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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2

작성자
Personacon ALLfeel
작성
10.10.31 16:32
조회
23

"사형이다!"

"!"

기사단장 용 제식 검이, 수직선을 그으며 날을 빛낸다.

"읏!"

피했다.

에이커는 재빨리 오른쪽으로 달려 도망쳤다. 주위에는 에이커와 미타, 그리고 썰렁한 화장실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하나 더 있긴 하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끄-! 왜, 왜 이러는 건데!"

미타, 즉 기사단장의 검술은 한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래서 검격을 피하는 것은 비교적 쉬어지지만, 한 번이라도 공격을 받아버리면 거기서 끝장이다.

검이 공기마찰을 하는 묵직한 소리가 3초 간격으로 계속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에이커는 어제 남자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그대로 내버려둔 빗자루를 발견했다.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것을 낚아챘다.

탕- 울리는 소리가 나면서 검과 빗자루가 맞붙었다.

당연히 절단될 줄 알았던 빗자루는, 금속 코팅을 한 덕분에 그렇게까지 밀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근력은 남자인 에이커가 조금 더 강했다.

"흥! 시간을 별려고 해도 쓸 데 없는 짓이다!"

"너, 너는 뭐냐 대체! 민간인을 다짜고짜 죽이려 들고!"

"..."

갑자기 미타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무리 흥분했다 하더라도 그녀는 긍지 높은 치안기사단장.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기사도에 너무도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

미타가 팔힘을 빼자 에이커도 힘을 빼고 뒤로 물러났다. 5m 정도의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둘 다 무기를 상대에게 겨누고 있는 건 변하지 않았다. 아니, 에이커의 빗자루를 무기라고 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지만.

"일단 지금의 무례한 행동은 사과하겠다."

"...그래서 뭔 일이십니까?"

존대를 붙여서 말하기는 했지만, 에이커의 어조는 빈정거림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미타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의 말을 한다.

"어제 오후 시간 쯤에 보고된 사건이다. 여자화장실 내에서 남을 몰래 훔쳐보는 저질남자가 있다는 모양이군. 그래서 나는 그 범인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마치 남의 일을 말하듯 했지만, 사실 그 훔쳐보기의 피해자는 미타 자신이었다. 그 말을 들은 에이커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무언가 하기 싫은 추리가 머리 속에서 마음대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러니까 지금.

너는 남자인데도 여자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런 곳에서 일을 보는 남자는 그 범인 정도밖에 없겠지."

"......"

에이커는 깊게 한숨 쉬고 싶은 욕구를 겨우 참고,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여자화장실에서 나오는 남자는 변태만 있는 건 아니지."

"이건 뭐지?"

에이커는 명함만한 크기와 굵기를 가진 종이를 미타에게 던졌다. 왼손으로 그것을 받은 미타는 눈을 동그랗게 하며 그것을 살펴본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평화의 녹원 청소 임무원 증명증]

이름 : 에이커

구역 : 제 13 구역

성별 : 남

나이 : 28

미타는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 가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여자화장실이라고 해도, 청소부라면 들어가는 게 이상할 건 전혀 없다.

미타는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죄 없는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공격] 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기사단장에서 물러나는 건 물론이거니와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제 알았지?"

"......"

미타는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이 남자에게 누명을 씌어버리면 어찌어찌 잘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프라이드와 기사로서의 긍지가 그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기어고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미타. 무슨 휴대폰 진동처럼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에이커는 이상함을 느꼈다.

"음? 너 몸은 왜 떨..."

에이커가 말하고 있던 도중- 나무로 가려져 있던 곳에서 누군가가 뛰쳐 나왔다.

어린애...는 아니었다. 미타와 같은 제복과 비슷한 검을 갖고 있는, 이 사람 역시 황궁치안기사단의 기사였다.

"미타 단장님에게서 당장 떨어져라!"

"...!"

나이가 15~17살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소녀 기사. -아마 정식 기사는 아닐 것이고 견습생일 것이다. 그렇긴 해도 저런 꼬맹이가 검을 다루다니 신기하군- 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주 큰 실수였다.

이번에도 금속 코팅된 빗자루로 검을 받아치려고 한 에이커, 하지만-

푹-!

신속한 소녀의 검날은 빗자루를 뚫고, 그대로 에이커의 왼팔로 향했다.

"세실, 그만 해!"

...라는 미타의 말이 없었다면 정말로 왼팔이 잘려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에이커의 왼팔은 피가 철철 흘러나올만큼의 중상을 입었다.

"끄아악...."

[죄 없는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공격 + 중상 단계의 상해를 입힘] 으로 업그레이드된 상황은, 미타의 정신을 더욱 아찔하게 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정신줄을 놓은 채 쓰러지고 싶을 정도였다.

                                            ○   ○

화장실의 2층에 있는 에이커의 집안.

일단 집에 있는 응급용품으로 지혈을 한 뒤 붕대를 감아놓았지만, 별로 미덥지 않은 처치였다.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그곳에서는 침묵과 함께 시계바늘 소리만이 째깍거렸다.

"음...꽤나 깔끔한 집이네."

미타는 중얼거렸다.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해서 적당히 던진 말이었지만, 확실히 에이커의 집은 깨끗을 넘어서 썰렁하기까지 할 정도로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면 폐가처럼 보였겠지만, 그런 것도 없었기에 폐가라기보다는 모델하우스처럼 보였다.

