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서울대 국사학과의 이태진 교수가 하버드 대학에서 국사학 강의를 하게 된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한국인' 박노자 교수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단 두 가지 예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해 보려는 노력은 점차 증가하는 방향이 되리라 짐작합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영어 다음으로 쓰임새가 있는 언어'로 한국어가 꼽혔다는 것도 이런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의 전통 씨름도 그렇습니다.
상대와 밀착한 상태에서 벌이는 다른 여러 격투종목들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의 전통 씨름은 상당히 다양한 기술체계를 갖고 있는 운동이지요.
사실 동네 아저씨 총각들이 어울리던 마을 씨름판에서, 그런 다양한 기술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택견과 마찬가지로, 씨름 역시 이곳 저곳 전국 각지의 씨름꾼들의 기술들이 하나하나 체계화되어 정리된 것은 현대에 들어서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올해인가, 작년에 그런 씨름과 스모의 친선교류차 양국 선수간에 시합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교류 시합은 거의 매년 있어온 터라 특이할게 없을지 모르지만, 저는 가장 최근 결과만을 들었는데요. 씨름 규칙으로 3회, 스모 규칙으로 3회 겨루는 방식이었다고 하더군요. 씨름은 우리 나라가 전승, 스모는 우리 나라가 2승 1패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씨름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우리 생각 이상이더군요. 동경에는 이런 '씨름' 종류에 해당하는 무술에 대한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몽골 씨름, 중국의 솔각, 일본의 쓰모에 대한 여러 자료가 전시된 가운데, 한국의 씨름이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어 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스포츠화가 이루어져 현대에도 경기를 지속적으로 치르고 있는 '씨름'과 '스모' 쪽에 비중이 실리게 마련이지요.
심지어 일본 체육학과 교수 가운데 '한국 씨름'을 전공한 교수만 전국에 20명 가량 된다고 하니, 이것 역시 우리 문화가 세계속으로 점점 파고드는 현상 가운데 하나일까요.
아, 그런데 그럼 우리 나라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신 여러 교수님은 몇 분 정도 되실까요?
아하, 이런 이런... 요즘에는 그새 좀 늘었을까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미 Ball State 대학에서 운동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으신 '씨름선수' 출신의 박 모 교수님 한 분 뿐이시라더군요.
또, 국사학을 연구하시는 박사 학위 이상급 연구자 여러분 가운데 우리 나라 삼국시대를 전공하신 분이, 아마 전국에 2백분 정도가 된다지요? 일본에서 '한국의 삼국시대'를 전공한 박사 학위 이상급 연구자가 2천명이 넘는다던데…….
저는 얼마 전, 한 일본인이 던진 짤막한 질문에 크게 당황한 일이 있었습니다.
"만일 한국에 유학을 간다면 무엇을 배워가라고 추천하고 싶습니까? 어학은 말고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먼저 '우리 나라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울 것이 없다는 의미로 말이지요. 그리고는 곧이어 '내가 우리 나라에 대해 참 아는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울 것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를 감히 내가 말할 만큼 내가 모국의 학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는 생각에 참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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