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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진짜 눈물나와요 #8

작성자
Lv.1 코세이
작성
10.07.14 17:49
조회
6

힘들었을텐데......잘 자라.."

...

케인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어째서 그게 더 마음 아플까..

내게 저 말을 해주는 사람은 케인이지만 케인이 아니다..

케인을 보고 있지만 볼 수 없다..

"....응.."

.....

슬프지만..

...케인의 친절한 목소리가 목을 메이게 만들지만..

이런 울음 따위는 얼마든지 참을수 있어..

케인이 다시 내게 와서 나를 부를때까지 참을거다..

그 때...한번에 다 울어버릴꺼야..

내 케인 앞에서..

햇살이 밝게 비추는 듯 해 정신이 들었다.

"..깼구나.."

...

다정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한번에 꽈악. 하고 목이 메여오는 걸로 봐서..케인인데..

"왜 그렇게 하얗게 질려있어.. 나를 봐야지.."

....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상냥한 눈빛을 하고 나를 내려보는 케인의 눈과 마주쳤다.

케인..

케인..이야..?

"그래..나야. 나야..."

정말 케인이야??

돌...아온거야....?!!

"..기억나...세를.."

..아..

아아...!!!!

....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케인을 와락 안았다.

"이..이..!!.. 나쁜 놈아...이 나쁜 자식아..!!!"

울음섞인 내 소리를 듣고 케인은 내 등을 토닥였다.

피가 거꾸로 솓는 듯 했다.

나 힘들었어.

나 힘들었다고. 케인..

"이제 괜찮아..내가 왔잖아..세를.."

"너..너같은거 죽어버리지 왜 왔어..!!!..이 나쁜 놈아!!..네가..!!! 네가...!!!!!!!!"

왈칵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하지만..

..서서히 이성이 찾아지기 시작하자 나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내게 잠자코 안겨서 흔들리는 케인의 등을 주먹으로 때리면서..다시 입을 열었다.

"..어..어떻게 된거야....기억 되찮은거야..?"

....

.........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케인의 몸을 분명 안고 있었는데...

나는 불안해서 더욱 그 몸을 꽈악 안았다.

안돼.

가지마..

이대로 꿈이라고 하지마..!!!!

케인!!!!!

"꿈이야."

...

.....!!!!!

아래서 들리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

분명...케인은 케인인데..

"무슨 꿈을 꾸길래 그렇게 살벌해?"

케인은..케인인데..

..........

"자다가 잡자기 끌어안으면서 죽으라고 소리치다니..내 참."

"......"

"깼으면 그만 나가는게 어때."

..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숙이면 케인의 가슴에다 눈물을 뿌려댈것만 같았다.

.......내가...

내가 널 부르잖아..케인.

내가 널 이렇게 애타게 부르고 있잖아..

내게 오고 싶잖아..

..왜 널 볼수 없는거야..

이렇게 부르는데..

왜 넌 나를 보면서도 웃어주지 않는거야..!!!

"...이따..다시 올거야. 도망가기만..해봐.."

토해내듯 말을 하며 나는 케인의 얼굴을 보지 않은채 침대밑으로 내려왔다.

철저하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케인이 없다는게..

날 곁에 두고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게..

얼마나 아플수 있는건지...

...

아주 꽉 쥔 주먹을 들어 입가에 대고 물었다.

검지 손가락의 마디가 입에 물리는것을 느끼며 더욱 꽈악 물었다.

울지 않을거다.

케인이 와서 내 눈물을 닦아줄수 있을때까진.

그때까진 절대로..!

----------------------케인

힘들게 걷는 뒷모습의 세를이란 녀석을 보면서..

잠시동안이지만..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던 건 왜일까..?

.............

쉬이 있을만한 전쟁에서 부상을 당하고..

깨어났을때는 내 손을 꽉 잡고 내 이름을 부르는 낯선 얼굴이 있었다.

선명한 붉은색 긴 머리카락을 허리정도까지 늘어져있고..그 머리카락 만큼이나 붉은 색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남자이긴 한거 같은데..

누구냐고 물어보니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모습이..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분나빴다. 그 뿐이였다.

황제인 내 손을 잡고...감히 내 이름을 부르고..

내칠 이유는 충분했었다.

내가 화가 날 이유는 충분했었다.

붉은 색 눈에 거부반응이 일어났었다.

무언가..

내 안의 무언가가 막는것처럼.

별 상관 없겠다 싶어서 끝까지 내 옆에 있으려는 녀석을 내치려고 했는데..

하인들마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붉은 머리 녀석뒤에 그림자처럼 붙어서 침착하게 말하는 초록색의 미남자..

..

모르는 사람이였다. 정말.

정말 처음보는 사람인데...그저 기분나쁜 첫인상을 가진 사람인데..

자신을 기억하냐고 끝까지 찾아오는 세를이라는 녀석을 감당하기가 왜 그렇게 버거운지 모르겠다.

당장 검을 들어 목을 베어버릴수도 있는데..나도 모르게 받아드리게 되는건 왜인지..

..목소리만 큰 녀석이 악착같이 옆으로 다가와 이런저런걸 보여주는걸 보는데도..

...분명 내가 쓴 흔적이 보이는데도..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과거따윈 없었는데.

나는 이나라 왕자로 태어나 모든것 위에서만 지내왔는데..

세를이라는 녀석이 보여준 사진에는..

분명한 내가...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

내가 모르던..?

그런것이 가능한건가..?

설마 말도 안되는 저 붉은 머리의 말이 맞는건 아니겠지..

내가 잃은 소중한것이라니...

그런거..

............없..는데.

갑자기 가슴이 욱신거린다..

...내가 아는 모든것이 거짓이 된다면...

.........

....

이름이..세를....이랬지.?

나는 그 녀석이 놓고 간 사진을 들어서 보았다.

무표정을 유지하며 사진을 찍은듯 보이는 나와....그리고 엄청 기쁜일이 있었던 듯...밝게 웃는 세를..

...세를..

세를..

나는 사진속의 세를을 들어다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여기선..이렇게 밝게 웃으면서..

....왜 나를 보며 그렇게 억지로 웃는거지..?

마치 울고 있는 것처럼..

-----------------세를.

"..하센!!"

하센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자 하센이 뒤를 돌아보며 미소짓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응, 그런데 어디 가던 길이야?"

"..여기 군대가 요즘 술렁거려서..새로 정비를 좀 하려던 참입니다."

흐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센 옆에 섰다.

언제나 준비성이 확실한 하센이 믿음직스러운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바쁘구나."

작게 내뱉은 말에 하센이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시키실 일이라도."

"아, 아니야~!! 그냥..좀 .."

6시.

케인이 6시까지는 곤란하다고 했으니까 케인을 볼수 없는데..

...뭐 하고 그때까지 기다리지?

"앞으로는 폐하께서도 바빠지실 겁니다. 미리 준비를 하실수 있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응...."

..

