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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진짜 눈물나와요 #6

작성자
Lv.1 코세이
작성
10.07.14 17:45
조회
5

화려한 방안을 둘러보며..내가 누워있는 이 곳이..케이드의 황궁이라는 것을 알았고..

치장한 침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허탈..해.

그렇게 잘난척하며 카르딘의 콧대를 꺾어놓겠다 큰 소리치고..

내 앞에 겁에 질린 녀석의 모습을 상상했건만 오히려 부상당하고 잡힌 꼴이라니.

"그런 표정 짓지마.. 어울리지 않아. 네게."

....

카르딘 녀석을 노려보았다.

어울리지 않아..? 내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힘을 주어 보석에..

....

........

힘이..... 안 들어..가...??

"..아아.. 위험할거 같아서.. 힘쓸줄 아는 몇몇 사람을 불러서 네 보석의 힘을 봉인했어....."

왼손으로 이마를 만져보니..

만져져야 할 보석대신 그것을 덮은듯한 작은 무언가의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 보석의 힘..대단해.. 열댓명의 사람들을 모아 겨우겨우 봉인할수 있었을 정도니..혹시나..해서 말하는 건데..

...... 지금 네 힘으로는 깨지 못할거야."

...카르딘의 말에 왼쪽 손에 힘을 주어 그 무언가를 잡아당겨봤지만..

우습게도 보석과 하나가 된것마냥..완벽하게 내 이마에 박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자는 거야. 카르딘."

한동안 막힌듯 다물고 있던 입을 열고 카르딘을 보며 말을 했다.

"나를 잡아서..나를 이 곳으로 데려와서 어쩌자구!! 네가 원하는걸 갖고 싶다고 했지? 그게 뭐야?? 뭐가 필요한데!!"

말을 하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를정도의 말들을 마구 퍼부었다.

몇번 보지 않은 만남으로 이렇게나 녀석을 믿었나..그래서 이렇게 화가 나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로로 잡히는 거면 절대 사양이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지.

...그래..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지..

[기다린다..]

...

어쩐지...

..보내기 싫..었어..

케인, 네가 나쁜거야.

내가 가라고 그랬어도...남아줄..수 있었잖아.

..나 정말 아팠는데...

어쩐지...계속 널 못 볼 것만 같았는데.

"난리도 아니더군. 세를황제가 없는 블리스는. ...그 대단한 위엄을 자랑하던 케인황제가 이성을 잃을 정도였으니."

".......뭐..?"

"아니, 그건 세를.너만이 그의 이성을 잃게 만들수 있는 것이였나."

..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말도 안돼. 생각하지마,말하지마. 카르딘.

벌써 알고 있었다는 건가?

케인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 그런..거..?

"처음부터..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어. 블리스의 전황제가 살아있다는 말에.

그것을 숨겨줬다는 케인 황제에 대한 소문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내가 가지고 싶다고 한건 다 가진다고 했었지?"

...

내 말을 잘도 끊어버리고 말하는 카르딘을 노려보았다.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것에 굉장히 화가 났다. 이렇게도 할수 있는게 없다는 것에.

"말해두지만..카르딘. 나는 예전의 세를황제가 아니야. 내 몸따위.. 이제 그렇게 블리스에게 대단한거 아니야..

포로로 만들어 날 방패삼을 생각은 그만두는게 좋을거야..난 절대 블리스에 그런 피해가 가게 하지 않아."

...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였다.

내가...

..내가 말 그대로 패배한 .....폭군이였다는 건...나 스스로도 알고는 있었으니까..

...더 이상..황제도 아닌 나 때문에 블리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있어서는 안됀다고..

정말..그렇게 생각했기에.

....

"가지고 싶은걸 가졌어. 네가 아니면 안돼."

......

"내가 원하는 건 너야. 세를. 너를 이용해서 뭘 하고자 했던게 아니라....그냥 너...그 자체였다고."

.............그..래..?

빌어먹을 세상이군.

황송해 해야 하나? 이런 나를 원해줘서.

....

젠장할.

뭐가 원한다야..?

뭐가 내가 아니면 안돼는데....?

사내로 태어난 나를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인간이 많다니.

....정작..

정작 나는 ..비참해 죽을것만 같은데도.

죄없는 이불을 한참이나 노려보고 있었다.

카르딘과 눈조차 마주치기 싫었다.

나를 원한다는 그 눈에..정작 나는 피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걸까..?

...

어깨가..

...총 맞은 상처가.......아프다.

..아..프다..

케인..

"저길 봐봐."

...?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카르딘이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걸어가 창문을 열어재꼈다.

쏟아져 들어오는 강한 햇빛에 잠시 눈을 찡그렸다가..

....내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고...저절로 입을 벌렸다.

첫눈에 봐도 엄청 화려한 궁의 구조가 드러났고..

..더욱 놀란것은..빼곡하게 전투태세를 갖추어놓고 있는 긴장이 잔뜩 들어가있는 병사들.

...몇백?

몇천..?

새까맣게 궁 구석구석에 숨어있었다.

........

숨....어 있어...?

"여길 봐."

창문으로 카르딘이 뭔가를 가르킨다.

성 밖..꽤 먼 곳에서..뭔가 하얀 연기가 일어나는것 같은게 보일듯 말듯 했고..

그것을 가르킨 카르딘은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하나도 틀리지 않아. 모든게 계산 대로야."

"......"

"나는 우리 군의 병사를 완벽히 조종할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전투쪽에는 어떤 예언가보다도 적의 행동을 예측할수 있지.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서만은 절대 안져."

...설마..

"저기..하얀 연기를 내 뿜으며 달려오는 자들은..분명 케인황제와 몇몇 장수들일거야."

"..뭐..?"

"내가 지시를 내려놔서...한동안 쥐새끼처럼 몰고간 블리스쪽을 공격하는 병사를 뺐거든.

그래서 블리스쪽 군사들은 자신들이 기적적으로 승리하고 있는걸로 판단했겠지.

그렇게 안전해진 사이에..케인황제가..완전히 케이드를 먹을 생각으로 이곳에 오는거야.

아니, 물론.....세를 너를 찾아서..라는게 맞는 말이겠지만 말이야. 케인황제는 이곳에 병사가 거의 없는 줄만 알고 있어.

자신이 곧 구해낼 세를. 너만을 생각하고 있겠지."

.....

"저기...깃발이 보이나?"

...

카르딘의 가르킴에 미간을 찡그리며 바라보니..

조금 먼 곳에 붉은색의 깃발이 펄럭거리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던 케인황제와 그 다른 장수들은...저 깃발이 있는 곳을 넘어서자마자 죽을거야."

..!!!!!

"뭐??"

"저게 신호거든. 얼마 안 있으면 여기있는 병사들의 탄환이..저 들에게 순식간에 쏟아질거야.

의외로 일이 더 쉽게됬어. 네 보석을 봉인하니까 케인의 그 대단한 힘도 사라져버렸더군. 감쪽같이."

......

...........

