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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ㅂㄹ 1화.

작성자
더블
작성
12.02.04 22:52
조회
32

낡은 아파트의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1층, 2층, 3층. 301호.

낡고 녹슨 쇠문이 굳게 잠겨 있는 이곳이, 오늘부터 내가 살 곳이다.

돈이 모자라서, 이런 낡은 집 밖에 구하지 못했지만. 나름 살만한 곳이다. 욕실도 따로 있고, 화장실도 집안에 있는데다가, 볕도 잘 든다. 단순히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멋진 집이 그렇게 싼 가격에 나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낡기는 엄청 낡았다만."

작은 빌라의 외벽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흉해보였고, 곳곳에 있는 거미줄과 곰팡이는 그 흉함을 배로 증가시켰다. 집 안의 도배도 상당수 벗겨진 부분이 있었고, 화장실은 바닥의 타일이 여러 개 깨져 있었다.

"뭐, 나야 상관없지."

딱히 건물의 외관에 신경 쓰는 타입도 아니고. 지인들 중에 더럽다고 해서 면박을 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깨끗하고 형식적인 쪽이 내 정서에 문제가 된다. 어렸을 적부터 보통의 더러움 일변도를 걸어온 나로서는, 갑갑하게 너무 깨끗하고 정리 되어 있는 집보다는, 적당히 더러운 것이 좋았다.

"그럼, 떡이라도 돌릴까."

앞으로 꽤 오랫동안 여기서 지내게 될 터인데, 같은 빌라에 사는 사람들과 얼굴도 모른 채 지낸다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미리 이웃들에게 돌릴 떡을 준비해왔다. 근처 방앗간에서 만들어온 인절미. 먹어보니 그렇게 진미인 것도 맛없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맛이었다. 하지만 이런 의식에는 맛보다는 새로운 이웃과 안면을 튼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가 있으므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떡을 챙기고 복도로 나왔다. 이 빌라는 한 층에 3개의 문이 있는 좀 특이한 구조였다. 총 층수는 5층으로 전부 돌릴 수도 없으니, 일단 같은 층 사람들에게만 돌리기로 했다.

"실례합니다."

302호의 초인종을 누르자, 띵-동 하는 평범한 벨소리가 울렸다.

조금 기다려도 반응이 없기에, 한 번 더 벨을 누른다. 띵-동. 긴 벨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귓가를 파고든다. 아무도 없는 건지, 이번에도 반응이 없어 돌아가려는 찰나.

철컥, 하고 문이 열렸다.

"누쿠십니카?"

문틈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것은 어눌한 발음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이었다. 피부나, 외모의 생김새로 보아, 인도나 동남아 쪽 사람인 것 같았다.

"어라?"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외국인이라는 것에 살짝 놀랐지만. 그걸 밖으로 내비치는 것은 상당한 실례라고 생각해 재빨리 놀란 얼굴을 추스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301호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인데요. 떡 좀 가져왔어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인절미가 들어있는 박스를 내밀었다.

"턱이요?"

힐끔 눈을 돌려 박스를 쳐다본다.

"슈크리아."

"네?"

"아, 아닙니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금 그건 인도어였나? 잘은 모르겠지만, 어감에서 인도의 느낌이 났다. 창피했는지 얼굴이 조금 붉어진 그 인도풍의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박스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다음은, 저 쪽인가."

인도인으로 의심되는 남자라니, 꽤 특이한 이웃을 두었다고 생각하면서 303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띵-도~옹. 뭔가 조금 늘어지는 느낌의 벨소리가 울렸다. 벨의 스피커 부분이 고장 나기라도 한 건지, 괴기하게 늘어지는 벨 소리가 조금 오싹했다.

....

이번에도 반응이 없다. 이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첫 번째로 울리는 벨소리에는 반응하지 말자고 화답이라도 한 건가? 몽글몽글 떠오르는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며, 다시 벨을 누른다. 띵-도~옹.