.....................

.........................................................응..????!!!!!!!!

"하센..!! 너 지금 뭐라고..."

"세를 황제폐하."

...

하센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할말을 잃은듯...입을 다물었다.

...너무..

하센에게는 특히 오랜만에 들어본거 같아..

센가의 후손들은 황제만을 모시기에..

황제가 아닌 내게 하센은 황제라는 명칭을 하지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세를님'이라는 말을 써왔었는데..

"...ㅎ....황제는 케인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이젠 폐하도 원래의 힘을 찾았고..옥새마저 가지고 계십니다."

...

시선을 내렸다.

그런 말...듣고 싶지 않은데..

"지금 케인은 죽었어야 했지만..어차피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폐하께서 바라시는대로..죽이진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

"케인의 기억을 돌리려는 일...그만 두셨으면 합니다."

..!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하센을 노려보았다.

뭐라고..?

"..그..!..그만두라고?!! 하센!! 너 정말..!!!!!"

"케인의 기억이 돌아올리도 없겠지만 만약 돌아온다면."

....

하센의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하다.

진정으로 바라고 있었다.

"다시 한번 블리스에 큰 혼란이 찾아오게 될겁니다. 두 황제가 함께 공존할수 없습니다.

저는 두분중 다시 세를폐하님을 택하게 될것이고..절 죽이신다해도 전 케인을 죽이려 할 것입니다."

...

"..하센.."

"그만 돌아오세요. 폐하의 자리였습니다. 처음부터 폐하만의 자리였습니다."

하센이 내게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고개를 들자..나를 바라보고 있던 군사들이 보였다.

...

그 들도 모두 함께 무릎을 꿇는다.

내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나에게..

내가 황제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케인..

...

[사랑해..]

......그...말..

..

그 말....한번만 더 말해줄수는 없어..?

널 믿고 기다려달라고..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그말이 꼭 필요한데..

...나에게......해줄순..없어...?

......

그럴수 없는거야..? 이제..?

.....

..

"여긴 나와 네가 자주 다녔던 곳이야.."

성안의 뒷 언덕으로 올라서서..나무를 가르키며 나는 웃었다.

내 뒤를 따라온 케인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 나무.. 여기서 내가 떨고 있을때 네가 내려줬었어.."

지금 보니까 별로 높지도 않는데..

그땐 참 무서웠던거 같아.

나는 빙긋 웃으며 케인을 바라보았다.

마주치는 눈동자는 어떠한 말도 해오지 않았다.

".........아...음.......여기 참 좋지."

"....그래, ..성 안에 이런곳이 있었는지 몰랐어."

...

케인의 말에..

케인이..이 곳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도 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나는 검술연습을 하기 싫을때마다 여기 올라왔었어. 그럼 넌 나를 금세 찾곤 했었는데."

"......."

"여기 있으면..아래 군사들이 싸우고 있는게 마치 장난감들이 움직이고 있는거 같아서..신기했었어."

내가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걸까..

케인..

...듣고 있는 사람 너..맞지..?

"......기억나지 않아."

"그래,그래, 너 머리 이상해 진거 알고 있으니까 말하는거야. 기억날리 없겠지만."

..그래도 말하는거야..

알아도.

내 비꼬는 밝은 말투에도 케인의 말은 더욱 줄어들고 차가웠다.

...하긴. 차라리 그편이 편하다.

부드럽게 내 이름을 부른다면..

나는 케인이던 케인의 껍데기던 상관하지 않고 울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그 편이 다행이야.

"..또 왔냐."

"매일매일 온다고 그랬잖아~!!좀 반갑게 맞아주면 어디 덧나냐? 치사해~!"

내가 들어가자마자 싫은 내색을 하면서도 책을 덮어주는게..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은 또 무슨 얘길 하려고?"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왔지~!!"

나는 씨익 웃으면서 케인의 근처로 다가갔다.

케인의 주변은 이미 내가 가져다 놓은 물건들로 가득했다.

어떻게..조금이라도 기억날까싶어서 케인의 손을 거친 물건들을 잔뜩 쌓아놓았다.

별로 효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더 노력하고 싶으니까..

케인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케인을 바라본다..

....케인과 마주본건 셀수 없이 많았지만..

..매번 다른 느낌이였어..

어릴때의 케인과 나와..자라면서의 케인과 나..

...그리고..

지금의 케인과 나...

아무말 하지 않고 케인을 바라보는 날 케인은 다시 마음에 안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말이든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다. 막상 말을 해도 기분 나빠하지만..

...내 말을 기다려주는 모습조차 내게 이젠 다르게 느껴진다..

..

많이...변했구나...너도 나도..

...........

".....전에 네가 날 데리고 저 아래 인간계에 간적이 있어."

".."

순간적으로 ----말도 안돼.----

..라는 글자가 얼굴에 쓰여있는 듯한 표정을 하며 케인이 침대에 털썩 누웠다.

"알았다. 이젠 별 얘기가 다 나오는 군. ..그만 가봐."

"앗!!! 진짜!! 진짜라니까~!!! 그때 네 이름은 현민이였고..!"

나는 케인의 팔을 흔들어대며 말을 계속 이었다.

"......"

"내 이름은 민재영이였어!! 웃긴 이름이지?? 네가 지은 이름이야~!! 이름 센스도 없어서~!!!!"

휙!!!

!!!

나는 갑자기 내 팔을 잡아당기는 케인때문에 침대로 꼬꾸라졌다..

하지만 그것에 놀랄 겨를도 없이 케인은 순식간에 내 위로 올라타 내 손목을 잡아 양쪽으로 벌렸다.

..

가까이서 보는 케인의 얼굴에..

놀란마음과 함께.....다시 마음은 아파만 간다..

"........이봐....난 네가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어. 말도 안되는 소리 들어주니까 내가 바보로 보여?"

"..!!"

나는 케인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

...내..

내 말을 하나도 믿고 있지 않았던 거야..??

"아예 날 네 부하라고 말하지 그래?? 그게 더 재밌을거 같지 않아??"

"...이........이거놔..!!!"

팔목에 힘을 주자 더욱 억척스러운 힘이 내 팔을 잡아놓는다.

...생각같아선 보석의 힘을 쓰고 싶지만...

그러면 내가 케인보다 강하다는것을 케인은 눈치 챌것이다.

자신이 황제라고 알고 있는데..

............

케인은.

"하, 내가 잃어버린 기억이라고..? 그럼 그 안에서 넌 뭐였지?!!!"

케인이 잔뜩 흥분을 하고 있었다.

나 때문에...그동안의 나의 얘기때문에 혼란스러웠던거야..

..

짜증이 났던거야..

"..난...!!"

"알겠어!! 그러고 보니 너 꽤 예쁘잖아?! 한시도 떠날수 없을만큼 어릴때부터 내가 아꼈던...그런 정부라도 되는거 아니야?!!~"

...

.......