이제야 이해가 갔다.

숨어있는 병사들.

아무것도 모르고 달려오는 케인.

...병사들의 총부리는...케인쪽으로 겨누어져 있었다.

........

"..말..도 안돼.."

이런 경우가 어딨어.

.....

[기다릴께.]

기다린댔잖아!!! 기다린다고 했잖아~!!!!

멈춰. 케인!!

"카르딘~!!!!!!"

내 비명같은 소리에 카르딘이 나를 돌아다 본다.

....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뭘 바래!! 바라는 것을 말해봐~!!! 케인은 아무 상관없잖아!!!"

내가 어떻게 해야해!!!!

보지 않아도 새하얗게 질린 내 얼굴이 느껴졌다.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잡히고..전쟁에서 지고 케인이 죽는다.....

...

블리..스의 멸망이야....그건..

....블리스의...

내......블리스의..

"네 말대로 여기있을께. 케이드에 있으면 되지? 그럼 다 된거지??"

정신없이 내 뱉는 내 말을 듣는 카르딘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표정이 없는 얼굴로 내게 다가오고...그것을 나는 비참한 모습으로 바라봐야 했다.

"..카..르딘."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난 널 여기 있게 할수 있어."

....

내 왼손을 잡아 끌어 올리며...조심스레 쓰다듬는다.

소중하다는 듯... 깨질것 같은 유리처럼.

"영원히 내 옆에 있어. 내 생각만 할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나를 바라보겠다고.....세를.

네게 남겨있는..네가 믿고 있는 모든것들을 걸고 약조해줄수 있어?"

....

.......

네 생각만 하고..너만 바라보라고..

......나...보고..?

"내게...남아있는게 없다는..거...알잖아. 걸 수 있는 그런 거..없어.

그런 협박..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떤 사람만 바라보는거..어떤건지 몰라."

"..세를.. 이건 협박이 아니라 케인황제의 죽음을 바꿀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 뿐이야.

솔직히 블리스를 가지고 케인황제를 죽이고서도..너를 가질수 있어. 난 단지.."

"......."

"네가..두고두고 아파할 일을 굳이 만들고 싶지 않기에 너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세를."

내 손을 당겨서..

힘없이 딸려가는 내 몸을 카르딘이 안았다.

"...네가 지워지지가 않았어...세를...절대 놓을수 ..없어.."

...

어깨가..너무 아프다..

...아파...

"...할께.."

카르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나는 눈을 감았다.

"내게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의 모든것을 걸고...내 모든걸 걸고 약조할께."

그러니 어서..!

사살하라고 내린 명령을 거둬.

"...그렇지만, 나도 하나만 조건을 걸겠어. 카르딘."

...

내 말에 카르딘이 날 안던 몸을 살짝 떨어뜨리며 내게 눈을 맞춰왔다.

그와 비슷하게 눈을 떠 카르딘을 바라보던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블리스도 포기해.영원히 블리스를 넘보는 일이 없을거라고 맹세해."

......

내 말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것을 안듯 카르딘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블리스를...케이드보다 높은 나라로 인정하고 자금과 물건을 더욱 대."

....

"...내가 건건 협상이나 계약이 아니야. 세를."

"싫다면 난 여기서 죽을거야!!"

"..!!"

...

녀석을 노려보며 나 역시 매섭게 말을 내뱉었다.

결코 물러나선 안된다.

마지막일지도 몰라.

내가 블리스에게 할수 있는게...아니...할수 없는것조차...마지막일지도 몰라.

"..네가 죽도록 놔둘거 같아? 네가 죽으면 저 들도 끝이야."

"죽어버릴거야! 어떻게든 막아봐!! 내가 못할거 같아?? 네 눈엔 내가 지금 정상으로 보여???카르딘!!!"

소리를 질러댔다.

미쳐서 정말 죽어버릴것만 같았다.

왜 그러는데.

또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더럽게 꼬여야 하는건데!!!

.....전혀 생각지도 못해봤어. 난...난!!!!!

..난..이런일이 내게 일어나리라고는..

한번도.

단 한번도.

"...알았어.."

"......."

"알았..으니...다시는 죽겠다는 말 하지마."

내 얼굴에 손을 올려 눈물을 닦아주는 카르딘의 손 때문에..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바보같이.

또 약해져서.

또 무서워서..

또 끔찍해서 울어버렸어.

..아무것도 못하는 짐만 될거면서..처음부터 그런 인생이 될거였으면서..

왜 내게 처음엔 그토록 대단한 힘을 준거야??

..왜 처음엔 내게 그런 대단한 믿음을 준거야!!!!

정작 중요할땐 쓰지도 못하는데!!!

아무리 믿어봤자 배신당해버리고 마는 것을!!!

"..세를.."

...

.....!!

살며시 다시 가까워진 카르딘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놀라 움추려든 가슴을 부여잡고...나는 그대로 카르딘의 입술을 받아냈다.

살짝 떨어졌다 다시 쓰다듬어지는 입술의 생생한 감촉에...저절로 손가락이 부르르..떨려왔다.

....

케인..에게도 키스를 당한적이 있었는데..

그땐 케인이 미쳤다고 생각을 하며...너무 놀라서...계속 가까워지는 케인의 얼굴만 바라봤었는데..

..지금은..

......지...금은..

케인이..생각나.....

..괜히 마음이 아파..

"아아아아아악~~~~~~!!!!!!!!!!"

!!!!

갑자기 울리는 익숙한 비명소리에 나는 황급히 카르딘과의 입술을 떼며 거리를 두고 주위를 살폈다.

.....아..

카르딘이 잠시 뒤를 바라보며 일어섬과 동시에..

방 밖의 상황이 보였다.

잊고 있었다.

빌어먹을..

.................리효.

"흐윽!!...으아앙!!! 세를~~~!!!!!!!"

다쳤는지 얼핏봐도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이쪽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시끄럽게!! 여기가 어딘줄 알고~!!!"

촤아악~~!!!!!!!!

!!!!!

나도 모르게 그 소리에 몸이 움추러 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리효!!!"

내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지만 리효는 듣지 못하는 듯 했다.

..조금 거리가 있어서 그런가?

"리ㅎ.....으읏~!!!!!큭!!!"

다시 리효를 부르려다가 그제야 갑자기 느껴지는 어깨의 고통에 저절로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그런 나를..

카르딘이 부축을 하며 다시 눕히려 했지만 나는 재빠르게 그 손을 뿌리쳤다.

"저 얜 블리스 사람이야!! 놔줘~!!!"

..

내 말을 듣고 카르딘이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싶더니..리효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난...잡은 먹이는 절대 다시 놓지 않아. 더구나 저 앤 케이드 남자들의 마음에 들어할 스타일인걸?"

"...뭐??? 젠장할!! 이새끼!! 너!! 카르딘!!!!"

화를 참지못하고 카르딘의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

"아아악!!!!"

하지만..

멱살을 쥔 내 손을 잡아 힘을주는 카르딘때문에 아파서 저절로 멱살을 놓게 되었고..

