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용대운
작품명 : 군림천하
출판사 : 대명종
많은 분들이 늘 읽을 게 없다고 푸념한다.
어떤 분들은 일부 작품을 보고 전체를 매도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무협은 아직도 가슴 저 깊은 곳을 울려주는 작품다운 작품이 무척 많다.
그렇게, 이 메마르고 각박한 현실에서 무와 협, 패기와 호기, 복수의 통쾌함과 사형제간의 정, 참다운 용기와 내일의 희망을 잊지 않게 해주는 작가님들께 경의를....
더불어 요 며칠동안 십대 소년처럼 나를 들뜨게 만들어준 용대운님께 특별한 감사를...
군림천하.
그 언제였던가?
용대운님이 책 말미에 차기작 예고로 군림천하를 말씀하신지...
참으로 오랜 세월 군림천하를 기다렸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기에 체념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출간되기 시작한 군림천하.
9권까지였던가, 10권까지 였던가?
밤을 잊고 낮을 잊었다.
진산월의 어깨에 드리워진 책임감의 무게에 함께 마음 아파했으며, 임영옥과의 가슴 쓰린 이별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남겨진 사제들의 고난에 누구에겐가 모를 분노를 토했었다.
그러다가 동굴에서 사문의 무공을 얻고 힘을 얻어 다시 종남을 회복하러 가는 진산월을 보고 나도 모르게 환호했었다.
하지만 또 다시 기다림의 세월이 시작되었다.
사는 일에 바빠 뒷권을 잊어버렸고, 그렇게 군림천하는 잊혀져갔다.
한동안 세월이 흘렀고, 많은 무협을 접했다.
좋은 작품도 많았고, 아쉬운 작품도 많았다.
그러나 긴 세월, 세파에 찌들린 내게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무협이 나는 좋았다.
무협을 보노라면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새롭게 일어설 힘과 용기를 얻곤 했다.
사람들이 아무리 하찮은 글이라고 욕을 해도 거기에는 다른 문학작품이 가지지 못한 주인공의 열정과 의지가 있기에.
그들의 삶이, 그들의 용기가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어주기에.
비록 작품마다 주인공은 다를 망정, 나 역시 내 삶의 주인공이라 자부하는 사람.
내 삶과 각기 다른 주인공의 삶을 빗대어보며 나 스스로를 다그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문피아 감상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군림천하 감상평을 보곤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물론 그러고도 실제로 읽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우연히 책방에 들렀다가 군림천하를 신청했다.
그러나 가벼운 세태 탓인가?
이미 반품되어 창고에 들어갔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섰는데, 며칠 뒤 책방에서 전화가 왔다.
다시 들여놨다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읽게 된 10권에서 17권...
숨 돌릴 틈이 없었다.
흡시 걸신들린 사람처럼 책장을 집어삼켰다.
표현이 약간 이상하지만 집어삼켰다는 표현이 가장 적당하리라.
그만큼 연달아 책장을 넘겼으니.
물론 아쉬운 점도 전혀 없지는 않다.
나 역시 오래된 독자지만, 최근 무협을 많이 접한 사람에겐 취미사의 혈겁 부분이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 때문에 약간 호흡이 느려지지 않나 하는 불만도 없지는 않았으나, 진산월과 그 사제들의 행보는 그런 단점마저 묻어버릴 정도로 따스했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어린제자들이 나오는 씬에서는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곤 했다.
그래.
이런 게 바로 무협이지...
또 있다.
내가 바로 군림천하의 현장에 있는 듯한 풍광 묘사.
내가 직접 싸움의 현장에 있는 듯한 무공 묘사.
내가 함께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대사 처리와 감정 처리.
풍성하고 풍성하다.
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기분 좋은 포만감이다.
그러나 17권 책장을 덮으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써내면 읽는 독자야 좋지만 작가는 어찌 생활하나 싶어서였다.
평균 4~6개월에 한 권.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출간이 늦다고 욕을 해대지만, 조금이라도 글을 끄적여본 사람은 안다. 군림천하를 쓰기 위해 용대운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위에서 말한 그 많은 장면과 묘사들.
어느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작가가 그렇게 쓰자면 도대체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까?
그냥 남들처럼 쉽게 쓰면 인세가 팍팍 들어올 텐데, 그런 공을 들이느라 출간이 늦었으니 작가님은 과연 어떻게 생활하고 계실까?
별스런 생각이지만, 이 글을 적으면서 간절히 바라본다.
부디 작가님 인세가 권당 몇 천만원 쯤 되기를...
그래서 내 예상과 다르게 마음 편히 글을 쓰고 있으시기를...
그러나 여기저기 얻어들은 풍월로는 작가들의 인세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은 것 같다. 해서 이 참에 이 게으른 독자에게 무한한 기쁨을 선사해준 군림천하를 구입하려고 한다.
물론 이런 사소하고 당연한 일이 큰 도움이야 되겠냐만, 이렇게라도 용대운 님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부디 진산월이 임영옥과 함께, 그 사랑하는 사제들과 함께 군림천하하는 그 날까지 건강 잃지 마시고 평정 잃지 마시어 대미大尾라는 두 글자까지 일필휘지로 쓰실 수 있기를...
사족으로 개인적인 소회를 적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비평란에 올려서 무척 죄스러운 기분이다.
그러나 그만큼 들뜬 기분으로 읽었다 생각하고 양해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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