"난 이 나라의 황제고!! 네가 누구인진 모르지만 무조건 넌 내게 복종해야만 했을테니까!! 그때도 지금도!!!!!"

..

케인이 무섭도록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두 손목을 한 손으로 잡고..

자유로운 한손을 내 얼굴에 대었다.

"..그래..정말 말 되는군. ...이렇게 찾아와서 헛소리 지껄이는거..내가 전처럼 안아주길 바래서 몸이 달아올랐나?"

.....

..........케인이....

"그렇다면 옷을 벗고 유혹해야지..!! 남창 답게..!!!"

"넌 케인이 아니야!!!!!!!!!!!!!!"

내 목소리에 케인이 크게 당황한 얼굴로 나를 내려봤다.

....나는..흔들리지 않는 눈으로...그런 케인을 노려보았다.

넌 케인이 아니야!!!!!

....

참으려 했던 눈물이 결국은 떨어지고..

그 사이를 기다렸다는 듯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나는 내 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케인일리가 없어.

"넌 케인이 아니야!!!! 케인이 아니라구~!!!!!!!"

이런 네가 케인일리가 없어..!!!

아니야..!! 아닐거야!!!!

"내가 케인이야!!! 네가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고!!!! 더 이상 말도 안되는 소리 지껄이지마!!!"

아니야!!!!

내가 착각하는 거야!!! 지금 내 앞의 인간은 다른 녀석이 그저..얼굴이 같은 녀석이 위장한거 뿐이라고..!!

케인이..어딘가에 봉인되어 있을수도 있어..!!

그래!! 옥새가 케인을 어딘가에 숨겨서!!!!!

분명 그래서..!!!!!

팍~!!!!

파악!!! 퍼어억~!~!!!

나는 케인의 가슴에 주먹을 내질러댔다.

미칠것만 같았다!

"닥쳐~!! 너나 닥쳐~!!!! 내 케인을 내놔!!!!!! 넌 케인이 아니야!!!!!으...으아아~!!!!!!!!"

"...!! 입 다물어!!!!"

"아아악!!!!!흐...으아아아아아아~~~!!!!!!"

따아아악~~~~!!!!!!!!!!

귓전에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내 고개가 돌아갔다.

...

.......

맞..았다......!

....

...날..

날...........

날 때렸다..

케인이?!!!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내가 원하지 않아!! 기분 나쁘니까 꺼지라고!!!!!!!"

...

케인을 바라보았다.

...아닌데..

노려보지도 않았는데..

이젠 내가 노려보지도 않는데 케인은 날 노려본다.

내가 아파하는데도 아파하지 않는다..

내 말에 소리를 낮추어주지도..감싸 안아주지도 않는다..

....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무슨말인지 알겠어?? 네가 말한 기억. 찾는거 싫다고!!! 그만 괴롭히라고~!!!!!!!!!"

.........

...............................

".....하아..!..............비...켜."

나는 겨우겨우 목소리를 끌어내어 저 말을 할 수 있었다.

내 말에 힘없이 비키는 케인 옆을 스쳐 침대 밑으로 발을 내렸다.

"네가 싫어.."

"...."

내가 내 뱉은 말에 케인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그래 케인..

난.......네가 싫어..

"네가 싫어..그래.....포기 해줄까..? 정말 그렇게 되길 바래..?"

내 말에 케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을 애써 경련을 일으키며까지 비릿한 웃음을 보이게 했다.

웃어야 했다.

내가..

아직은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케인이 반칙을 해서 눈물을 보여버렸지만..

"그래."

"정말.................포..기해도 돼?"

....

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탁!!!

그대로 케인의 방문을 열고 나와 빠르게 복도를 걸어갔다.

...........

정말 끔찍한 표정으로 케인은 나를 보며 그만 두라고 했다.

내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그랬다.

싫다고 그랬다.

나를 보며..

케인이 나를 때리고..

...안 지르던 소리를 질러가며 내게 부탁을 한거다.

......

나쁜자식..

"ㅎ...흐우..윽..!!"

흘러나오는 눈물처럼..

나도 모르게 흐느낌이 나와...입을 급하게 막아보지만..이미 늦었다.

...

손으로는..

이성으로는 더이상 막을수 없다..

"우....흐으으.....흐윽..!!...흑..!!!"

세..상에서 가장... 아팠어..

...너에게 맞은..게 가장 아파..

네게 맞은 뺨이 너무 아파서 그래..!!

"....으...우으...으아아....!!....하아......!!!"

네게 맞은게 아파서 우는거야..절대 포..기해서...그래서 우는거 아니야..!!!

절대..

네 부탁같은거 들어주지 않을테니까..

아무리 지겨운 표정을 해도..

"...케인.....흐....윽..!!....하아....우..윽...케인...흐으윽..!!!!"

나 널...

..널 꼭 다시 보고 싶으니까..

"...으.....흐으아아아앙~!!!!!..하아...흐...윽...케인..!!! 케인!!!!!!!"

......죽어서 널 볼수 있다면 당장 죽을만큼...

널...보고 싶으니까.

[사랑해..세를.]

...미안..

케인..

이제야 알아서 미안..

정신이 확...들어버렸어..

...

왜 그렇게 자신의 기억을 돌리고 싶냐고 묻는 네 말에..내 마음에서 강하게 외쳐대는 소리를 들어버리고 말았어..

하센이 그토록 절실하게 반대하는 일이고..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와서 황제가 될거 같은데 기쁘지 않은 이유..

네가 그만두라는대도..싫다는 대도 그만둘수 없는 이유..

네 앞에서 내가 황제였다는 말을 숨겼던 이유..

.....

널...사랑하나봐..!

....

"....흑..!!...우욱..!!!!!.."

입을 막고 있는 내 손위에도 무수히 많은 눈물들이 떨어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

널 사랑하나봐.. 케인.

내가...

내가 널 사랑하나봐..

이런게 사랑이였나봐..!!

이렇게 보고 싶고 지키고 싶고 다시 날 보게 하고 싶은게..

이렇게 아픈게..

..이렇게 고통스러운게..

바로 네가 내게 느꼈다는 그 사랑인가봐..!!!!

알았으면....

이렇게 아픈줄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텐데.

너를 만나지도 않고..

너에게 손 내밀지도 않고..

너에게 기대지도 않고..

너의 웃음을 믿어버리지 않았을텐데.

"흐...으으....우..."

사랑해..케인..

"흑....으...으으....케..인....!....케인..!!!"

사랑해..

제발 돌아와줘.

-----------------------------케인

한동안 가슴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심한 말들을 할 생각이 아니였는데..!

내가 왜..

왜 그렇게 흥분했던 것일까.

..상처가 되기 충분한 말들일텐데..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내가..정말 포기하길 바래..?]

가슴에서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물..론 바란다.

녀석이 사라지길.

그럼 이 짜증나는 아픔과 기분나쁨도 사라질 테니까.

....