카르딘은 소리를 지르는 나를 보며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내게 명령하지마. 세를. 이 곳의 황제는 나이고.. 난 내게 내려지는 명령어에 대해...익숙하지가 않아."

"....하아....하아.."

잠시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리고 말았다.

차라리..

케인말대로 그날..파티장으로 내려오지 않았어야 했어.

그렇다면 카르딘을 만나지도 않았을테고..

...카르딘이 전쟁을 선포하지도 않았을테고....

난 블리스에 있었을텐데.

케인을 보며 케인과 말하며...블리스 백성들을 보며....

.........

...

..그러며...

..................

"저 얘는 없었던 얘기로 하겠어. ...난 이만 슬슬 사살 명령을 거두러.."

"내가...함께 갈께. 카르딘. 내가 케인에게 말할께. 그 편이 너도 좋지? 그러니 저 얘 풀어줘. 함께 데려가서 케인에게 보내면 돼."

........

나를 돌아보는 카르딘의 표정은 단단하다고 느껴질정도로 변화가 없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듯 한 얼굴이였다.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리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어마어마한 큰 소리를 내며...자기에게 채찍을 가한 남자에게 오히려 협박을 하고 있었다.

세를만 만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걔가 얼마나 성질 더럽고 무서운줄 아냐며..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흘리며 나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아직 나를 믿고...내가 믿는 사람이 있었지.

.....

그리고 더이상 보호를 받는 내가 아니라..

...내게 남아있는 소중한 것들을 지킬줄도 알아야지.

......그래야지..

그렇지..? 케인.

...케인..

"내 말에 변함은 없다. 세를. 조금 더 쉬도록 해."

"나.... 안고 싶지 않아?"

..

내 담담한 말에 나가려던 카르딘이 커다래진 눈으로 나를 뒤돌아본다.

녀석의 얼굴에서도 순간 핏기가 가셨다.

"뭐...뭐라고..?"

"날..안고싶지 않냐고."

더 또렷히 얘기하는데도 녀석은 무슨말인지 못알아듣는 눈치다.

아니..

알아들었는데 내가 내뱉은 말이라고 믿지 못하는 거겠지.

녀석의 정신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았다.

지켜야해.

..내가 살아있다는건..내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거니까..

이젠 나도 그 들을 지켜줘야 해.

........

괜..찮아.

"날 안아."

나는 괜찮아.

......

"자,잠깐!!!!!"

한참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내쪽으로 다가오는 카르딘을 보면서...눈을 질끔 감고 소리를 질렀다.

내 소리에 한쪽 눈썹을 지그시 올려뜨고 나를 내려보는 카르딘을 습관적으로 노려보았다가..금새 눈에서 힘을 뺐다.

"지.........금 안을려고?"

작게 말한다는게 아주 기어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젠장할.

그런 내 소릴 듣고 녀석의 표정이 조금 웃는거 같아서 다시 노려보려다가...다시 고개를 숙였다.

"왜? ..안돼나?"

"아니!!..그!!...그러는 동안 케인이 죽을지도 모르고...리효도 데려가야하고!!....."

....젠장.

아무말없이 나를 보는 녀석때문에 더욱 불안하다.

"ㅇ...야!!! 내가 무서워서 그러는줄알아??!! 웃기지마!!!

아~ 가만! 생각하니 화나네?!! 이봐~!나 환자라구!!!!!!나 죽으면 책임질거야???!!!!!!"

어깨 다친거 알고 붕대도 알아서 감아준 놈이..

설마 날 정말 안으려고??

"네가 안으라며.."

"..!!!"

...

냉정한 투로 말하며 가까이 오는 녀석을 보며 자꾸 움츠러드는 마음을 안았다.

"이제와서 싫어?"

...

.......아..

딱 끊는 듯한 ......녀석의 그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는사이 가슴께 옷을 꽉 움켜쥐고 있던 내 손의 힘이 빠지는게 느껴졌다.

..

괜찮아.

뭐 어때..여자도 아닌데.

..그 깟것.

괜찮아..

여전히 가슴께에 머물고 있던 내 한 손을....다가온 카르딘이 슬쩍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괜찮아.

괜찮아..아아아아아아아.......!!!

"쪽!"

..

......?

잔뜩 긴장하는 나와는 상반되게..카르딘은 아주 여유로운 모습으로 부드럽게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카르딘의 얼굴에..무언가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카르딘.."

"이렇게..떨고 있으면서 그런말 다시는 하지마."

..

녀석의 말때문에 알았다.

내가 주체할수 없을정도로 몸을 떨고 있다는 것을.

"너만 옆에 둘 수 있다면..내가 할수 있는 일은 다 할거야..세를."

...

더 가까이 다가와서...

내 얼굴 가득히 있는 눈물 자국 위로..입술을 대는 카르딘을 바라보고..

다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차라리..

친절히 대해주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할수 있는 한.. 네가 원하는 일은 다 해줄께.. 그러니 무리하지마..."

"......"

그러지 않았으면 해.

나 아직 더 화내고 싶고.

나 아직 더 매달리고 싶어.

아직 더 울고 싶다고!!

"자.. 같이가자. 세를. 네가, 네가... 블리스를 구해내.."

..

카르딘의 말에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붕대에 묶인체 천으로 고정되어있는 오른쪽 팔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내 팔을 조심히 쓰다듬는 카르딘이 나를 향해 빙긋 웃었다.

"이제 영원히 나와 함께 하자.."

...

".........어."

[이제 영원히 함께 하는거야. 알겠어? 케인.]

[..곁에서 영원히 지켜드리겠습니다.]

............

[내 곁에 있어줘야겠어. 세를.]

[..세를]

케인.

[...세를..]

"내가 이럴줄 알았어~!! 내가 뭐라고 그랬어~!! 셀이 온다고 그랬지??!! 너흰 다 죽었어~!!!"

....

내가 카르딘을 따라 리효에게 다가가..

블리스로 가자고 말하자 리효가 자신을 때렸던 남자를 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 모습이 어린애와도 같고...나와도 비슷했기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지만..

왠지 슬퍼져서 그 웃음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케인 황제님이 구하러 오신거지?? 이까짓 나라 전쟁하면 우리가 이기리라고 나는 확신했다니까~!!!"

"...가자."

자꾸만 기분이 좋은 듯 큰 소리를 내며 말하는 리효를 보고 재촉하듯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카르딘이 준비해준 각자의 말을 타고..케인이 오고 있는 쪽으로 몰아갔다.

벌써 케인은 붉은 깃발 가까이까지 도착하였고..

우리를 발견했는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던 말들을 케인이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

분명 질리도록 본 얼굴임에도..

케인의 얼굴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건..왜..일까......

..나는..

다시 한번 케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걸까.

..나를 지켜주며 내 곁의 기사처럼 날 보호해주길 바라는 건가..?

아직도.

마주치는 시선이 아프다.

케인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슬프다.

"폐하~!!!!"

