제5전시관에 들어섰다. 노인은 높 이 5m, 폭 2m의 철제 사다리를 힘겹게 끌고와 이곳에 전시된 안 중근 의사 동상 앞에 세워놓더니 아내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사 다리를 올랐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흰 수건을 꺼내 동상을 정 성스 럽게 닦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내는 동상 기단과 주변에 놓여져 있는 화초를 닦았다. 전시관에는 이들 부부의 동상 닦는 소리와 가쁜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일제때 징병 '마음의 집'

성균관대 행정학과에서 34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장기붕(79)교 수. 그는 지난 99년 5월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아내 김명희( 74)씨와 함께 순국선열동상 청소를 해오고 있다. “일제때 징병 돼 만주에서 일본군 생활을 한 게 마음에 항상 걸리더군. 교수생 활 내내 퇴임하면 뭔가 속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제야 실천하는게야.” 장교수는 42년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된 형 때문에 일제의 감시대상에 올랐고 44년 징병령이 시행되자마 자 일본군에 끌려가게 됐다.

정년퇴임후 부인도 함께

당시 일제는 요시찰 가정의 젊은이를 중심으로 징병을 했는데 장 교수도 포함된 것. 강제로 일본군에 편제됐던 장교수에게는 이게 평생 마음의 짐이 됐다.

지난 89년 정년퇴임한 뒤 충청북도 제천에서 10여년간 생활했던 장교수는 독립기념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아예 99년 초 천안 시내의 임대아파트로 집을 옮겼다. 그는 이사한 다 음날 독립기념관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처음 한달동안은 화단 정리를 했지. 그런데 선의로 한 일이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의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 군. 다른 자원봉사 활동거리를 찾게 됐고 결국 직원들의 일과 겹 치지 않는 동상 청소를 하게 됐어.”

장교수는 사비를 털어 작업용 사다리를 마련한 뒤 부인과 함께 본격적으로 동상 청소에 나섰다. 자녀들은 심하게 반대했다. 장 교수가 심장질환 수술을 받은 직후였고 부인 역시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동상 청소가 70대 노인들이 하기 에는 버거운 일이라는 게 자녀들의 주장이었다.

디스크 앓아 자녀들 반대

그러나 그 어떤 말도 장교수의 확고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장교 수가 동상을 청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성균관대 공과대 교수 들은 동상 청소에 사용하라며 광택제를 마련해 보내주기도 했다.

장교수는 순국선열 동상을 청소할 때마다 젊은 시절 뭉클했던 감 정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당시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의기소침할 수 밖에 없었던 식민지 젊은이들에게 큰 용기 를 심어줬어. 일본군으로 복무할 때도 그 감동을 한 번도 잊은 적은 없었지. 그분들의 동상을 닦을 때마다 당시로 돌아간 것처 럼 묘한 설렘을 느끼곤 해.” 특히 지난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이 토 이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지 94주년 되는 날이었기 때문 에 장교수는 이날 청소를 더욱 뜻깊어했다.

"몸 허락하는 한 계속"

오전 9시30분 개관 시간이 다가오자 사다리를 내려온 장교수의 횐 장갑과 수건은 어느새 까맣게 변해있었다. 장교수는 “참회하 는 심정으로 몸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할 생각”이라며 이마 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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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마음에 뭔가가 느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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