하지만 끝내 마지막엔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왜....그때..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을까..?

...등을 돌린 상태에서..내 눈에서 나온게 눈물이라는 것을 알고 난 무척이나 당황했다.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을 하고 손지검을 한건 잘 못된 일이였지만..

그래도 나는 황제이고..

녀석이 억울하다고 해도 내가 황제이기때문에 내게 아무말 하지 못할거고..실제로도 그랬다.

그런데..

.....왜 내가 눈물을 흘렸을...까..

"..폐하."

....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누가 들어온지도 몰랐다.

고개를 들어보니 여의사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이름이...리효라고 했던가..?

"몸은 좀 어떠십니까?"

"아...많이 좋아졌어. ...수고했다."

세를이란 녀석을 드러눕히던 내 손의 힘은..

거의 다 나았다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제길.

놀란 듯 나를 바라보던 세를...의 표정이 떠나질 않는다.

눈만큼이나 붉게 달아오른 볼을......아플텐데 감싸지도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

대체..

넌..누굴까..

"..붕대 다시 감아드리겠습니다."

..

아..

나도 모르게 또 다시 세를이라는 녀석 생각을 하느라..

여의사가 뭐라 말하는 것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

하긴 뭐..어때..

이제 녀석은 다신 오지 않을텐데.

...다신 오지 않을테지..

그런 꼴을 당했으니..다시 올리가 없지..

......정말......다신..

안..올까......?

...마음이 무겁다..

갑자기 숨이 막힐 정도로.

!!

풀썩!!!

여의사가 발을 헛디뎠는지 내 앞으로 쓰러졌고..

그녀가 들고 있던 붕대가 아주 춤을 추듯 풀리며 침대 위로 떨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폐하!!"

연신 사과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자니..

넓은 침대 한가운대에 떨어진 붕대를 집으려 여의사가 손을 뻗어보지만..

그녀의 손에 달랑말랑 안 잡히는 붕대에..그녀는 속이 탄다는 듯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피식.

나는 그 붕대를 주워 여의사에게 주었고..

여의사는 잠시 멍해있더니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

덤벙대고 목소리는 큰것이..

세를이라는 녀석과 비슷한거 같다.

내 웃음이 신기했던지 잠시 나를 바라보던 여의사가 정확히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달아오른채 고개를 휙 돌린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여워 나는 다시 웃음소리를 냈다.

"..폐..폐하.."

당황한 그 목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내 여동생이 살아 있었더라면 지금 너만 하겠군."

..

...........

....................................................

!!!!!!!

여의사도 나도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

"..여...동생이요..?"

"......"

여동생이라니..

내게 여동생이 있었던가..?

"...아......내겐..여동생이 없지...없어..."

...

작게 중얼거리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

나는 정말 술술 나오는 데로 말했을뿐이다.

무심코 나온 말 치고는...뭔가 뼈가 있어보였지만.

[살아있었더라면..]

죽었단 말인가..?

내 여동생이? 있지도 않는 내 여동생이..?

말도 안돼는 소리..

....

나는 고개를 들어 방문을 바라보았다.

세를이라는 녀석이 나갔던 방문..

항상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댔던 녀석이였지만..

....

그게..설마.....

...

나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잃어버린 기억이라니...녀석에게 물들어버린거야.

한숨을 쉬며 다시 고개를 돌리고 여의사를 바라보았는데.

...그렇게 다시 본 여의사의 눈은 나만큼이나...꽤나...혼란스러워 보였다.

................

------------------세를.

"나쁜자식..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못된 자식.."

볼이 빨간 오빵처럼 부어올라 있었다.

하도 많이 울어서 눈도 붕어눈이 되어버렸고..빨개져서 어디까지가 눈동자이고 흰자인지 모르겠다.

아까 낮에 하센이 준비해준 침실에 들어가 누웠지만..

내 침대가 아니여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는다.

벌써 날은 또 어두워 지는거 같은데..

...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내가 원하지 않아!!!!]

아니야.

네가 원하는 거야..

넌 분명 돌아가고 싶을거야. 내가 알아.

..내가 알아..

....

꼼지락 거리며 결국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도 많이 울어서 였는지 머릿속이 무거웠지만..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복도로 나갔다.

..케인의 방문이 보였다.

왠지..

몇시간만에 멀어진듯..저 문을 열기가 힘든것만 같았다.

저 문을 열어도 나를 향해 웃어줄 사람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

케인이..더욱 멀어지는 것만 같다..

"세를폐하."

!!

"...하센.."

저쪽에서 걸어오던 하센이 나를 불렀다.

아마도 나를 만나기 위해 온거 같아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사람의 체온이 필요할때...그것을 알고 하센은 내게 와 주었으니까.

"아직 주무시지 않았습니까."

"....으응.."

잠이 안와서..

..

!!!

갑자기 날 바라보던 하센이 빠른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무척이나 놀란 눈으로 하센은 나를 바라보았다.

아..

"..우셨습니까?"

"...."

하센의 낮은 목소리에 다시 눈물이 떨어질거 같았다.

필사적으로 그 눈물을 참고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곧 부드러운 손이 내 뺨에 대어지고..

..아직 잔뜩 부어있는 뺨의 통증이 느껴져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 얼굴을 바라보던 하센 역시 미간을 사납게 찌푸린채..입을 열었다.

"......뺨.."

..

끼익.

작은 소리가 나며 케인 방의 문이 열렸다.

저절로 내 시선이 그쪽으로 가고...열린 문에선 조금 후에 리효와 케인이 나왔다.

"폐하..아직은 많이 움직이시면 안됩니다..지금은 잠을 주무시는게..."

리효가 하던 말을 멈추고 나를 발견했는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 바람에..

케인하고도 눈이 마주쳐버렸다.

....

"..셀..!!! 너...너..울었어..?!!! 무슨 일이야!!!"

리효의 큰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조금 더 내쪽으로 다가온 리효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기겁을 했다.

"너....너..!!...맞았어??!! 누구야!!!! 누가 그랬어~!!!!!"

..!

하센은 조용히 손을 리효쪽으로 들어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했다.

다물어지는 리효의 입과 반대되게 하센의 목소리가 잔잔히 퍼졌다.

"...이 분께....손..대셨습니까."

..

케인을 바라보며 말한....

살기가 가득한 하센의 목소리가..나도 모르게 흠칫 거릴만큼 차갑게 울렸다.

하센의 말에 리효도 믿을수 없다는 듯 케인쪽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리효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고..

난 내 어깨를 감싼 하센의 팔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센은..

...하센은 정말 화가 나 있었다.

케인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릴듯....!

안돼..

"아!..아니야!! 하센..!!!오해 마! 케인이 그런게...!!!"

"...그렇다면."

..!!!!!

하센의 화를 막아보려고 내가 몇마디 한 순간 케인의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그렇다면..? 내가 그랬다면 네가 어쩔거지?"

케인..