거의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동스러운 재회를 하는 듯 리효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기쁘게 웃으며 뛰어가려다가 나를 뒤돌아 보고 손짓한다.

"어서와~! 셀!..아,아니지! 세를 황제폐하!! 납시오셔서~"

큰 소리로..즐거움이 묻어나는 소리로 리효는 나를 웃게 하기위해 말을 꼬았지만..

...난 웃을수가 없었다.

마지막..만남일지도 모르는데..웃음같은게 나올리 없다.

...

말 위에 계속 올라탄체..리효를 내려다보는 날 리효가 바라보다 이상함을 느꼈는지 얼굴을 찡그린다.

"...셀..?"

"어서 가. 리효."

...

내 말을 듣고 한참동안이나 내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던 리효가 하, 하며 웃음소리를 크게 냈다.

"뭐하는거야~ 어서 너도.. 내려와."

"...."

"..셀..!"

아직도 어색한 웃음이 남아있는 리효의 얼굴을 바라보다...

나는 고개를 들어 케인쪽을 바라보았다.

여러 장수들의 맨 앞에서 나를 응시하던 케인의 눈과 시선이 마주친다.

"..난 케이드에 남을거다."

......

내 이 한마디에 리효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었던건 말 할것도 없고..

케인뒤의 장수들도 몇번 보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 놀란 표정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표정이 변함이 없는건..

미리 알고 있는 카르딘과 나와...그리고.....케인 뿐.

....

예..상하고 있었다는..건가..?

"..세를!!"

"오지마!!! 리효. ..넌 어서 블리스로 돌아가!"

딱 끊어버리듯 말하자 리효의 표정이 믿을수 없다는 듯 일그러진다.

..미안.

"세를 황제님!! 보나마나 이 전쟁 우리가 승리한겁니다!! 그래서 구하러 왔는데 어찌!!"

"나를 황제라 부르지 마!!! 난 이제 블리스의 황제가 아니야!"

내 소리지름에 뒤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던 장수들의 입이 다물어진다.

그래.

몰랐던거 아니잖아..

내가..블리스의 황제가 아니라는 건.

".......너희의 황제는 저기 있잖아.."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끝에..여전히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 케인이 보였다.

...알..고 있을것이다.

다른 장수들과는 달리..

블리스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는 어렵다는 걸..

..그리고 내..보석이 봉인되어 힘을 쓸수 없다는 걸.

"그래서!!!! 그! 그래서 이젠 황제가 아니니까 블리스에 가지 않겠다고?? 여기가 더 편하고 널 잘 대해줘서??!!"

갑자기 리효가 소리를 지르며 날 노려보았다.

...

"우리가 전쟁 다 이겨간대잖아~!!그래도 여기 남아있을거야??!!! 누가 뭐래도 넌 블리스 인이잖아!!!!"

.......

"네가 여기 있으면 저 황제가 널 모시고 산데?? 그래서 그러는 거야??"

"그래."

내 낮은 대답에 리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아파하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서....내게 전해져온다.

그냥 가..

"너..에게 블리스가...그 정도 존..재 밖에..안됬었..어...?"

아무말 하지 말고..그냥 가줘..

타다닥!!..타다닥!!!

....!!!

잠시 리효와 말 하고 있는 사이에 말 발굽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케인이 말을 몰아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옆쪽을 보자 붉은 깃발.

.....이 쪽으로 오면 안돼.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거 같지만..

분명한 시선.

살의의..

.....케인에게 겨누어진 총부리.

"오지마!!!"

왼손을 들어 케인에게 오지 말라는 손짓을 하지만 케인은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었다.

"케인~!! 오지 말라니까!!!!"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기만 할뿐..케인은 점점 더 속도를 올려가기만 했다.

타다닥~!!!!!!!!

"!!!!!"

"세를~!!!!!"

...!!!!

아.........

급한 마음에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그리고..카르딘 목소리에 내가 정신이 들었을때는...

내 몸은 어느새 케인에게로 말을 몰아 달려가고 있었다.

.......

!!

"아아앗..!!!!"

너무 급하게 몰았기도 했지만 한쪽 팔로만 말을 모는 거라서..

케인 바로 앞까지 왔는데도 말이 잘 멈춰지지 않았다.

"야!!!으앗~~~!!!!!!"

놀라서 힘을 잔뜩 줘서 고삐를 당기니 말이 갑자기 멈추어버렸고.

파아악~!!!!!!

"으...으아악!!!"

튕겨나가는 몸을 느끼며 눈을 감아버리자..

단단한 무언가가 몸을 꽈악 지탱하며 순식간에 끌어올린다.

.....

눈을 뜨진 않았지만..알수 있었다.

...살며시..눈을 뜨면서...

케인의 옷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왜 그렇게 울고 싶었을까.

"..세를."

"아.......저..기..."

"세를!!"

화난듯한 카르딘의 목소리에 정신이 확 들었다.

케인의 말로 옮겨 타져서..케인에게 안긴듯한 자세가 되어버렸는데..

..그런데..

카르딘이.

"카르딘!난!! 난 케이드에 있을거야!!!!"

그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자 날 잡고 있던 케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니까 지금은 조금만 시간을 줘!!"

제발..

마지막 몇마디쯤은 할수 있도록...

마지막..이니까..

....

내 말이 끝난후 조용해진 주위를 느끼면서....카르딘이 내 말을 이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케인을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 팔을 보면서..괜찮은지 꼼꼼히 살피고 있는..

그런...케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

"..내가 널 보내줄거 같..아..?"

힘들게..나오는 케인의 진짜 마음이 무서울정도로 날 아프게 한다.

..내가 어떻게 하길..바래?

내가..

내가 처음으로 희생..이라는 것을 해서 내 나라를 살려보겠다는데.!!

......

"케인...난.."

"절대 보내지 않아!! 이렇게 보낼거 같았으면 네 자리...차지하지도 않았어.."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케인의 목소리때문에..

지금의 케인이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를..알수 있을..거 같았다.

"또 다시 나를 배신할거야?!! 세를!! 네가 분명 내 뒤 따라서 온다고 그랬잖아..!!"

.....

..하아..

....하아....

케인의 눈이 일그러진다.

아파하지마.!

젠장.

난 이미 예전의 세를이 아니라서....너 아파하는거...

이제 다 보인단 말이야..

"말 해봐!! 말해보라고~!! 너 분명 그렇게 말했잖아!!세를!!"

나도 이제 아프단 말이야!

"분명 온다고 그랬었잖아!!세를!!!"

"너야말로 기다려준댔잖아~!!!!!"

...

..하아.

학..

...하..아....

참..으려고 했는데..

잘 참고 있었는데..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 비명같은 소리에 놀란 표정의 케인의 얼굴을 보니...내가 무너져 내릴것만 같았다.

"...네가 말했잖..아..!.... 기다린다고...케인 네가..말했었잖..아.!!."

왜 왔어.

더 기다리지 왜 왔어..

내가 맡긴 일..