느릿느릿하고, 늘어지는 느낌의 기괴한 벨소리가 다시 울린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응은 없다.

"어디 나가기라도 한 건가?"

한 번 더 눌러봤지만, 역시나 반응은 없다. 흐음.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인다. 왠지 처음부터 뭔가 막힌 기분이었다. 게임을 할 때도 숨겨진 아이템 같은 건 전부 습득하고 클리어 하는 성격이라, 이렇게 도중에 막힌 기분이 드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뒤통수를 긁적이던 손을 내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하랴. 집 앞에 두고 가고 싶지만 누군가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중품을 안 듯이 떡 상자를 꼭 껴안고 다시 내 집. 301호로 돌아왔다.

얼마 전에 마음 단단히 먹고 새로 구입한 tv의 앞에 앉아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전에 쓰던 구식 tv는 안테나가 달려 있는 것이었는데. 송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다른 채널을 돌릴 때마다 안테나를 만져줘야 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다르다. 안테나 따위 필요도 없고, 화질은 기본적으로 선명, 음질은 깨끗하다. 말 그대로 신형의 위엄을 가득 뽐내는 것이다. 구식 tv 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는, 신형이 보여주는 선명한 화면에 감복한 나머지 tv군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말았다.

신형 tv군의 자랑은 여기까지 늘여놓도록 하고, 조용히 앉아 시선을 tv군에게 고정시켰다. 마침, 요즘 세간에서 굉장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었기에 잘되었다고 생각하면서 거실 끝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파에 길게 누웠다.  

~꼬르륵.

신나게 떠드는 예능프로그램이 시작 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배 깊은 곳에서부터 우렁찬 꼬르륵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음."

아무도 없는데 뭔가 창피하다. 꼬르륵 꼬르륵, 노래를 부르듯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곯은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라도 먹을까. 하지만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고, 또 간식 같은 걸 해먹기엔 귀찮다. 요리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왠지 몸이 나른해서 빨리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아, 그러고 보니 쥐포가 몇 개 있었는데."

쥐포라면, 간단히 먹을 수도 있고 또 배가 가득차지도 않을 테니 나중에 저녁을 먹을 때도 문제없다. 완벽한 배 채우기 방법을 생각해낸 나는, 거실과 짧은 복도로 이어져 있는 부엌으로 넘어가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이것저것 뒤엉켜 있는 냉장실 속 깊숙이 팔을 집어넣어 아무렇게나 처박아 두었던 쥐포를 꺼내든다.

하아암.

나른한 몸에 나른한 정신이 깃들고 끝내 나아가서는 졸림의 신이 강림한다고 했던가. 나는 지금 그 과정을 차차 밟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배까지 채운다면 정말로 확실하게 졸림의 신이 강림해 나를 졸음의 신도로 만들고, 또 수면의 샘으로 빠져들게 하고 말테지만. 지금은 배가 고프다. 일단 먹고 생각하자는 것만이 머릿속을 스포츠카처럼 누비고 다녔다.

다 구운 쥐포를 접시에 올려놓고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나른한 감각에 그대로 푹- 자리에 누워, 아직 뜨거운 쥐포를 조금씩 찢어 입안에 넣는다. 탄 맛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역시 맛있다. 달짝지근한 것이 제 맛이다.

제대로 자세를 잡고, 다시 tv군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tv 안에서는 한창 재미있는 장면이 진행되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도 끝나고, 할 일이 없어지자 갑자기 심심해졌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목욕이나 하기로 했다. 전에 살던 집에는 욕실 따윈 없었고, 욕조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는 처지였다. 그 덕분에 목욕 한번 하려면 대중목욕탕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집 안에서, 그것도 욕조 안에서 한가하게 목욕하는 느낌을 잔뜩 맛보고 싶었다.

"온수 ok!"