..내 안타까운 표정같은건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케인은 하센을 노려보며 계속 말해 나갔다.

"오늘 창문에서 보니 군사를 훈련시키고 있더군. 네 까짓게 뭘 할수 있다고."

.....

케인의 말에 정말 돌아버릴거 같았다.

하센은 귀한 핏줄로 태어나 모든 방면에서 천재라고 불리워도 될만큼 완벽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하센을 저런식으로 모욕을 준사람은..단 한명도 없었을텐데..

..그만..

하센을 화나게 하지마..케인..

"황제폐하를 모시기 위한 준비정도는....할수 있지요."

하센이 내 어깨를 짚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하센이 말한 황제폐하는..

"...나는 그런 일..시킨적 없을텐데."

나야..

"언제부터..언제까지 황제셨습니까?"

!!!!

하센의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그건 리효도...케인도 마찬가지인거 같았다.

"..하..하센..!!"

"제게 황제는 단 한분 뿐입니다. 과거에도...그리고 현재도."

...

케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무슨 뜻이지?"

"아..아무 뜻도 아니야!!케인!!! 하센!!!"

나는 하센의 팔을 힘있게 붙들면서 하센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날 바라보는 하센의 눈은 그런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미 어느정도 이성까지 날아간 그 싸늘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내 어깨를 감싸주는 하센의 팔에..

뭔가...맥이 빠져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케인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눈동자가 나를 보며 흔들리고 있었다.

적지 않은...충격을 받은 것처럼.

"..하센...이라고 그랬나..? 너의 그 말, 내게 반말하는 저 붉은 머리 녀석과 상관이 있는거냐?"

....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하센을 노려보았다.

더 이상 말하면 내 힘을 써서라도 입을 막아버릴 생각이였다.

그런 나의 눈이 먹혀들었는지..

금방이라도 입을 열려는 하센이 행동을 멈추었다.

"말해봐..! 너희가 말하는 내가 잃은 그 기억이라는거!! 그 속에선 저 붉은 머리가 황제라도 되었단 말이야??!!!"

하센이 말을 하지 않는 거에 더 흥분했는지 케인의 날카로운 음이 귓전에 박혀들었다.

"하, 말도 안돼.

내게 반말하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내가 부하라도 되었단 말이야?!!!하, 내가 저 붉은 머리를 황제로 모시며?!!!"

......

케인의 눈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덕분에 읽어버렸다..

케인은 어느정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잃은 기억을 되찾은건 아니여도...내가 내 놓으던 어쩔수 없는 자신의 흔적이 담긴 물건들을 봐오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이 다 거짓일까봐...정말 그럴까봐 불안해 했던 것이다.

"블리스의 황제는 나야!!!!"

...

케인은...

...황제로 있고 싶은 것이다.

정말 ..

그러니까 정말 내 얘기같은건....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황제는 나야..!! 어떠한 과거가 있던 난 모르는 일이야!! 절대로 난 이 나라의 황제로서 살아갈 것이다!!!!"

...

..케인의 진심이였을..까..

어쩌면 나의 황제자리를 가지고 싶었을지도 몰라....

...

!!!!!!!!

........ㅇ...아..니야..!!

아니야!! 마음 약해지면 안돼..!!!

케인이 그랬을리가 없어..!!

..그랬다면 날 살려뒀을리가 없잖아.!!! 그래!!!

"..그..래. 케인.!...네가....네가 황제야..!!"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삼키고 나는 케인을 보며 웃었다.

"바보같은 녀석..! 뭘 그렇게 불안해 해.....너도 잘 알고 있잖아....네가....네가 황..제야..!!."

네가 황제야. 케인..

"....케인...그런 오해..오해 하지마..내가 황제라니...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지마..! 케인."

떨리지 않게.

절대로 떨리지 않게 말을 해 나갔다.

케인의 흥분한 모습이...내 목소리로 조금은 가라앉는다.

"..그럼 ....................네 정체는 뭐야."

......

나는 케인의 물음에 씁쓸하게 웃을수밖에 없었다.

내 정체를 정말로 궁금해하고 있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난 네게...내가 누구라고 설명해줘야 할까...

".....네 가장 친했던......친구."

없으면 허전해서...견딜수 없을정도로 소중한..

"눈만 봐도 어디가 아픈건지 어디가 불편한건지 알수 있을정도로 친한...그리고 함께 했던.."

....그런 존재..

대답을 한 후 인상을 찌푸리는 케인을 바라본뒤..

나는 악착같이 마음을 붙들고..금방이라도 터져나올듯 하는 눈물을 삼키고..삼키고..

뒤 돌아 하센을 바라보았다.

"...나 잠이 안와서...옆에 갑자기 사람이 없으니까 잠이 안와서 나온거야..하센.."

"....."

"그런데..나오니까 졸리네...하센..오늘 나와 같이 자줄래..?"

내가 아주 어렸을때처럼..

가끔 신경질을 부리며 안잔다고 난리를 부렸을때 하센이 해줬던것처럼..

나 오늘 편하게 자고 싶은데..

....

하센은 대답대신 내게 고개를 숙였다.

긍정의 뜻이다.

다시 하센이 고개를 들며 케인과 눈을 마주친다.

케인은 뭔가 기분이 무척 안좋아졌는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케인이..하센과 나를 보며 굉장히 화난 눈을 하고 있었다.

"..다시 또 이 분께 손지검을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그것은 무언의 협박이였다.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때는 죽여버리겠다는.

..가만두지 않겠다는...그런 협박..

....

"..........명심하십시오. ...그럼."

무겁게..그리고 강하게..

..하센이 말을 끝마치고 나서 케인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하센...

나는 하센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케인에게 당하지만 않았다면..내가 케인을 불러드리지만 않았다면..

절대 케인에게 고개숙일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집안도 무예도..

케인에게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난 하센인데..

나 때문에..

..항상 부족한 나 때문에 케인에게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저는 왠지 불안합니다. 세를님. 저 자는...]

[괜찮아.하센. 쓸데없는 걱정이야. 아무일도 없을테니..]

결국은 하센의 말이 맞았다.

하센의 걱정이 맞았다..

...그때..

하센의 말을 들었다면....이런 아픈 일들도...없었을까..?

정말...난 황제로서 케인을 모르고 살아갔을까..?

.....

나는 하센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가시지요."

날카로운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나를 내려보는 하센의 표정은 따뜻했다.

.....

..미안해...

"..응.."

그대로 등을 돌려 나오면서 다시 잠시 케인과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화난 그 눈이다.

나는 그 눈에 등을 돌리며 걸어갔다.

...

조금이라도 케인의 눈이 아픈 눈이였다면..

조금이라도 아픈 눈을 뜨고 케인이 나를 바라보았다면..

.......

당장이라도 뛰어가 안아버렸을텐데.

"..셀."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리효가 나를 찾아왔다.

할말이 있다는 리효의 말에 나는 궁전 뜰로 가서 리효와 함께 차를 마셨다.