전쟁터에서 블리스를 지키지도 못했으면서 왜 나타났어.

...

내겐 모든것이 버거워.

아무런 힘이 없어.

당장이라도....네게..........매달리고 싶을 정도로.

난..

"난...케이드에 남는다."

내 자신에게 주입시키듯..읊조리고..케인의 눈을 응시했다.

한 곳을 집중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눈동자가 애써 나를 담으려 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눈물이 비집고 나올거 같아 시선을 내렸다.

참을 수 있다.

참을 수 있어..

아랫입술을 깨물으며...케인의 품에서 벗어나 말 아래로 뛰어내리..

...려고 했다.

파악!!!!

날 잡는 케인의 손만 없었다면.

"..절대 못 보내."

.....

마주치는 시선이 너무나 고통스러운데.

차라리 편해지기 위해 내가 남겠다는데.

....케인..

왜!!!!

"내가 널 보내주길 바래..? 세를."

...

"세를!!! 그만 이리와!!!"

!!

.....

카르딘의 목소리가 녀석과 나의 사이를 가르는 듯 했다.

이거였었나.

왠지..

케인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아파했던게..

..이렇게 헤어질것을 알았기 때문이였..나...?

"..이..거놔. 케인. 난 가야해."

"절대 안돼."

"제발.."

나도 모르게 떨려오는 목소리에 케인이 하, 하는 소리를 내며 나를 노려본다.

"..이렇게 해서라도 내 곁을 떠나고 싶었던거야..?"

"......."

.....뭐..?

.....

그럴거라고 생각...해..?

정말 내...가 그럴거라고 생각해..?

나쁜 새끼.

...

내가 얼마나 아픈지..네가 알아...?

알아..? 네가!!

"이거 놔!!!"

"너에게!!...내가. 언젠가 황제자리를 돌려준..다고 했었지..?"

...

....

..황..제자리..

[돌려줄께. 너에게..]

.....

"난 약속은...지킬거다."

"..."

"세를.. 그거 알아..?"

..

내가 알던 케인의 표정이 아니였다.

전혀 본적이 없던..

화난것도...슬픈것도..고통스러운것도....어느것 하나라 말하기 어려운..

.....마치..

모든게 끝난것..처럼..

"원래..황제의 옥새는 다른 사람이 가질수 없어."

..케인.

"가지려 하는 사람은 모두 죽게 되니까."

....

"세를~~!!!!"

!!

카르딘이 부르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그렇지만 난 케인의 시선 안에서 꼼짝도 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난 죽지 않았어.. 황제가 사라진줄만 알고 내게 스스로 옥새가 왔었거든."

"...케인."

"지금..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 옥새가 아주 간절히 너를 원하고 있는데...내가 옥새를 너에게 주고 나면...난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

..........

설..마.

"미안하게도...네가 황제자리를 다시 찾은 후에 내게 복수하진 못할거 같아.

옥새가..황제가 사라진것처럼 속인 나를 아마 네 대신 처리해 줄거 같거든. 아..마도.."

....

[꼭 돌려줄께. 너에게.]

..........

"왜....날 죽.........이지 않았어.."

힘없이 한숨처럼 그 말이 흘러나왔다.

내가 죽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의 힘만 믿고 있던 이 뻔뻔스러운 왕만 죽었다면..

그런 ..일 없었잖아..

..옥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그렇게 불안하며 살았던..거야..?

왜!

어떻게!!

"내가..죽는게 낫..다고 생각될 만큼..................널 사랑하니까."

...........

어느새 맺힌 눈물이 눈을 가득채워 케인이 보이지 않았다.

또르륵...작은 소리가 나는 듯 무겁게 떨어지는 눈물들 사이로...그제야 조금씩 케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케인..

"케이드로는 절대 못 보내..옥새만 있으면 그까짓 보석 봉인한것도 깨질테고..하센도 찾을수 있을거야."

"케..인."

"다시 황제가 되는거다. 세를."

....말도 안돼.

"...그러지마."

"옥새를...돌려줄께."

죽을지도 모르잖아.

네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케인이 자신의 옷 어딘가를 더듬어가며 옥새를 찾고 있었다.

안돼..

...그러지 말란 말이야!! 이 새끼야!!!!!

"케인!!!!"

거칠게 움직이는 그 손을 한 손으로 멈추게 하려 애썼지만..그게 될리가 없었다.

..그냥 나 하나 희생하는게 나아.

아니, 희생이라고 할것도 없어. 죽는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넌..

..케인 넌..!!!!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아앙~~!!!!!!!!!!!

!!!!!

우당탕탕~!!!!!!!!! 우르르르르!!!

엄청난 폭발음에.. 어느새 케인이 깃발을 넘게 되어 케이드병사들의 총알이 쏟아지는 줄 알았다.

..정말 틀렸구나라는 생각에 눈을 질끔 감았고.

말이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바람에 케인의 몸에 몇번이나 몸을 부딧쳤다.

"아아악!!!"

"으와아아아아~~ 뭐!!뭐야!!!!!"

우르르르르~!!!!!!!

콰다다다다다당!!!!!!!!!! 콰콰콰콰콰아아앙~~~~~~~~!!!!!!!

!!!

"아아아아악~!!!!!!!!!"

"무너진다!!잡아~!!!!!!!!으아아아악!!!!!!!"

...

비명소리는..

이쪽에서만이 아니였다.

놀란 마음에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니..

성안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모조리 일어나 뛰어다니며 무너지는 성안에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땅이 갈라져 이곳까지 파일정도.

...지....진..?

그럴리가.

지진이라는 것은 이쪽 세계에 없는데.

"와아아아악!!!!!!살..살려주...!!!!!!!!"

"으윽!!!! 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아아아아악~~~~~!!!!!!!!!"

투두두두두두~!!!!!!

우다타타타타다아아앙!!!!!!!

...윽.!!

"으....으으..!!.."

"..세를..?"

!!!!!!!!!!!!!!!!

"으..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깨질거 같은 두통에 나는 저절로 비명을 질러댔다.

열기가 온몸을 휩싼듯..

..이건..

이건 분명...

파파파아아아악!!!!!!!

...봉인이 깨지는 고통.!!

쩌어어어억~~~~~~~~~!!!!!!!!!!

쩌어억!!!쩌어어어억~!!!!!!!!!!!!!!!!

"아아아아악~!!!!!!!!!!!!!!"

"세를.!!!"

정신없이 흔들리는 내 몸을 케인이 꽈악 잡아주는게 느껴졌다.

...

온 몸이 녹아내릴듯 뜨겁다.

전의 내 힘보다...훨씬..........잠들어 있을동안 훨씬 힘이 커진거 같았다.

"..괜찮아?!!"

"세를!!!!"

...

처음건 케인. 두번째는 리효.

세번째는..

..들릴것만 같았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카르딘.

벼랑끝에 떨어진 것처럼 너덜해진 몸을 겨우 추스리고..

고개를 돌려 카르딘쪽을 바라봤다.

하아..