보일러도 잘 돌아가고, 욕실에 욕조까지 있으며, 화장실까지 따로 분리 되어 있다. 조금 낡고 좁은 것을 빼면 나 같은 서민에게는 완전무결한 집인 것이다. 뭐가 불만이라서 이 좋은 집은 그렇게 싼 가격에 내놓은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행운이었으니 이제 내 집이 된 이곳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몸을 푹- 담근다. 뜨겁게 끓어오른 물이 전신을 부드럽게 감싼다. 아, 집 안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행복하다. 마치 구름위에 올라타 있는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하얀 수염을 가득 기른 신선이 되어, 무릉도원의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져 있으니 온갖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 집은 그렇게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온 걸까? 낡은 것 하나만으로 이런 집을 그런 가격에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 차리라고 왕복 따귀를 열 번 정도 날려줄 것이다. 물론 나한테 팔겠다면, 얼씨구 감사합니다, 하고 받겠지만. 그 증거로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

고민해봤자 어쩔 수 없지. 이미 이곳은 내 집이니까.

설마 살인 같은 거라도 있었겠어. 그냥 결벽증 환자가 내놓은 거겠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몸을 푸욱 담갔다. 다시 신선이 된 기분을 느끼며 무릉도원의 하늘을 산책하고 있는데, 덜그럭. 덜그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몸을 갑자기 움직여 첨벙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물이 튀기는 소리가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덜그럭, 덜그럭. 틀림없이 무언가 작은 것이 움직이는 소리다.

쥐인가? 아항, 쥐 때문에 그렇게 싸게 판 건가? 그래도 그 싼 가격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일단 쥐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욕조 속에서 일어났다. 쥐 같은 것이 있다면 나중에 잘 때도 계속 떠오를 것이 뻔했기 때문에 잠시 목욕을 중단하고서라도 잡아 해치우자고 생각한 것이다.

적당히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후에,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욕실 문을 열고 밖으로 슬쩍,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위하면서 걸어 나왔다. 쥐라면 상당히 민감해서 조그마한 소리에도 도망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소리의 근원지는 거실인 듯 했다. 그러고 보니, 먹다 남은 쥐포가 남아 있었지. 그걸 뜯어먹고 있는 것이리라. 머릿속으로 쥐를 잡아챌만한 작전을 구상한 후에 살짝, 거실로 나간다.

허나, 거기서 내가 본 것은 쥐가 아닌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건 무슨 고기? 맛있는 고기."

예전에 할머니 집에서나 봤던 삼베옷을, 풀세트로 껴입고 있는 코찔찔이 꼬마 애였다.

"너, 누구냐?"

쥐는 아니었다는 것에 안심도 되고, 모르는 애가 집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힉!"

크게 움찔하는 모습이, 화를 내는 고양이가 온몸의 털을 세우는 것처럼 보였다. 우물우물 쭉쭉 빨고 있던 쥐포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꼬마 애. 아니 자세히 보니, 꼬마라고 할 나이는 아닌 듯 보였다. 아무튼, 그 녀석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동자를 내 쪽으로 향한다.

"아, 으음."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르륵 흘릴 것 같은 얼굴에 실수했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에 집에 들어와서 음식을 우물우물 거리고 있는 녀석이 나쁜 것 아닌가? 나는 죄가 없다. 암, 무죄다.

"어디로 들어온 거냐?"

그래도 어린 아이를 상대로 성을 내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목소리를 낮추고 나름대로 부드럽다고 생각하는 톤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허나, 아이는 반응이 없다. 무시하는 건가 싶어 순간 발끈했지만. 그 아이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시선의 끝을 바라본다.

아.

깜빡했다. 난 지금 알몸이라는 것을. 어린아이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진다. 그리고 그것에 상응하듯이, 내 얼굴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거울 따윈 없었지만 홍당무의 신 저리가라 할 정도로 붉게 물들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순식간에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이 장면을 누군가 목격했을 시 나의 처분에 대해서.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자. 어린 아이와 성인 남자가 한 집에 있다. 성인 남자는 목욕을 끝내고 알몸으로 어린 아이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다른 특별한 상황 설명은 필요없다. 이거면 게임 아웃. 게임 셋. 게임 오버. 그리고 내 인생도 오버.