"...우리들한테 세금 걷은 다음에 하는 게 이런 거였냐?"

에이커의 말에, 미타는 온몸이 굳어가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정작 무쌍을 펼친 세실은 감정 없는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처리하면 되려나? 일단 신고해야 할 것 같은데 경찰이 너희들이니까..."

"저, 저기..." 미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이번 일은 다른 곳에 알리지 않고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아, 뭐 하긴 이런 일이 다른 곳에 알려졌다가는 너희들도 옷을 벗어야 할테니 그러고 싶겠지. 그건 좋은데 말야. 여기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지 않으면 난 납득 못 한다고."

"그, 그래. 배상이라면 아주 확실하게 해줄 테니까 제발 다른 사람한테는..."

자꾸 말끝을 흐리는 말투로 미타가 초조해 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에이커는 상처에 감겨져 있는 붕대를 만지작거린다.

"자, 그럼 첫번째."

휙- 하고서 에이커는 손가락으로 세실을 가르켰다.

"내 상처가 완치될 때까지, 화장실 청소는 저 녀석이 담당한다."

조금 엉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염려하고 있던 것만큼 어려운 건 아니구나...라고 미타는 안심하였으나-

"싫어."

세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즉답했다. 게다가 나이가 10살은 더 많은 에이커에게 반말로.  

"...."

"...."

바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에이커는 저 녀석에게 대걸래 익스프레스를 먹여주고 싶다는 충동을 겨우 참으며, 절제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대걸래 익스프레스- 에이커의 필살기. 대걸래를 들고 상대에게 찔러서, 걸래가 입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방금 쓰고 안 빨은 대걸래라면 데미지 두 배)

"어이 꼬맹이. 청소하기 싫으면 기사 그만두고 소년원이나 가라."

"누구한테 명령이야. 쓸모 없는 아저씨 주제에."

"...이 년이!"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만, 에이커의 인내심은 단 두 번의 언행으로 인해 바닥나 버렸다. 당장이라도 대걸래를 들고 올 것 같은 에이커를 미타가 막았다.

"잠깐! 진정해. 진정해. 아직 얘가 좀 철이 없어서 그런 거야...내가 잘 타이를 테니까 거기까지 해줘."

그래도 기사로서 긍지가 있었을 미타가 이렇게 굴욕적으로 애원하는 모습을 본 에이커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아직 화가 풀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알았다. 어차피 이 녀석이 와도 제대로 청소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너가 적당히 다른 사람 데려와서 청소 시켜라."

"아니, 관련 없는 기사들한테 그런 일을 시킬 수는..."

"그럼 구인모집을 하던가 알아서 해."

그거라면 큰 문제 없었다. 무엇이든지 돈만 주면 해준다는 사람을 고용하면 될 것이다. 물론 돈이 좀 깨지겠지만 별수가 없다.

"그럼 두번째. 그 훔쳐보기 사건에 대한 걸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 것."

"음? 그건 왜지?"

미타가 물었지만 에이커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이 두번째 요청은 [황제랑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여자화장실 끝 칸에 있었다] 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 한 요청이었다.

"그래. 우리 쪽이 잘못한 상황이니 이유는 묻지 않겠다. 그럼 세 번째는 뭐지?"

"세 번째는 물론..."

'돈이다!'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상처 부위에서 피가 다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말할 수 없었다. 분명 아까의 말싸움 때문에 혈압이 올라간 것이 원인일 것이다.

"피, 피가!"

"지혈했을텐데 왜 그러지!"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세실의 얼굴 근육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   ○

"다시 지혈하기는 했지만...역시 제대로 치료받아야 할 것 같아."

...라는 이유로 미타는 에이커를 데리고 황궁치안기사단 본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세실도 같이 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검집에서 검을 뺀 채 에이커에게 겨눈 상태로 걷고 있는 세실.

"...그 무서운 검날 좀 치워주지?"

"그럴 수 없다. 당신같은 변태는 언제 기사단장 님을 습격할 지 모르니 안심할 수 없다."

"내가 왜 변태야!"

나이와 성별에 맞지 않게 살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었다. 에이커는 주변에 더러운 대걸래가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묵묵히 걸었다.

황궁과 그 주변에 있는 평화의 녹원을 지키는 황궁치안기사단. 그러나 이건 표면적인 모습이었고, 실상은 전력이 되지 않는 얼굴마담용 단체였다. 축제 때 행진식을 하거나, 고위직들에게 황궁을 안내하는 정도의 역할.

그런 이유도 있고, 또 황제의 제안으로 인해서 이 기사단은 전부 여성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실제로 황궁을 지키는 것은 황궁수비군이다. 칼을 무기로 사용하는 기사단과는 달리, 멋은 좀 없지만 전투력은 훨씬 뛰어난 머스킷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기사단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군이였다.

그러므로-

"이건 대체...어떻게 된 일이지."

"크..."

지금까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세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에이커도 언제나의 의욕 없는 표정은 어디 가고, 눈빛이 진지해져 있었다.

"쿠데타냐."

그러므로-

소수의 황궁수비군에게 80명에 달하는 기사단이 제압당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쪽수가 네 배 더 많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머스킷을 사용한다. 물론 싸우면 이길수도 있겠지만, 기사단 쪽도 거의 전멸할 거라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에이커. 미타. 세실.

셋은 무장해제 당하고 손발이 묶여 있는 80명의 기사들을 보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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