리효의 표정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진지한 모습이기에..

나는 리효의 할말이 케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할말이...뭐야?"

잠시의 침묵을 깨고 리효에게 말을 하자 리효가 찻잔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

"....케인폐하께서..흔들리고 있어.."

........?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흔들리고 있겠지.

문제는 여전히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나를.

"..나도 알고 있어. 그런거.."

내 대답에 리효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차를 한잔 마시더니..내려놓지 않고 아예 한번에 들이킨다.

!!

"...흐..!!"

...

뜨거울텐데..

잠시 입에 손을 데며 인상을 찌푸리던 리효가 혀를 내두르며 뜨겁다는 표현을 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고 있는데..

...천천히 고개를 드는 리효와 눈이 마주쳤다.

"..케인폐하께....여동생이 있었어?"

......

리효의 말에 나는 눈썹을 치켜떴다.

여동생..?

...나는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겠는데?"

"..죽었다는데...죽은 여동생..없었어..?"

....

죽..었다고..?

..

케인의 가족은 내 아버지에 의해..군사들에 의해 모두 죽었었다.

여동생이 있었다면.......아마 그때 죽었겠지..

".음........아마...있었다면 죽었을거야......그건 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였다.

내가 케인에게 어쩌면 가장 먼저 준 상처..

..가족들의 죽음..

"....죽은 동생이야기를 했어. 말 해놓고도 자신도 놀란듯."

..!!!!

나는 마시려는 찻잔을 도로 내려놨다.

눈을 크게 뜨고 리효를 바라보았다.

그 말의 뜻은 잘 알고 있었다.

흔들리고 있다는 리효의 말도 이해할수 있을거 같았다.

"...기억.."

"그래, 믿기진 않지만 되돌아올 가능성이 커졌어."

...

아..

나는 저절로 탄성이 나오려고 했다.

기뻤다. 내가 한 일들이 헛고생이 될거 같지 않았기에..

케인..!!

".................그만 뒀으면 좋겠어."

.....

............?

나를 리효를 바라보고 웃던 입을 다물었다.

"케인폐하의 기억 돌리려는 거...그만 뒀으면 좋겠어. 셀."

...

.................

"...뭐..?"

나는...어벙벙한 표정으로 리효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 그랬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말들에 케인폐하가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

하.

"리효,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케인의 기억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한줄 알고 있으면서..!!!"

스트레스라고..?

혼란이라고.?그런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것때문에 저런 케인을 두고 볼수 없었다는 거...

너도 알잖아..!!

"그래!! 알고 있어!!! 하지만 난 원하지 않아~!!!!"

...

리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이기적이라고 말할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블리스가 안정적이잖아!! 케인폐하께서 기억을 잃으신 후가 내겐 좋아!!!"

...

"전에는 제대로 바라봐 주시지도 않고 말 한마디 해주신적 없었는데..!! 지금은 나란 사람을 알아주니까 좋다구!!!!"

.....리효의 목소리가 젖어가기 시작했다.

"내게 별 생각없이 물어주는 한마디에도 눈물이 나올만큼 좋다고..!!! 이런 마음 천벌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좋아!!!!"

.....

............

"...리효.."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거...두렵도록 싫어..!! 그러지 마!!!!"

내게 가까이 다가온 리효는..

갑자기 내게 무릎을 꿇었다.

놀라서 일어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리효는 계속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줘.. 어차피 살았으니까 된거잖아..! 잃은 기억도 아픈 기억들 뿐이잖아!!!!"

...

아...

...아픈...기억들 뿐이라고...?

"케인폐하께는 아픈 기억일 뿐이잖아..!!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들이잖아!!!!"

............

내...

기억...들인..데...?

"제발 그만둬..! 그만 해줘..셀...!!"

....

나도...나도 케인이 아팠다는거 알아..

어릴때의 많은 상처...다 내가 만들어왔다는거 알아..

...

하지만..

그때의 난 몰랐단 말이야..

케인이 얼마나 아팠었는지..얼마나 괴로웠었는지..

그때는 몰랐었단 말이야..!!!

지금 알게 되어서..

지금 알게 되어서 나 할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덮어두자고..?

내 기억들 모두....그렇게 덮어두자고..?

"제발 셀..!! 내가 이렇게 부탁할께..!! 제발 그 분을 놓아드려줘....흑..!!"

...

제발 리효 너까지 그런말 하지 말아줘..

지금의 내가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이 조금은 있어야..

나도 케인을 계속 믿을거 아니야..!

케인..

[난 나의 사랑을 믿어...]

...

이 나쁜자식아..너 듣고 있어..?!!

........아무도 원치 않는..대.

케인..네가 내게 웃는 걸...아무도 원하지 않는대..!!!

하센도 리효도..

백성들도..

네 기억이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너 역시 싫다고.. 그만하라고 내게 말하는데..

...나 그래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끝까지 포기 안 하면..케인 네가 나타나 나에게 웃어줄꺼라고..

그때까지 그 어떠한 일을 당하게 되더라도 참으려고 그랬는데...!!

...

나..어떻게 해....

[포기해줄까..?]

...

...정말.....?

"..일어나..리효."

작게 말하는 내 목소리에..리효는 일어나지 않았다.

더욱 더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진심으로 케인을 위해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

..나도..

나도 아프단 말이야..!!

나도 죽을만큼 아프단 말이야!!!!!

"..셀......하아...하아........너..황제....꼭 되어야 하니..?"

..

!!!!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리효는 대단한 결심을 한듯..눈물을 떨어뜨리는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눈은 무언가..확실하게 의사를 전하고 있었다.

"꼭..!! 꼭..그게 되어야만 하는거야..??!!..하아..학..!!...그..그냥.!..그거 포기하면 안될..까..?응??..셀..!!"

내 손을 잡으며 리효가 울고 있었다..

내 손을 만지면서...한 없이 빌고 있었다..

...

가슴이 터질것 같다..

"너..!.케인폐하..많이 위하고 있잖아.!!하아...걱정하고 있잖아.응?그렇지??!!...그 분.....그 분...!!

자신이...황제가 아니라는 말 들으면 충격받으실거야...!!!..그 분은 이제..황제로 살아가야해..!!"

미칠것만 같아..

"....."

"..흐...흑..!! 네가....네가 좀 포기하면 안될까..??!! 어차피 너는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살았잖아...하아..흑.!!"

"....."

"이제껏...너..!!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황제로 지내왔잖아..!!! 케인폐하는..!!그런 네가 부러워서..

그래서 그런 기억을 가지고 계신거야!! 네가...하아..네가 좀 포기해줘..!! 응??! 그럴수 있는거지?? 이미 네가 황제였던 시절은 지났잖아.!!"

리효의 눈물이 정신없이 내 손 위로 떨어졌다.

....

케인도 잃고 나라도 잃고..

...행복하게 살았으니까 양보...하라고....?

그럼..