..하아...아.....

....카르딘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자신의 성을 다급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나라가.

...

..이거

..알..겠어......

내가 케인을 올려다 보자..

케인도 나를 보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눈이 마주친다.

".............하센이야."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케인이 내가 예상했던 말을 내 뱉는다.

그래.

하센이야.

...봉인을 깼어.

콰콰콰가가가강~~~~!!!!!!!!!!!!!!

그야말로 엄청난 힘이였다.

..어떻게 봉인을 막 깬 몸으로 이런 힘을 낼 수 있는거지..?

더구나 이 힘은..

내가 그동안 느껴오던 오직 하센의 힘만은 아니야.

뭔가가 더 있어.

...

하센...어디에 있지..?

어째서!! 내게 나타나지 않고 이런 짓을!!!!

"...세를."

콰콰콰카카카카카아앙~~~~!!!!!!!!!!

"와아아아악!!!!" "으으아아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쏟아지고 그 사이..케인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같이...블리스로 가자. 여긴 위험해."

............

"난...."

고개를 돌려 카르딘을 바라보았다.

터져가는 성을 바라보는 카르딘의 뒷모습이 보였고..

곧 그 뒷 모습의 얼굴이 서서히 고개를 돌려...나를 바라본다.

"...난 약..속을 했어.."

카르딘을 바라보며 말했다.

케이드에 남겠다고 한 약속은 나의 모든것을 건 약속이였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그 약속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쩌저저저저적~!!!!!!!

!!!!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건..흡사..

내가 잘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힘처럼 느껴졌다.

지금 내가 힘을 찾은것 까지는 좋았으나..

내 힘 역시 공격용으로밖에 사용하지 않았으니.....이런 상황에서는 발휘할수가 없다.

나는 무너지는 성을 도로 세울수도 없고 갈라지는 땅을 붙일수도 없어.

..오히려..

지금 하센이 하고 있는 이런 파괴라면 자신있지만..

......그래도.

"세를..!!"

"케이드에 남겠어!! 이유야 어쨋건 내가 선택한 일이고 내가 약속한 일이야!!!!"

"블리스로 가! 세를.."

..!!!!

????!!!!!!

카르딘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카르딘을 바라보았다.

...가...라고..?

"넌..블리스 인이고 난 케이드 인이야! 내게는 케이드가.!..아직 너보다 소중하니까 난 이 곳에서 케이드를 지킬것이다!!!"

"카르..딘!"

나를 보는 카르딘의 눈매가 부드럽게 휜다.

웃으면서..

...날 보내고 있었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적이 누군지 어디서 나타나는지도 모르는 상태라...이길수 없어..! 여기에 네가 있어도 지켜줄수 없어!!"

"카르딘!!!"

"그래도 난..이 곳에서 죽을거야!!난 케이드의 황제니까..........세를! 어서 가!!! 여기 있으면 너도.. 위험해!!!!"

........

카르딘은 말을 몰아 내게서 뒤돌아 섰다.

그리고 다시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케이드의 황제...카르딘으로 .............기억해줄거지??!"

.....

"좋아해.. 세를..정말 많..이......"

..나도 모르게 내가 잡고 있었던 케인의 옷자락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카르딘..

너 정말...

"나쁜새끼!!!!!!그래애~!!가서 한번 열심히 지켜봐라!!! 이 재수없는 카르딘 황제야~!!!!!"

다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녀석이 하센을 이길리가 없다.

....

........케이드의 멸망이다...

".....세..를."

...

뒤돌아 멀어져가는 카르딘을 바라본 후.. 내 귀에 들려오는 케인의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내가....너를 포기하고 블리스로 가길........정말 바랬어..?"

....

욱씬..

그냥....생..각만으로도 마음아팠다.

기대했을런지도 모른다.

케인은....날 케이드로 보내지 않을거라고.

어떻게든 날 지켜내줄 거라고..

기대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밀어냈다.

..나 아픈데..

설마 네가 그냥 뒤돌아설까..

..나..사랑한다면서..

설마 네가 이대로 날 포기할까.

"..나......두고 갔으면..가만두지 않았을거야.."

...

내가 내뱉은 말을 듣고..케인이 따뜻한 미소를 보여준다.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았어. 케인은.

네가 항상 이러니까 내가 매번 기대하는 거라구.

..

"블리스로 돌아가자.."

작게..귓전을 울리는 케인의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리효는 아까 전 장수 한명의 말에 같이 올라타서 먼저 무너지는 땅들을 피해 블리스쪽으로 가고 있었고..

.......

케이드의 무너지는 성..

불바다가 되어버린 마을...갈라진 땅..

....

케이드의 운명이라면 함께 받겠다는 듯 두려워하지 않았다.

..블리스의 운명이 저렇게 되어버렸을때.....나와 케인도 함께 최후을 맞이하게 될까..?

"가자!"

말을 모는 케인의 소리에 살며시 눈을 감았다가..다시 번쩍 눈을 떴다.

잠깐만.

하센.....이라면..

....하센.!!

내 말을 거역할리가 없잖아.

케이드를 살릴수 있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수 있어!! 그토록 원했던 하센의 부활인데!!!!

케인에게 몸을 맡긴체..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강하게 느껴지고 있는 하센의 힘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어디있는지만 알면.

하센이 내가 무사한지만 알면.

모두 잘 될거야.

...

.....그런데..

하센이 왜 케이드를..공격하는거지....??

...

설..마..

..다 지켜보고 있었던건....

아....니겠지..?

흠칫!!!

어마어마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냥 하센의 힘이라고 하기엔 너무 컸기에...이상한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꼭 잡아."

케인의 말에 케인의 몸을 꼭 잡고..

케인이 갈라진 땅사이를 뛰어넘으며 블리스로 향하고 있었을때..

.....

볼수 있었다.

하센을..

하센이였다.

나의 하센이였다.

내가 얼마나 그리워 했었는데..

..하센~!!!

분명히 하센이였다.

하센은 여전히 하나의 흐트러짐없이 반듯한 자세로..

..분명 표정없이 무너져내려가는 케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콰콰카카카카카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으으으아악~~~!!!!!!!!!!!!!"

.....

................................

..................................................아.....

....

순간적으로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을..

믿..을수가 없었다.

.....뭐...야......

.........

뭐..

.....하,

...말도 안돼.

내가 찾았던.....정말 찾아다녔던 하센이 눈에 보이는데..

내가 보는 내 시야사이에 하센이 눈에 보였는데..

..내가....... 그토록 아름답다 여기던 아름답던 하센의 초록색 눈이..

....초록색..눈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검은 색이였어."

평소 하센은 멀리서도 초록색 눈과 머리가 튀었었는데...

분명 검은색.

자리에서 일어나서 신경 부리듯 뒷머리를 만지며 케인을 바라보았다.

케인 역시 놀란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랄만도 하지..

갑자기 눈색이 바뀌는 일이 어딨겠어.

나는 긁적이던 손을 내려서 슬그머니 바라보았다.