철창 속에서 나는 무죄다! 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마지막으로 떠올랐다.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문은, 문은 닫혀있겠지. 힐끔 쳐다보니 문은 확실히 닫혀 있는데다가, 자물쇠는 잠겨있다.

"다, 당장 나가라 꼬마야!"

그렇게 소리치면서 욕실로 달려 들어갔다.

"히익!"

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우당탕탕,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다행이군. 아무튼, 쥐는 아니었고, 동네 꼬마아이가 열려 있던 문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쥐포 냄새라도 난건가? 다음에는 이런일이 없겠지? 아니 없어야 한다.

욕조에 다시 몸을 누인다. 조금 식기는 했지만 역시나 무릉도원이다. 다시 신선이 된 기분을 만끽하며, 눈을 감는다. 몸이 편안해지니 다시 온갖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엇에 관한 생각인고 하면 당연하게도 방금 그 꼬마애가 어떻게 집에 들어왔느냐에 대한 것이다.

내가 문을 안 잠갔던가? 으음, 기억력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이삿짐을 정리하고, 떡을 돌리고 들어와서 잠그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으음."

그러고보니, 방금 문 잠겨 있었지. 뭐야, 그럼 어떻게 들어온거지? 갑자기 몸이 싸해진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 있는데도, 으슬으슬 차가운 감각이 밀려온다.

아니, 아니지. 쓸데없는 생각을 날려버리고 다시 생각해 본다. 아마, 집 안으로 들어온 다음에 문을 잠근 것이겠지. 그래, 그럴 것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남의 집에 몰래 들어와서 일부러 자물쇠까지 잠근다?   나라면 곧바로 음식을 가지고 도망치지, 그런 번거로운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럼 잠긴 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왔다는 건가?  아니, 말도 안돼. 잠겨 있는 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와?

잠긴 문을 통과 할 수 있는 것. 밀폐 된 방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 마음대로 벽을 통과하고, 막힌 공간을 지나갈 수 있는 것. 점점 가속하는 생각을 따라잡지도, 정리하지도 못한 채, 그 가속의 끝. 추측과 상상의 단편이 내놓은 답을. 조용히 읇조렸다.

"유령."

오싹-.

순간 싸해지는 공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욕조에서 일어섰다. 미끌한 바닥에 넘어질 뻔한 것을 겨우 중심을 잡아 선다. 방금 전의 기억. 꼬마아이의 얼굴을 기록한 기억의 단편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덧씌어져 간다. 눈동자에는 피가 맺혀 있었고, 주르륵 흘러내려 볼을 적시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산발이었고. 옷은 넝마 같았으며, 손톱은 마귀처럼 길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유령이다. 더할나위없는 훌륭한 유령이다. 귀신이다. 마귀다.

이대로 욕실에 있으면 오싹한 공기에 질식할 것 같았기 때문에 재빨리 몸을 닦고 밖으로 나왔다. 욕실의 바깥으로 나오자 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차가운 공기. 휘잉-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이었다.

알몸으로 차가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 소름이 돋은 팔을 쓰다듬어 무의식적으로 바람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훤히 열린 창문으로 노을진 하늘이 비추어지고 있다. 창문의 크기가 상당히 커서 틀 또한 크다. 성인 남자 정도는 가볍게 들락날락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창문?

아, 그렇군. 창문인가? 창문이였어?

새로운 사실이 머릿속에 입력 되자, 유령이라는 단어는 순식간에 지워지고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끙끙대며 들어오는 꼬마아이의 그림이 그려졌다. 수수께끼는 풀렸다. 하긴, 그렇지. 유령 같은 게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창문으로 들어왔던 거구만.

"유령 같은 게 있을리가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유령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고 말고.

자문자답하며, 창문의 앞으로 달려가 문을 꽉 닫았다. 그리고 다시는 열리지 않도록 단단히 잠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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