....그럼 내게 이제 뭐가 남는...데...?

"제발!!!!...제발 셀..!!!! 내 부탁..!! 내 애원 들어줄거지??!!! 셀..!! 제발 들어준다고 말해줘~~!!!!흐흐윽..!!!"

".........."

"너도 편해져야잖아!!!! 더 이상 케인폐하 걱정 하지 않아도 되잖아..!!...응..? 응?!! 셀!!!"

....

..포기 해줄까..?

케인..

...툭.

참았던 눈물 한방울이 기어코 내 뺨을 갈랐다.

아까부터 입술을 악물고 있었는데..그런거 소용없이....

보람도 없이 떨어져버렸다..

..보람도 없이..

"셀..!!"

내 눈물을 본 리효가 힘들게 입술을 들어 슬픈 미소를 짓는다.

내 표정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은듯 정신없이 매달리고 있었다.

....케인을 지켜내려고 모든걸 던지는 게...나완 다르다..

..

포기해줄까...?

나는..

리효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힘없이 풀려나가는 손을 느끼며...리효를 내려다 보았다.

리효 역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셀.."

천천히 리효를 보며 입을 열려 하자..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치지직...하는 소리가 입에서 들리는 듯 했다.

입을 여는게 아니라..말할수 있게 찢여내는것만 같았다.

"....감히...누구에게 반말을 하는거야."

..

..........................

리효의 눈이 크게 커지는 모습을...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는.."

양보하는 것 따위 배운적 없어.

"...나는 블리스의 황제 카르벨 세를이다."

..

냉정한 눈을 하고 감정없이 리효를 내려다 보았다.

"...ㅅ...셀..!!!"

나는 리효에게서 뒤돌아서 걸어갔다.

"..셀..!! 잠깐만..!!! 잠깐만!!!!"

촤아악!!!!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리효의 목에 검이 대어졌다.

처음부터 내 뒤 안보이는 곳에서 나를 기다린 하센의...검이였다.

하센은 리효의 목에 검을 들이댄 채 리효가 더이상 나를 따라오지 못하게 막았다.

...

나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간절한 리효의 눈과 마주쳤다.

...내 소중한 사람이다. 리효 역시..

하지만..

"..그만 가자. 하센."

다시 뒤돌아 걸으면서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더 이상 리효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았다.

케인의 얼굴따위..

보고싶지 않았다.

"..후우."

하센을 물러가라고 한 뒤..

나는 성내의 가장 큰 서재로 가서 쭈그려 앉았다.

이 곳은 케인이 가장 많이 이용했던 곳이였다.

저쪽에 있는 조그마한 책상에서..케인은 종종 책을 읽고 독서감상같은걸 적곤 했었다.

...

케인과 나의 방이 아닌 곳에서..

가장 케인의 체취를 느낄수 있는 곳.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곳은 아니지만..

....

..포기..할까.

내겐 역시 어려운 일이였나봐..

...하,

"주위에 있는 녀석들이 힘을 주기는 커녕 말리려고 난리니.."

작게 중얼거리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바닥이 더럽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일어나기가 귀찮았다.

"젠장..젠장. 생각같아선 안해!..라고 말하고 그만 두고 싶지만.."

끝까지 미련이 남는다. 끔찍하게도...믿을수 없을만큼 지금까지도....

..으..

바보인건 나도 마찬가지군.

생각하기 싫은 게 떠올라 벌떡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잘 쓰지 않은 곳이여서 그런지 손에 먼지가 묻어왔다. 젠장..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면서..그동안 케인이 읽었을 책들 목록을 바라보았다.

참..책이 많다.

모두 케인이 봤던 책들일까..?

한 두꺼운 책에 손을 올려보았다.

차가운데도..

왠지 케인의 온기가 묻어나는 것만 같았다.

"유식한척 하기는..분명 하나도 못 이해했을거면서."

입을 삐죽거리며 비꼬아보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들릴거 같은데..

케인의 피식...하는 웃음도.....쓸쓸한 미소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다른 책들을 바라보고 한숨을 쉬었다.

"네 잃은 기억들..아픈 기억이냐?"

책장을 보며 말을 했으니..대답이 들려올리가 없다.

...

"내게는 좋은 추억들이였는데...그게 너에겐 많이 아픈 기억이였냐?"

..

나는 다시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더이상 내 고집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 편이 없었다. 적어도 케인에게 만은..

...

......포기 할까..?

..

그럼 정말 끝..?

내게는 아름다운 추억이였으니까....나만 기억하고..

케인 네게는 슬프고 아픈 추억이였으니까....다 잊어버리고..

...

그렇게...끝...?

..

.......?

책장 맨 끝에..

그것도 아래쪽에 아주 더러운 책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꽤나..아니..아주 두꺼운 노트...?

손을 집어넣어 빼보니..

...가상부분이 해어진...

..................일기장이였다.

[프렉스 케인]

케인의 이름이 적혀있는.

.....

케인의 일기장..?

읽으면 안된다는 생각도 못한채 재빨리 넘겨보았다.

케인의 흔적이였기에..!!

첫 날짜는..

........이게..언제야.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아주 오래된..

...

나와...케인이 처음 만났을때 정도의 아주 어렸을때였던거 같다..

조금은 삐툴하고 큼지막한 글자..

<이제부터 내 이름은 '프렉스 케인'이다.>

...

내가..

처음 봤을때 케인의 성을 바꾸어버렸었다. 내가 부르기 좋을대로.

..스스로가 이름을 지어놓고도 꽤나 만족스러워 했었다..

그러고보니..

케인은 나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잃었었..구나..

..그 것도 어린 소년에게는 가혹한 일이였을텐데.

<..이 이름으로 평생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후회하지 않는다.>

처음 장에서의 이 두 줄 밖에는 없었다.

...

급한 마음에 노트를 한손으로 잡고 파르륵...넘겼다.

<내가 이제껏 후회했던 건 단 하나 뿐이다.

너와 만나게 된 것.

왜 하필 너를 보게 됬던걸까.. ............왜 하필 그때 ..네가 내 앞에 나타났던 걸까.!

끝까지 모르고 살았다면..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인생이였을지도 모르는데..이렇게 아프진 않았을텐데.

...그래도...가장 싫은 건 역시....이렇게 아픈데도 너를 만나게 된걸 감사하는..

감히 이런 마음을 가져버린..나..>

케인의 글씨 뿐인데도..

눈물이 날거 같았다.

이렇게..

어릴때부터 나를 바라보며 마음아파했음이..

케인을 어릴때부터 어른으로 만든 내 무심함이..

....

<황제폐하께 꾸지람을 당하고 울고 있는 너를 볼수 있었다. 나의 것이 될수 없는 너..

항상 많이 슬플때는 어딘가의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서 중얼거리는 모습이 저절로 쓸쓸한 미소가 나오게 만든다..