블리스에 도착해 몇번의 리효의 치료를 받으니 어깨는 금방 나을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카르딘이..아주 잘 치료해주었던거 같다고..리효가 말했었다.

..카르딘.

"지원병력은."

"최소한의 군사만 빼놓고 모두 케이드로 보냈어."

내 질문에 다 알아서 했다는 듯 케인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

조금의 침묵을 깨고서 말을 잇는 케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나는 알고 있었다.

"케이드는 하센을 이길수 없어."

.....

...역시.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리며..그 말에 긍정했다.

"...........알고 있어.."

그래도..

최대한의 노력은 해주고 싶어.

[좋아해.. 세를..정말 많..이..]

......

케이드는 하센을 이길수 없을것이다.

무엇때문에 하센이 폭주를 해서 케이드를 파괴하는지는 몰라도..

...

내 힘을 써서 하센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나는 하센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깨달았다.

오자마자 지원병을 케이드로 보냈지만..

죽으러 가는 지원병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가망이 없었다.

...케이드는..이길 수 없다.

"..무엇보다 하센이 케이드를 친 후 블리스로 오게 된다면 그때가 큰일이야.."

"걱정없어. 하센은 날 위험에 빠뜨리게 하지 못해. 나는 그것보다.."

.......

...하센의 검은 눈..

"엄청난 봉인을 깨어내고도 멀쩡한 모습.

아니, 평소에 보지못했던 어마어마한 힘으로..그것도 검은 눈으로 변해서 케이드를 보는 그 모습이 자꾸 걸려."

하센을 보고도..

그렇게 보고싶어 찾아다녔던 하센을 보고도..

반갑게 말걸수가 없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며..만지며..

네가 없어서 나 이만큼 고생했다고....보고 싶었다고..

날 두고 얌전히 갖혀있던 그 동안 어땠냐고 따져보고라도 싶었는데..

..아무말도.

......

.............!!!

아아..

"...그러..고 보니까......들었던 적이 있었던거 같아."

"......?"

케인이 나를 보고 의문의 표정을 짓는다.

"무슨 소리야..?"

"..기..억나....아주 어렸을때..!! 검은 눈 얘기같은 건 모르겠지만....하..센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

나는 거기까지 말을 하고 케인을 바라보았다.

살짝 찌푸려진 케인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친다.

".......센....가의 장손들은 황제를 지켜주기 위해 살아간다고...만일...자신이 황제를 지켜줄수 없는 일이 생기거나..

아주 위급한 일이 생길때는.."

뭔가에 홀린것처럼 중얼거렸다.

..하센의 그 말들을 들으면서 하센에 대한 믿음이 커져갔던거 같다.

"단지 센가의 힘이 아닌..자신의 본능에서 전혀 성질이 다른 엄청난 힘을 얻게 되는 일이 있을수 있다고..

아직까지 그런사람이 없었지만 자신은 그렇게 해서라도 지켜주겠다고..내게 맹세했었어."

....

뭔가 확신이 생긴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아버지께 들었지. 그 힘은 황제가 살해되거나 나라가 아주 위급해졌을 때에만 나타날 것이라고.

아버지는 블리스에 그런일이 없을거라 확신하셨어. 하지만..그렇게 황제가 사라지게 되어 그 힘이 드러난다면 아마......"

...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그 얘기를 그렇게 잊을수 있었는지..

명심하라고 하센과 나를 두고 한 아버지의 그 말이 지금에서야 생각났는지..

나는 왠지 아찔해져서 머리에 손을 올린후..다시 입을 열었다.

"...............그 것은.. 블리스의 멸망이 될것이라고.."

....

케인도 나도...서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블리스의 멸망이라니..

그 것도 하센 한 사람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낮은 목소리로 케인이 내게 물었지만..

...내게 뾰족한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였다. 다른 나라와의 전쟁도 아니고 하센이라니..!

"대화를 해야해. 폭주하는 하센을 어떻게든 멈추고 나와 대화를 하도록 해야해. 아무리 힘이 넘치더라도.."

"...."

"..나는 알아보겠지.. 날 지키기위해 그런거니까.."

......

하지만..

아마 대화를 하게 된다면...........

..케인의 이야기가..나올테..지.

나는 케인을 바라보았다.

케인의 얼굴이 순간 나의 표정을 읽은 듯 했지만..곧 다시 자기 자리 앞 테이블로 시선을 내렸다.

..케인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 그것은 확실한 나의 마음이였다.

내게 다시 황제가 되라고..옥새를 꺼내주려던 케인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건 나였으니까.

..하센은 케인의 죽음을 원할것이다. 분명.

......분명..

내 자리를 빼앗은 케인을 죽이기 위해 다가오고 있는것이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골똘히 생각에 빠진 케인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어딜봐도 잘생기긴 한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괜히 뚱..하고 입이 나오는 표정을 지어버렸다.

.............

어릴때부터 케인은 내가 이기고 싶어 안달날정도로.... 모든면에서 잘난 점이 많았던거 같다.

..그땐 그저 그런 미움과..내가 믿는 사람으로서의 감정뿐이였는데..

지금은....모르겠어.....

케인 가까이로 천천히 걸어갔다.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던 케인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나는..

그냥 가만히 서있는체 케인의 시선을 마주했다.

"....나에게..카르딘이 키스했어.."

..

내 말이 끝나기 일초도 지나지 않아 케인의 인상이 굳어버린다.

안그래도 저조했던 기분이 땅에 떨어진다. 라고..써있는 듯한 얼굴이 뭔가..내게 말을 하려다가 다시 고개를 떨군다.

".......그..래..?"

내게 안 들키기위해서라는 거 안다.

불쑥 나는 화나는 표정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고개를 숙인 거라는 걸 안다.

...

예전엔 녀석이 이렇게 숨기면 몰랐으니 넘어갔지만..

"질투 안나?"

지금은 아니야.

...

나를 바라보는 케인의 표정이 마치..

어린아이가 무언가를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어린애처럼...

무척..난감한 얼굴이여서..나도 모르게 씁쓸하게 웃음이 나오는 듯 했다.

..케인의 얼굴이..새삼 신기하다..

"......뭐가."

한마디 내던지고 다시 고개를 숙여버리는 그 모습에 새삼 신기하다.

못 보는 줄만 알았는데..

다시는 케인, 너를 못 보는 줄만 알고...

모든게 끝난것같이만 느껴졌어.

왜..일까..?

"..실.망. ....질투할거라고 알았는데..재미없어."

케인을 흘기며 화난듯이 연기를 해보지만..

무심결에 나온 웃음에 모든게 순간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세를..."

"..카르딘하고 키스할때."

케인의 말을 가로막고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냥 나를 곤란한 눈으로 바라보는 케인을 내려보는 내 눈에....더 이상의 웃음은 담겨있지 않았다.

"케인. 네가 떠올랐어.."

"..!!"

한번 스쳤던 일인데..

너무 화가 나던 순간이라 어떤 느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왜 케인과의 키스가 떠올랐던 것일까..?

