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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ㄴㅇㄴㅇㄴㅇㄴ

작성자
더블
작성
12.02.02 23:28
조회
27

낡은 아파트의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1층, 2층, 3층. 301호.

낡고 녹슨 쇠문이 굳게 잠겨 있는 이곳이, 오늘부터 내가 살 곳이다.

돈이 모자라서, 이런 낡은 집 밖에 구하지 못했지만. 나름 살만한 곳이다. 욕실도 따로 있고, 화장실도 집안에 있는데다가, 볕도 잘 든다. 단순히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멋진 집이 그렇게 싼 가격에 나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낡기는 엄청 낡았다만.”

작은 빌라의 외벽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흉해보였고, 곳곳에 있는 거미줄과 곰팡이는 그 흉함을 배로 증가시켰다. 집 안의 도배도 상당수 벗겨진 부분이 있었고, 화장실은 바닥의 타일이 여러 개 깨져 있었다.

“뭐, 나야 상관없지.”

딱히 건물의 외관에 신경 쓰는 타입도 아니고. 지인들 중에 더럽다고 해서 면박을 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깨끗하고 형식적인 쪽이 내 정서에 문제가 된다. 어렸을 적부터 보통의 더러움 일변도를 걸어온 나로서는, 갑갑하게 너무 깨끗하고 정리 되어 있는 집보다는, 적당히 더러운 것이 좋았다.

“그럼, 떡이라도 돌릴까.”

앞으로 꽤 오랫동안 여기서 지내게 될 터인데, 같은 빌라에 사는 사람들과 얼굴도 모른 채 지낸다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미리 이웃들에게 돌릴 떡을 준비해왔다. 근처 방앗간에서 만들어온 인절미. 먹어보니 그렇게 진미인 것도 맛없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맛이었다. 하지만 이런 의식에는 맛보다는 새로운 이웃과 안면을 튼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가 있으므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떡을 챙기고 복도로 나왔다. 이 빌라는 한 층에 3개의 문이 있는 좀 특이한 구조였다. 총 층수는 5층으로 전부 돌릴 수도 없으니, 일단 같은 층 사람들에게만 돌리기로 했다.

“실례합니다.”

302호의 초인종을 누르자, 띵-동 하는 평범한 벨소리가 울렸다.

조금 기다려도 반응이 없기에, 한 번 더 벨을 누른다. 띵-동. 긴 벨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귓가를 파고든다. 아무도 없는 건지, 이번에도 반응이 없어 돌아가려는 찰나.

철컥, 하고 문이 열렸다.

“누쿠십니카?”

문틈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것은 어눌한 발음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이었다. 피부나, 외모의 생김새로 보아, 인도나 대만 쪽 사람인 것 같았다.  

“301호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인데요. 떡 좀 가져왔어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인절미가 들어있는 박스를 내밀었다.

“턱이요?”

힐끔 눈을 돌려 박스를 쳐다본다.

“슈크리아.”

“네?”

“아, 아닙니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금 그건 인도어였나? 잘은 모르겠지만, 어감에서 인도의 느낌이 났다. 창피했는지 얼굴이 조금 붉어진 그 인도인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박스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다음은, 저 쪽인가.”

인도인이라니, 꽤 특이한 이웃을 두었다고 생각하면서 303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띵-도~옹. 뭔가 조금 늘어지는 느낌의 벨소리가 울렸다. 벨의 스피커 부분이 고장 나기라도 한 건지, 괴기하게 늘어지는 벨 소리가 조금 오싹했다.

....

이번에도 반응이 없다. 이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첫 번째로 울리는 벨소리에는 반응하지 말자고 화답이라도 한 건가? 몽글몽글 떠오르는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며, 다시 벨을 누른다. 띵-도~옹.

느릿느릿하고, 늘어지는 느낌의 기괴한 벨소리가 다시 울린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응은 없다.

“어디 나가기라도 한 건가?”

한 번 더 눌러봤지만, 역시나 반응은 없다. 흐음.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인다. 왠지 처음부터 뭔가 막힌 기분이었다. 게임을 할 때도 숨겨진 아이템 같은 건 전부 습득하고 클리어 하는 성격이라, 이렇게 도중에 막힌 기분이 드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뒤통수를 긁적이던 손을 내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하랴. 집 앞에 두고 가고 싶지만 누군가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중품을 안 듯이 떡 상자를 꼭 껴안고 다시 내 집. 301호로 돌아왔다.