나를 보고 네가 내 이름을 불러줄때마다..몇번이나 그 앞에 꿇어앉아 너의 발등에 키스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걸 넌 알까.

....

하늘처럼 높고 맑고..절대 나와는 이루어질수 없는..

절대 이루어질수 없이 높은 네가 밉고.. 낮은 내가 싫다.. 차라리 여자로라도 태어났다면..>

...

"..케인 너같이 큰 여자는 싫어."

작게 퉁명스러운 소리를 내며 나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느새 내 뺨을 가르고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바보같이 한글자 한글자 바라보면서..케인이 느꼈던 그 안타까움을 나는 지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네가 황제가.. 되었다...정말....정말 네가 ...황제가 되는구나...

왕관을 받으며..옥새를 전해받으며..

이 나라의 황제가 되어가는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봤다..

가끔 마주치는 시선에...나를 보며 밝게 웃는 너의 미소가 날 아프게 한다는 것을...너는 알까..?

슬픔을 감출 사이도 없이...늘 함께 하자는.. 너의 그 한 마디에 기쁨을 느끼는 내 자신이 저주스러운걸..너는 알까.?

...........하지만,.....하지만...어떻게든 네 곁에 있을수 있다면......>

.....

황제가 되는 날은 기뻤다.

그래..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가장 높은 신분이 된게..당연했던..예상했던 일이였지만 그 날은 기쁜날이였다.

나라의 백성들이 나를 황제폐하라 칭하고 엎드리는 게..정말 우쭐해져서 밝게 웃었었다.

...그 날...

이렇게 아파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나는 몰랐었다.

....................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숨을 쉴수 없을만큼 놀랐다.

네가 황제가 되는 것도..이루어질수 없는...감히 올려봐선 안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는데..

난 왜 네가 날 떠나갈거라는 걸 몰랐던 것일까..

......

네가 약속한대로 항상 내 옆에 있어줄걸로만...난 왜 그렇게도 절실히 믿고 있었던걸까.

...결혼...한다고..

.....

결혼한다고..

..결..혼......한다고... >

....

한참이나 반복된 그 문장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내 결혼을 알렸을때의 케인의 표정이..

..그 이상했던 굳은 표정이 어떤 기분이였는지를...아주 조금은 알수 있을것만 같았다.

나는 더욱 빠르게 일기장을 넘겨서 어느 한부분에 멈추었다.

<너는 죽어도 모르겠지...절대 모르겠지..이런 아픈 내 마음..

너를 볼때마다 스스로 주체할수 없는 슬픈 시선을 보내는 대도 너는 나를 동생이라며 칭한다..

..끝까지 너는 모른다...너는........몰라준..다....

....

보낼수 없어...절대 보낼수 없어..

날 떠나서 영원히 멀어져 행복한 너를 볼 바에..그렇게 아플바엔 차라리 사라져 버리는게 나아.

...이렇게 날 떠날거면서 왜 내게 손을 뻗었어. 왜 내게 웃어준거야.....

너의 뒤에서 보는 건 더이상 아파서 할 수가 없어..차라리...

...차라리 난 너의 손에 죽는것을 택하리라..>

.......

..

<미안해..정말 미안해..

날 보며 여전히 밝게 웃는 그 모습 내가 찢어야 한다는거..

믿었던 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이 너에게 얼마나 충격이 될지 알기에...

그럼에도 멈출수 없기에.....그래서 미안해..

널 사랑해서 미안해..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네 아랫사람으로 태어나진 않을테다.

이런 사랑..하고 싶지 않아..

.....그럼에도 난 널 사랑해서 행복해..>

............

..

........

일기는 아마도 내게 반란을 일으킬 시점까지 쓰였던거 같았다.

...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그런 것도 있구나..

안되는 사랑보다..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보다..짝사랑보다..

...사랑해서 미안하다니...사랑만으로 죄가 된다니..

그런 사랑도 있었구나..

케인 네가 나를 보며 그런 사랑을 하고 있었어..

나를 보며 그렇게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어..그토록이나 미안해 하고 있었어..

.....

나는.........정말 몰..랐는데..

<..사랑해.>

마지막에..

슬프게...외롭게 적혀진 글자가 보였다..

"....케인.."

눈물은 어느새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저 글자 한 줄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들어있었을까..

...

내게 죽임을 당하길 바랬구나..케인.

내가 널 죽임으로 널 기억해내길 바랬구나..

...황제자리를 탐낸게 결코 아니였어..

날 사랑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아파했었어...케인..너는....

........

나는 일기장을 꽈악 움켜쥐었다.

일기장은..

처음부터 푸석푸석했고 많이 우그러져 있었다.

케인이 글을 쓸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고..얼마나 많이 아파했고..

...얼마나 눈물을 흘렸었는지..그대로 느낄수 있었다.

그 강한 케인은 이 일기장 앞에서 눈물을 흘렸을것이다.

...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 죽을것만 같았다.

[사랑해서 미안해..]

그러지마..

그런 말하면서 울지마..케인..

다 알았으니까..

...너의 그 마음들 내가 다 알았으니까..

포기하지 않을께..

..절대로.

그러니까..

울지마....케인....

-----------------------케인.

....!!!!!!!!!

눈을 번쩍 떴다.

꿈자리가 사나웠다.

하지만..

눈을 뜨는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척이나...정신없는 꿈이였는데..

....

기억나지 않아..

..!!!!

눈을 살며시 다시 감는 순간....난 내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크게 당황했다.

...왜..?

.....

슬픈......꿈이라도 꾼 것일까...?

...

방 벽에 붙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잠시 낮잠으로 눈을 붙인다는게..벌써 저녁 7시가 넘었다.

........

..그 녀석은 오지 않은건가..

....

나도 모르게 낮은 한숨이 나왔다.

조용한 저녁은 왠지 어색하다..

오늘따라 혼자있는 방안이 비어있는거 같았다.

...친구...라고 했지..

왜..

날 보며 친한 친구라고 말하는 그 녀석의 말에 눈물이 날뻔 한걸까..?

어째서 하센이라는 놈을 따라가는 그 붉은 머리를 잡아버리고만 싶어진걸까..?

...

"꼴불견이군.."

요즘 나는 정말 이상해..

더구나 잠자다 울다니.......이해할수 없어.. 어이없는 일이야...

나는 슬슬 일어나려고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내 몸이 뭔가...상당히 묵직하게 느껴져서...저절로 눈을 떴다.

...

........나원..참.

..

나는 저절로 하, 하는 소리를 냈다.

나를 방금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붉은 머리의 녀석이..

아주 편안하게도 내 배를 배게삼아 배고 자고 있었던 것이 보였기에.

...

이 녀석..

조금만 사납게 말해도 상처받는거 같더니..

의외로 정말 끈질긴 녀석이다..

...오늘도 올줄은 몰랐는데.

이제 정말 포기할줄 알았는데....

"...으음.."

조금 인상을 쓰며 내 배를 끌어당겨 배려는지 꿈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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