"왜 하필 케인 너였을..까...?"

케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 얼굴을 가까이 마주본적은 거의 없었을텐데..

..그때..

키스할...그때만 빼고.

......

......

가까이 있는 케인의 눈이 더 깊어진다.

그 눈을 보자니 어지럽고..

이..대로 취해버릴것만 같았다..

나를 응시하는 케인의 눈에...이대로 잠들어 버릴것만 같았다.

....

...........................

..........

..정신이.....들었을때는..

이미 내 입술은 케인의 입술에 닿아 있었다.

...

감았던 눈을 뜨며..살짝 얼굴을 멀리하자

여지껏 보지 못한 엄청 놀란 표정을 짓고있는 케인이 보였다.

그 놀란 눈이...

나를 담고 있는 눈이...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

이제는 케인의 얼굴을 보면..갑자기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내가....미쳤..나..봐..."

케인에게 당한걸 카르딘에게 똑같이 당한것 뿐인데..용서할수 없을거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케인에게 느꼈던 감정과는 다른 치욕을 느껴버렸었다.

무서움을 느끼고 케인을 생각하며 속으로 도움을 요청했었다.

...케인 역시 똑같은 짓을 했는데.

"...내가 미쳤어.."

날 원해서.. 나를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하는 케인이..

..이제는 내게 아무 짓 하지 않고 바라만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배짱좋게 날 가두고 키스할때의 모습이 사라져..날 담은 그 마음마저 사라져 버린건가 덜컥 마음이 아팠다.

....왜..

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나를 보는 케인의 표정이 알수 없게 변해있었다.

....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케인을 바라보고..그리고 등을 돌렸다.

그대로 방을 나가려고 했다.

"..세를."

!..

나를 부르는 케인의 목소리에 멈칫했지만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말 해주지 않길 원했다.

내가 잠시 미쳐버려서..

잠시 다른 생각을 하려다 실수한 것이라고..

내일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케인에게 말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돼.

케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소리에 내 걸음이 멈추었다.

조금은 급한듯 내게 걸어오는 케인의 발걸음소리에..여지껏 별로 들어보지 못했던 심장소리가 내 귓전을 울려댔다.

한 곳으로 머물러있던 내 시선에..천천히..케인의 발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잡는 손에..

나는 절대. 웃어지지 않는 심각하게 굳어있는 얼굴을 들어 케인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키스....해도 될까."

..

저절로 올라가는 내 놀라는 시선의 끝에..상기된 케인의 얼굴이 닿았다.

....아..

"..키스..해도 될까."

...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듯 천천히 말하는 케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목소리의 톤은 높았고...또 뭔가 간절함을 전해오고 있었다.

나는..

그런 케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감았다.

"......안돼."

나의 눈감음을 허락으로 받아들였는지 급하게 다가오는 케인의 얼굴이..내 저 한마디에 멈칫하는게 느껴진다.

....나는 눈을 감은체로 미간에만 더 인상을 쓰고 더 또박또박 말했다.

"싫.어."

...

그리고 눈을 떴다.

그대로 마주치는 아름다운 눈이 슬픔을 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매정하게 굴면 그대로 시선을 내려 내게 뒤돌아설 것이다.

..........

"내가 키스할거야."

터질듯한 심장소리에 맞추어..

놀란 눈을 뜨며 고개를 드는 케인에게 빨리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내 키스에 잠시 동안 몸을 휘청거리던 케인이..

단단한 팔로 내 허리를 잡아 안았다.

맞닿은 입술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짐에 따라서 나는 케인의 목에 팔을 둘러 살짝 끌어당겼고.

덕분에 케인이 더욱더 날 꽉 안아 깊은 키스를 이어나갔다.

미칠것만 같았다.

무언가 이상하고 안타까운 기분..

정신없이 엉키는 혀를 느끼며 나는 그제야 실감을 했다.

나는 케인과 키스를 하고 있었다.

....

왠지..

왠지 눈물이 나와버릴것만 같았다.

...

[네 대신 내가 울어줄께..]

케인의 마음을 그대로 받은 듯..눈물이 떨어질것만 같았다.

..케인..

나는..

케인의 목에 둘러져 있는 팔에 더욱더 힘을 주었다.

사랑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절대 케인을 잃을수는 없다.

케인은.....내 옆에 있어야 한다.

"...ㅎ...으..!.."

케인의 어깨를 꽉 쥐어보지만 도무지 놓을 생각을 안한다..

이..

.....이...!!

빠아아아악~~!!!!!!!!

급한김에 케인의 뒷통수를 세게 내리쳤더니..

그대로 나와 박치기가 되어서 오히려 내 머릿속이 핑핑 돌았지만.. 어쨋건 놀란 녀석이 손에 힘을 풀어 빠져나올수 있었다.

가쁘게 숨을 내쉬면서 케인을 노려보았더니..

녀석이 꽤나 놀란듯 뒷머리를 만지면서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하아..학......너..어...."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살벌하게 케인을 노려보았다.

화가나서 참을수가 없었다.

"내,내가!! 키스한다고 했잖아~~!!!!"

".....!"

"그런데 왜! 왜 네가 힘을 줘~~~~!!!!!!!!!!!!!!"

분명 화가 나 ..있는 힘껏 악을 썼더니

방안의 분위기가 조용해진다.

..

....이..

뭔가...불편한 마음에 슬쩍 고개를 들어 케인을 봤더니..케인의 표정이 무척이나..멍..해져 있었다.

화낸 내가 무색할 정도로.

그렇다.

전혀 무서워 하는 표정은 아니였다.(;)

"아..미안."

전혀 미안해 하는 표정이 아니였다!!

...

오히려..

진지하게 말하면서 들썩거리는 어깨는..

...

"케인!!!!!너 지금 웃..!!"

"황제 폐하!!!!!"

!!!!!!!

갑자기 굉장히 큰 소리로 소리지르는 하인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감히 누구에게 그렇게 큰 소리를 치는거야?

"뭐야!!"

내가 지르는 소리에 하인 녀석 한명이 벌벌떨며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인상을 찌푸리며 녀석을 노려보자 더욱더 바들바들 떨며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래.

내가 인상을 쓰면 저런 모습이 당연한거 아니야?

뭔가 심통이 나서 케인쪽을 바라보자 녀석은 언제 웃었냐는 듯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위엄있게 하인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 이상 나를 보살펴주던 케인이 아님을 새삼스레 각인해주는 듯해 조금은...기분이 가라앉는 걸 느끼며..

나는 다시 시선을 내려 하인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에..저..! 그러니까...그게..!.그러니까.."

..응?

계속해서 '저기''그러니까'라는 말만 반복해대는 놈 때문에 짜증이 확 솓았다.

그러니까 뭐?!!!!!

"황제폐하~!!!"

!!!

그 하인 뒤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분명..케이드로 병사를 보낼때 딸려보냈던 가장 유능한 장수가 피투성이가 된체 방 앞에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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