일단 목욕이나 하기로 했다. 전에 살던 집에는 욕실 따윈 없었고, 욕조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는 처지였다. 그 덕분에 목욕 한번 하려면 대중목욕탕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집 안에서, 그것도 욕조 안에서 한가하게 목욕하는 느낌을 잔뜩 맛보고 싶었다.

“온수 ok!"

보일러도 잘 돌아가고, 욕실에 욕조까지 있으며, 화장실까지 따로 분리 되어 있다. 조금 낡고 좁은 것을 빼면 나 같은 서민에게는 완전무결한 집인 것이다. 뭐가 불만이라서 이 좋은 집은 그렇게 싼 가격에 내놓은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행운이었으니 이제 내 집이 된 이곳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몸을 푹- 담근다. 뜨겁게 끓어오른 물이 전신을 부드럽게 감싼다. 아, 집 안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행복하다. 마치 구름위에 올라타 있는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하얀 수염을 가득 기른 신선이 되어, 무릉도원의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져 있으니 온갖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 집은 그렇게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온 걸까? 낡은 것 하나만으로 이런 집을 그런 가격에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 차리라고 왕복 따귀를 열 번 정도 날려줄 것이다. 물론 나한테 팔겠다면, 얼씨구 감사합니다, 하고 받겠지만. 그 증거로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

고민해봤자 어쩔 수 없지. 이미 이곳은 내 집이니까.

설마 살인 같은 거라도 있었겠어. 그냥 결벽증 환자가 내놓은 거겠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몸을 푸욱 담갔다. 다시 신선이 된 기분을 느끼며 무릉도원의 하늘을 산책하고 있는데, 덜그럭. 덜그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몸을 갑자기 움직여 첨벙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물이 튀기는 소리가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덜그럭, 덜그럭. 틀림없이 무언가 작은 것이 움직이는 소리다.

쥐인가? 아항, 쥐 때문에 그렇게 싸게 판건가? 그래도 그 싼 가격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일단 쥐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욕조 속에서 일어났다. 쥐 같은 것이 있다면 나중에 잘 때도 계속 떠오를 것이 뻔했기 때문에 잠시 목욕을 중단하고서라도 잡아 해치우자고 생각한 것이다.

적당히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후에,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욕실 문을 열고 밖으로 슬쩍,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위하면서 걸어 나왔다. 쥐라면 상당히 민감해서 조그마한 소리에도 도망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소리의 근원지는 거실인 듯 했다. 그러고 보니, 먹다 남은 쥐포가 남아 있었지. 그걸 뜯어먹고 있는 것이리라. 머릿속으로 쥐를 잡아챌만한 작전을 구상한 후에 살짝, 거실로 나간다.

허나, 거기서 내가 본 것은 쥐가 아닌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건 무슨 고기? 맛있는 고기.”

예전에 할머니 집에서나 봤던 삼베옷을, 풀세트로 껴입고 있는 코찔찔이 꼬마 애였다.

“너, 누구냐?”

쥐는 아니었다는 것에 안심도 되고, 모르는 애가 집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힉!”

크게 움찔하는 모습이, 화를 내는 고양이가 온몸의 털을 세우는 것처럼 보였다. 우물우물 쭉쭉 빨고 있던 쥐포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꼬마 애. 아니 자세히 보니, 꼬마라고 할 나이는 아닌 듯 보였다. 아무튼, 그 녀석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동자를 내 쪽으로 향한다.

“아, 으음.”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르륵 흘릴 것 같은 얼굴에 실수했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에 집에 들어와서 음식을 우물우물 거리고 있는 녀석이 나쁜 것 아닌가? 나는 죄가 없다. 암, 무죄다.

“어디로 들어온 거냐?”

그래도 어린 아이를 상대로 성을 내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목소리를 낮추고 나름대로 부드럽다고 생각하는 톤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허나, 아이는 반응이 없다. 무시하는 건가 싶어 순간 발끈했지만. 그 아이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시선의 끝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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